
테니스는 오랫동안 귀족과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1881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의 카지노 클럽에서 시작된 'US 내셔널 챔피언십'은 처음부터 엘리트 백인 남성들만을 위한 폐쇄적인 대회였다. 당시 테니스는 잔디 코트, 흰색 복장, 그리고 넉넉한 여가 시간을 갖춘 이들만이 즐길 수 있는 사교 활동이었다.
그 흔적은 지금도 규칙이 아니라 에티켓의 형태로 남아 있다. 랠리 중에는 관중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서브 직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선수는 상대의 라인 콜에 항의하되 심판에게 하고, 경기가 끝나면 반드시 네트 앞에서 악수한다. 넷코드 행운으로 점수를 얻으면 라켓을 들어 사과한다. 윔블던의 흰색 복장 규정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것은 근대 스포츠의 룰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신사들이 서로를 감시할 필요 없이 신뢰할 수 있다는 계급적 전제에서 나온 문화다.
폴로에도 똑같은 구조의 에티켓이 있다.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가 말굽에 파인 잔디를 밟아 되돌려놓는 '디보트 스톰핑(divot stomping)', 승패와 무관하게 상대 팀 조련사와 그룸에게 인사하는 관습, 시상식의 복장 규범. 두 종목이 같은 문법을 공유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둘 다 귀족의 스포츠로 시작했고, 그 문법을 폐기할 이유가 없는 귀족적 집단이 오랫동안 종목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차이는 그다음에 생겼다. 테니스는 1968년에 문을 열었고, 폴로는 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열 수 없었다. 이 칼럼은 그 분기의 이유를 숫자로 추적하고자 한다.
1. '오픈(Open)'의 의미 - 돈을 받는 자가 코트에 서다
1968년 이전까지 그랜드 슬램 대회는 아마추어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었다. 프로 선수들은 별도의 서킷을 돌며 돈을 벌었고, 메이저 대회와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이 구조는 테니스의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었다. 아마추어리즘의 허울 뒤에는 사실상 부유층만이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모순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마추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리즘은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진입 장벽이었다. 돈을 받지 않고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돈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뿐이다. 상금을 금지한다는 규칙은 결과적으로 '자산 소득이 있는 자만 최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규칙과 동일하게 작동했다. 1960년대에 이미 톱 아마추어들에게는 '봉투(shamateurism)'라 불리는 비공식 출전료가 관행적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규칙은 무너져 있었고, 남은 것은 위선뿐이었다.
1968년 4월, 국제테니스연맹(ITF)은 마침내 '오픈 테니스'를 승인했다. 같은 해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뉴욕 포레스트 힐스의 웨스트사이드 테니스 클럽에서 열린 첫 US 오픈은 총 상금 10만 달러를 걸고 진행되었다.
'오픈'의 본질은 스폰서와 상금의 합법화다. 돈을 받는 선수가 최고 무대에 서는 것이 허용된 순간, 테니스는 '상속받은 자산'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종목이 되었다. 이것이 대중화의 실질적 정의다. 관중이 늘어난 것이 대중화가 아니라, 선수 풀의 자격 요건이 사회적 지위와 재산에서 실력으로 바뀐 것이 대중화이다.
2. 아서 애시와 버지니아 웨이드 - 과도기의 아이러니
첫 US 오픈의 남자 단식 우승은 아서 애시가 차지했다. 그는 결승에서 네덜란드의 톰 오커를 14-12, 5-7, 6-3, 3-6, 6-3으로 꺾고 그랜드 슬램 역사상 첫 흑인 남자 챔피언이 되었다. 당시 애시는 미 육군 중위이자 아마추어 신분이었기에 1만 4천 달러의 우승 상금을 받을 수 없었고, 그 돈은 준우승자 오커에게 돌아갔다.
'오픈'의 첫해에 아마추어 규정이 여전히 작동했다는 이 장면은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제도가 바뀌어도 그 제도의 수혜 구조는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 단식에서는 버지니아 웨이드가 빌리 진 킹을 6-4, 6-2로 꺾고 우승했다. 이후 빌리 진 킹이 주도한 투쟁 끝에 US 오픈은 1973년 4대 메이저 중 최초로 남녀 동일 상금을 도입한다. 개방은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연속된 협상이었다.
그리고 58년이 지난 2026년, 벤 셸턴이 US 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 올랐다. 1972년 아서 애시 이후 US 오픈 결승에 선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자 선수였다. 셸턴은 준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8강에서 꺾었고, 이 경기는 US 오픈 역사상 가장 늦은 새벽 3시 33분에 종료됐다. 결승에서는 알렉산더 츠베레프가 우승했고, 여자 단식에서는 엘레나 리바키나가 디펜딩 챔피언 아리나 사발렌카를 6-4, 5-7, 6-2로 꺾고 첫 US 오픈 타이틀을 가져갔다.
애시가 우승 상금을 받지 못했던 1968년과, 셸턴이 결승에 서기까지 걸린 54년. 이 두 숫자 사이에 '개방'이라는 단어의 실제 속도가 들어 있다.
3. 숫자로 보는 US 오픈 - 900배가 아니라 1,080배
3.1 상금: 10만 달러에서 1억 800만 달러로
| 연도 | 총 상금 | 비고 |
|---|---|---|
| 1968 | $100,000 | 첫 오픈 대회 |
| 2022 | $60,102,000 | |
| 2023 | $65,000,000 | |
| 2024 | $75,000,000 | |
| 2025 | $90,000,000 | |
| 2026 | $108,000,000 | 테니스 역사상 최대 규모 |
2026년 US 오픈의 총 선수 보상액은 1억 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단식 우승자는 각각 550만 달러를 받았고(전년 500만 달러에서 10% 인상), 준우승자는 280만 달러를 받았다. 주목할 부분은 1회전 탈락자 보상이 14만 달러로 27.3% 인상된 점이다. 상위 소수가 아니라 하위 다수의 보상을 더 크게 올렸다는 뜻이며, 이는 '프로로 먹고살 수 있는 선수의 수'를 늘리는 방향의 조정이다. 여기에 US 오픈은 4대 메이저 최초로 200만 달러 규모의 선수 지원 프로그램(Player Support Program)을 신설했다.
1968년 10만 달러 대비 1,080배다.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는 약 9배 올랐다. 인플레이션을 제거해도 실질 120배 수준의 성장이다.
3.2 수익성 - 영업이익률 50%의 비영리 단체
US 오픈이 특별한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압도적 수익성이다. USTA는 비영리 법인이지만, 그 재무제표는 웬만한 상장 스포츠 기업보다 우량하다. 비견할 수 있다면 럭셔리 산업의 수익율과 비견될 수 있다.
| 지표 | 수치 | 출처 연도 |
|---|---|---|
| USTA 총 수익 | $624M | 2024 |
| US 오픈 수익 | $559.7M (전체의 약 90%) | 2024 |
| US 오픈 영업이익 | $277.4M | 2024 |
| 영업이익률 | 약 49.6% | 2024 |
| 티켓 수익 | $208.5M (2015년 대비 +75%) | 2024 |
| 기업 호스피탈리티·서비스 수익 | $83.3M | 2024 |
| 미상환 부채 | 약 $530M | 2024년 말 |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성장의 성격이 더 선명해진다. 2015년 1억 5,150만 달러, 2019년 1억 5,730만 달러로 4년간 정체하던 영업이익이 2024년 2억 7,740만 달러로 뛰었다. 4년 만에 76% 증가다. 수익도 2020년 1억 8,120만 달러에서 2024년 5억 5,970만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2020년은 무관중 개최로 약 2억 달러의 손실을 본 해이므로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2019년(3억 9,960만 달러) 대비로 보면 40% 성장이다.
이 성장의 최대 동인은 중계권도 스폰서십도 아닌 티켓이었다. 그리고 티켓 수익 2억 850만 달러라는 숫자에는 2019년부터 별도 항목으로 분리된 기업 호스피탈리티 수익 8,330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현장 관람 관련 총수익은 사실상 2억 9,000만 달러를 넘는다.
USTA가 단일 이벤트에 수익의 90%를 의존하는 구조는 NCAA가 남자 농구 토너먼트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와 같다. 리스크이자, 동시에 그 이벤트에 모든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3.3 관중 - 3주간 114만 명
2025년 US 오픈은 3주간 114만 4,562명을 동원했다. 전년 대비 9% 증가이자 2년 연속 100만 명 돌파였다. 2022년 기록이 2주간 77만 6,120명이었으니, 2018년 도입된 팬 위크(Fan Week)를 포함한 기간 확장 전략이 그대로 숫자에 반영됐다.
USTA는 현재 아서 애시 스타디움과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 8억 달러 규모의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2027년 US 오픈 이전 완공 목표이며, 여기에는 2억 5,000만 달러짜리 선수 퍼포먼스 센터가 포함된다. 2018년 개보수까지 합치면 USTA는 공적 자금이나 세금을 전혀 쓰지 않고 약 20억 달러를 이 시설에 투입했다. 비영리 단체가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20억 달러짜리 부동산 프로젝트를 굴린다는 것 자체가 이 대회의 수익성을 증명한다.
4. 새로운 장벽: 개방의 대가
여기서부터가 이 칼럼의 불편한 부분이다.
첫째, 티켓 가격. 2026년 US 오픈의 평균 데이 패스 가격은 311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5월 말까지 고가 티켓 대부분이 시즌권 구매자와 기업 고객에게 이미 판매되어, 일반 팬은 리세일 시장에서 프리미엄 좌석을 구해야 했다. 100달러짜리 캐비어 치킨 너겟, 23달러짜리 허니 듀스 칵테일(2026년 70만 잔 판매), 150달러짜리 볼보이 셔츠가 화제가 되는 대회다.
둘째, 좌석 구조 자체의 재설계. 리노베이션의 핵심은 코트사이드 좌석을 3,000석에서 5,000석으로 66% 늘리고, 럭셔리 스위트 층을 두 개 신설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기장 전체 수용 인원은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층부 좌석 일부를 코트 가까이로 옮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이 8억 달러는 '더 많은 사람을 들이는' 투자가 아니라 '같은 사람 수에게 더 비싸게 파는' 투자다. 프리미엄 고객과 일반 팬의 물리적 분리는 오히려 강화된다.
셋째, 선수 몫의 문제. 총 상금 1억 800만 달러는 역대 최대지만, 이는 대회 총수익 대비 약 15-19% 수준이다. NFL·NBA·MLB 선수들이 리그 수익의 약 50%를 배분받는 것과 대조된다. 2025년 노박 조코비치 등이 주도한 선수 단체(PTPA)의 소송, 2026년 5월 롤랑가로스에서 남녀 톱10 선수들이 미디어 대응을 1시간으로 제한한 항의는 모두 이 배분율을 겨냥한 것이다. PTPA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유로 그랜드 슬램 상대 소송은 취하했지만 ATP·WTA와의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1968년의 장벽은 '아마추어 규정'이라는 명시적 규칙이었다. 2026년의 장벽은 티켓 가격, 좌석 배치, 수익 배분율이라는 가격 메커니즘이다. 규칙은 폐지할 수 있지만 가격은 폐지할 수 없다. 이것이 개방 이후 58년이 지난 지금의 지형이다.
5. 폴로 - 문을 열 수 없는 스포츠
이제 비교 대상을 보자. 폴로는 왜 같은 경로를 따라가지 못했는가?
5.1 폴로의 경제는 '수익'이 아니라 '지출'로 측정된다
폴로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은 패트런(patron) 시스템이다. 패트런은 스폰서가 아니다. 팀에 돈을 대고, 본인이 직접 그 팀 선수로 뛴다. 보통 핸디캡 -2에서 4 사이의 아마추어이며, 7-10골 핸디캡의 프로 선수들을 고용해 팀을 완성한다.
| 항목 | 규모 |
|---|---|
| 하이골(16골 이상) 한 시즌 패트런 부담 | $1M-$5M+ |
| 16주 겨울 시즌 하이골 팀 구성 비용 | $1M-$3M |
| 경기당 필요 폴로 포니 | 8-10두 |
| 포니 1두 평균 가격 | 약 $45,000 |
| 로우골용 포니 | $5,000부터 |
경기 하나에 말 8-10마리가 필요하다. 말은 경기 중 교체되는 소모 자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송, 그룸, 수의사, 조련사, 마구간 비용이 상시 발생한다.
이 숫자들의 성격을 보라. 전부 지출이다. 테니스는 수익과 이익률로 종목의 건강을 측정하지만, 폴로는 '한 시즌을 뛰려면 얼마가 필요한가?'로 측정한다. 애초에 시작점이 다른 산업이다.
5.2 수입 측면은 처참하다
폴로의 흥행 수익 규모를 보여주는 대표적 숫자가 있다. 플로리다 팜비치의 인터내셔널 폴로 클럽(IPC)은 3개 겨울 시즌 동안 박스오피스 수익이 185%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증가 후 금액이 24만 5,420달러였다. US 오픈 테니스의 티켓 수익 2억 850만 달러의 0.1% 수준이다.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아르헨티나 오픈(팔레르모, 2025년 132회)의 경제 구조도 다르지 않다.
| 항목 | 아르헨티나 오픈(폴로) | US 오픈(테니스) |
|---|---|---|
| 개최 연혁 | 1893년 창설, 1928년부터 팔레르모 | 1881년 창설, 1978년부터 플러싱 메도우 |
| 수용 인원 | 약 30,000명 | 아서 애시 단일 경기장 23,200석 |
| 결승 관중 | 20,000명 이상 | — |
| 총 관중 | 미공개(수만 명 규모) | 1,144,562명 (2025) |
| 초반 라운드 입장료 | 무료 | 평균 데이 패스 $311 |
| 결승 티켓 | ARS 8,000-20,000 (약 $20-55) | 리세일 프리미엄가 |
| 중계 | 80개국 이상 | 10개 이상 방송사 독점 계약 |
| 총 상금 | 사실상 논의 대상이 아님 | $108,000,000 |
아이러니가 보인다. 폴로의 티켓은 US 오픈보다 압도적으로 싸다. 초반 라운드는 공짜다. 관람의 관점에서 보면 폴로가 훨씬 '대중적'이다. 그런데도 폴로는 귀족의 스포츠고 테니스는 대중의 스포츠다.
이유는 명확하다. 개방은 관중석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5.3 폴로가 판매하는 것 - 스포츠가 아니라 로고
폴로 산업에서 가장 큰 돈이 도는 곳은 경기가 아니다. U.S. Polo Assn. 브랜드의 2024년 전 세계 소매 매출은 25억 달러였다. 2030년까지 30억 달러와 매장 1,500개가 목표다. 인도에서는 남성 캐주얼웨어 1위 브랜드이며, 스타 스포츠(디즈니 계열)와 중계 계약을 맺었고 ESPN과도 계약을 유지해왔다.
정리하면 이렇다.
- US 오픈 테니스: 대회 자체가 5억 6,000만 달러를 벌고, 그중 2억 7,700만 달러가 이익으로 남는다. 스포츠가 상품이다.
- 폴로: 종목 전체의 흥행 수익은 미미하고, 대신 그 종목의 이미지를 차용한 의류 브랜드가 25억 달러를 번다. 로고가 상품이다.
폴로는 '귀족적이라는 인상'을 팔아 돈을 벌고, 그 수익의 일부를 종목 운영에 환류시킨다. 스포츠가 브랜드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스포츠를 먹여 살린다. 이 구조에서는 '개방'의 경제적 동기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대중화되면 브랜드의 핵심 자산인 희소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5.4 구조적 차이 - 자본이 일회성인가 상시적인가?
왜 테니스는 1968년에 문을 열 수 있었고 폴로는 못 했는가. 답은 자본의 성격에 있다.
테니스에서 필요한 자본은 일회성이다. 라켓과 신발, 코트 사용료. 이것은 상금으로 회수 가능한 규모다. 그래서 상금을 허용하는 순간, 재산이 없는 선수도 경기력만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1968년의 규칙 변경은 자본 장벽을 상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폴로에서 필요한 자본은 상시적이다. 말 8-10마리를 상시 보유하고 먹이고 치료하고 운송해야 한다. 시즌당 100만-500만 달러의 운영비는 어떤 상금으로도 회수되지 않는다. 그래서 폴로는 상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개방될 수 없다. 상금이 아무리 커져도 리그 한번을 뛸 진입 비용을 넘지 못한다.
그 결과 폴로에는 테니스와 정확히 반대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 테니스(1968년 이전): 아마추어가 프로를 배제했다. 부유한 자가 무대를 독점했다.
- 폴로(현재): 아마추어가 프로를 고용한다. 부유한 자가 무대를 소유하고, 실력 있는 자가 그에게 고용된다.
폴로의 프로 선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어도 팀을 스스로 소유하지 못한다. 아돌포 캄비아소처럼 10골 핸디캡이면서 동시에 라 돌피나를 소유한 인물은 예외적 사례로 언급될 정도다. 등록 선수는 아르헨티나 6,000명 이상, 미국 5,300명, 영국 2,757명 수준이고, 77개국 이상에서 경기가 열리지만 하이골 무대는 소수의 자본가와 그들에게 고용된 프로들로 구성된다. 국왕과 왕세자가 여전히 직접 경기에 나서는 종목은 지금도 폴로다.
폴로는 개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개방의 경제적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종목이다.
6. 지표를 읽을 때의 주의사항
이 칼럼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숫자는 '테니스 시장 규모'다. 2026년 기준 시장조사기관들의 추정치는 46억 7,000만 달러(Mordor)부터 103억 5,000만 달러(Research and Markets)까지 두 배 이상 벌어진다. 무엇을 시장에 포함하느냐(용품만인지, 대회 수익·중계권·시설까지인지)에 따라 정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문에서는 시장조사 추정치 대신 USTA 감사받은 연결재무제표 기반의 수치, 즉 수익·영업이익·티켓 수익·상금 같은 검증 가능한 항목을 중심에 두었다. 폴로 쪽 수치는 그런 감사 자료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업계 관계자 추정과 클럽 자체 발표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두 종목의 숫자를 같은 신뢰 수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자릿수가 세 자리 넘게 차이나는 비교에서는 그 오차가 결론을 뒤집지 못한다.
7. 결론 - 개방은 상태가 아니라 동사다
US 오픈의 역사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한다.
하나는 성공이다. 1968년의 규칙 하나가 바뀌면서 테니스는 상속된 재산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종목이 됐다. 총 상금은 1,080배가 됐고, 관중은 114만 명이 됐으며, 대회 하나가 5억 6,000만 달러를 벌어 2억 7,700만 달러를 남긴다. 옆에 세워둔 폴로는 여전히 시즌당 수백만 달러를 쓸 수 있는 사람만 최고 무대에 설 수 있다. 개방의 효과는 이 대비에서 명백하다.
다른 하나는 미완이다. 개방 58년 후, US 오픈은 8억 달러를 들여 코트사이드 좌석을 66% 늘리면서 전체 수용 인원은 늘리지 않는다. 평균 데이 패스는 311달러이고, 선수들은 수익의 15%를 받으며 배분율을 두고 소송을 벌인다. 아마추어 규정이라는 명시적 장벽은 사라졌지만, 가격이라는 암묵적 장벽이 그 자리를 채웠다.
폴로를 보면 이 대비가 더 선명해진다. 폴로는 티켓이 더 싸고 초반 라운드는 무료인데도 귀족의 스포츠다. 관중석을 아무리 열어도 경기장 안이 닫혀 있으면 그 종목은 열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US 오픈은 티켓이 비싸도 대중의 스포츠다. 코트에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재산이 아니라 실력이기 때문이다.
개방의 기준선은 '누가 볼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설 수 있는가?'다. 그리고 그 기준선은 한 번 그어놓고 끝나는 상태가 아니라, 매 세대 다시 협상해야 하는 동사다. 1968년 아서 애시가 우승 상금을 받지 못했고, 2026년 벤 셸턴이 애시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섰다는 두 개의 사실 사이에는, 그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가 들어 있다.
개방을 하면서 얻어진 잇점과 개방을 하더라도 투입되는 비용이 많은 스포츠의 명암이 여기 테니스와 폴로에서 극명하게 보여지고 있다.
주요 출처
- USTA 연결재무제표(2024) 및 Sportico, Front Office Sports 재무 분석
- SportsPro, "The business of the US Open" (2026년 8월)
- Forbes, "2026 U.S. Open By The Numbers" (2026년 8월)
- HOK / USTA 아서 애시 스타디움 리노베이션 자료
- Forbes, "The Economics Of Polo, The Sport Of Kings"
- Global Polo Authority(worldpologuide.com) 패트런 및 아르헨티나 오픈 자료
- USPA Global 보도자료(U.S. Polo Assn. 2024년 소매 매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