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2024년 봄,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는 단순한 기업 분쟁을 넘어 한일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한국 기술의 해외 성공 신화로 불리던 라인 메신저가 일본 정부의 압박에 직면했고, 2년이 지난 지금 라인은 네이버와 기술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사실상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재탄생했다.
이 글은 지난 2년을 세 가지 힘의 균형점과 일본 특유의 사법·행정 병폐인 '엔자이(冤罪)'의 관점에서 읽는다. 지정학과 데이터 주권이라는 글로벌 흐름, 소프트뱅크의 자본과 전략, 그리고 일본 특유의 문화적 기질이다. 어느 하나로 환원하면 라인 메신저 사태의 한 단면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사태의 원인과 지분 구조, 국민 감정, 기술진 교체와 명분의 소멸, 배당으로 봉합된 자본 관계, 그리고 '일본판 위챗'을 향해 질주하는 라인의 현재를 차례로 짚는다. 여기에 20년 앞서 같은 각본을 밟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나란히 놓고, 일본 시장 안에서 라인이 어떤 경쟁 구도에 놓여 있는지를 총무성 통계로 확인한 뒤, 라인이 왜 '번영하는 고립'이라는 길로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지를 논하려고 한다.
1. 사태의 원인 — 51만 건의 유출, 그리고 그 이전의 역사
사태의 직접적 계기는 2023년 11월 발생한 라인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었다. 라인야후는 관계 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를 경유한 제3자의 부정 접근으로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고, 일본 총무성은 2024년 3월과 4월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렸다.
문제는 행정지도의 내용이었다. 보안 강화 요구까지는 통상적인 조치였지만, 총무성은 여기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를 끼워 넣었다. 4월 16일의 2차 행정지도는 1차 조치가 불충분하다며 자본 관계 재검토를 한층 강조했고, "네트워크 완전 분리에 2년 이상 걸리는 부분을 더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 사태를 2023년 11월의 사고 하나로 설명하면 맥락을 놓친다. 일본 정부의 라인 불신은 2021년에 이미 시작됐다. 2021년 3월, 라인의 중국 다롄 자회사 엔지니어들이 일본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이미지·동영상 데이터가 한국 서버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사히신문 보도로 드러났다. 총무성은 당시에도 행정지도를 내렸고, 라인은 "데이터를 일본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의 유출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확인이었다. 네이버는 일본 정부 입장, 일본 관료에게 체면을 손상시키고 거짓말을 거듭하는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일본 관료들의 체면을 손상시킨 죄, 그것이 파국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 넓은 배경도 있다. 2022년 일본은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시행해 통신·금융 등 기간 인프라의 외국 의존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고, G7은 2023년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유통(DFFT)'을 공동 의제로 채택했다. 중국·러시아·북한발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던 시기였고, 미국의 틱톡 강제 매각법(2024년 4월)과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같은 해에 움직였다. 외국 자본이 통제하는 국민 통신 인프라를 자국 통제 아래 두려는 것은 일본만의 특이 행동이 아니라 G7 전체의 흐름이었다. 네이버는 이 흐름을 읽지 못했거나, 읽고도 대응하지 않았다. 2021년 지적 이후 2년 동안 인프라 분리를 미룬 것은 네이버의 실책이다. 이 사태에서 네이버는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 글로벌 안보 변화에 따른 서구의 보안 기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적 동기도 분명했다. 2024년 3월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 아마리 아키라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라인야후를 일본의 인프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고, 손 회장은 "책임지고 하겠다"고 답했다. 총무성은 소프트뱅크 사장을 따로 불러 네이버 출자 비율 축소를 요구했다. 데이터 주권이라는 정당한 명분과 경영권 탈취라는 정치적 의도가 한 몸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이 사태의 특징이다. 한국 정부는 "지분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우리 기업에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 복잡한 지분 구조와 네이버의 실익
라인야후의 지분 구조는 층층이 쌓여 있다. 최대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한 합작법인 A홀딩스이며, A홀딩스가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다. 따라서 네이버의 실질 지분율은 약 32.3% 다. 2021년 통합 당시 경영권은 소프트뱅크에 위임하고 네이버는 서비스 R&D를 맡는 구조였는데, 이번 사태로 R&D마저 떨어져 나가면서 네이버에는 '배당만 받는 대주주'의 자리만 남았다.
그러나 이 지분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A홀딩스로부터 총 1조 5,444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2021년 960억 원이던 배당은 2024년 8,368억 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네이버는 이 중 4,000억 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했고, 이 배당은 네이버의 미국 AI·커머스 투자 재원으로도 거론된다. 최근에도 연 8천억 원 안팎의 배당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분 가치도 커졌다. 사태 당시 337엔대였던 라인야후 주가는 2025년 550엔을 넘어섰고, 시가총액은 3조 7천억 엔(약 36조 원) 규모다. 일본 라인에 대한 네이버 지분 가치는 2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이 금액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평가이고, 네이버 내부에서는 "인수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분위기까지 전해졌다. 2024년 7월 라인야후가 총무성에 "단기적 자본 이동은 어렵다는 인식을 양사가 공유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지분 협상은 공식적으로 교착에 들어갔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프리미엄까지 포함하여 너무 큰 자금을 써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3. 국민 감정의 충돌 — 한국의 '기술 강탈'과 일본의 '경제 안보'
이 사태가 외교 문제로 번진 것은 양국 국민 감정이 정면으로 부딪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라인은 단순한 앱이 아니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혼란 속에서 네이버 재팬이 만들어 일본에 뿌리를 내린, 한국 IT 업계 최고의 해외 성공 사례였다. 그 라인을 일본 정부가 보안 사고를 빌미로 빼앗으려 한다는 인식은 '기술 강탈', '제2의 독도'라는 격한 표현으로 번졌다. 국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네이버 대표를 불러 대응을 추궁했고, 정치권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다.
일본의 시각은 달랐다. 일본에서 라인은 국민의 79%가 쓰는 통신 인프라이자 행정·재난 알림의 기간망이다. 그런 인프라의 서버와 인증 체계를 외국 기업이 쥐고 있다는 사실은 경제 안보 프레임에서 불편한 진실이었고,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터진 사고는 그 불편함을 표면화할 충분한 명분이었다. 일본 여론은 이 문제를 반한(反韓)이 아니라 '당연한 인프라 관리'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한국의 격앙된 반응을 오히려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은 '우리가 만든 것을 빼앗겼다고 보고, 일본은 우리 것이 마땅히 우리 안으로 돌아왔다'고 본다. 이 인식 차이는 지정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문화적 기질의 문제이며, 일본의 문화적·정치적 프로토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네이버의 실책이다.
4. 기술·인력의 '탈네이버'와 뒤따른 사고 — 명분의 소멸
2년간 가장 극명하게 달라진 것은 기술적·조직적 독립이다.
2024년 6월, 라인야후는 주주총회에서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CP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고 이사진 전원을 일본인으로 교체했다. 경영진 차원의 '탈네이버'가 완결된 순간이었다.
기술 분리는 더 빨랐다. 당초 2026년 중으로 예정됐던 시스템 분리는 총무성의 가속화 요구에 따라 앞당겨졌다. 2025년 3월 총무성 제출 보고서에서 라인야후는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와의 시스템·인증 기반·네트워크 연계를 전면 차단하고, 보안관제센터(SOC)를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일본 기업으로 이전해 24시간 체계를 구축했으며, 인증 시스템·데이터센터·계정관리(AD)까지 모두 일본 주도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해킹의 원인이 됐던 네이버클라우드 하청 기업과의 계약도 해지됐다. 이어 한국 자회사 라인플러스 등 해외 자회사까지 포함한 분리가 2026년 3월 완료됐고, 라인야후는 2026년 4월 15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일본 내 서비스 개발·운영 위탁 관계도 모두 해소됐다.
AI 전략에서도 네이버는 배제됐다. 라인야후는 AI 서비스 구축에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대신 OpenAI 모델을 도입했고, 2026년 7월에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관통하는 자체 AI 에이전트 '에이전트 i(Agent i)'를 전면 배치했다. 한국 기술로 태어난 메신저가 미국 AI 위에서 일본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구조가 되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사고의 문제다. 라인 개발의 핵심은 한국 라인플러스 엔지니어들이었다. 2년에 걸친 급격한 분리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은 축소됐고, 일본 측이 자체 인력과 외주로 이를 대체했다. 대규모 시스템의 인증·네트워크 기반을 2년 만에 통째로 갈아엎는 작업은 그 자체가 엄청난 리스크다. 라인이 앞으로 겪을 장애와 보안 사고는 '네이버 탓'이라는 편리한 변명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다.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시작한 사태가, 정작 시스템 안정성 관점에서는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냈다는 역설이 여기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분이 사라졌다. 일본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지분 매각을 압박했지만, 시스템이 완전히 분리된 지금 보안과 지분의 상관관계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지분은 그대로인데 보안 문제는 해결됐다면, 애초에 지분이 문제였던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에서 지분 문제가 다시 거론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그것은 보안이 아니라 또 다른 명분을 찾을 것이며 이미 라인의 지분 정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전환되었다.
5. 문화의 문제 — '축소지향'과 '국화와 칼'이 설명하는 것
미중 무역 갈등 때부터 데이터 주권은 G7 공통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같은 흐름 속에서도 미국은 틱톡에 '매각 아니면 퇴출'이라는 법을 만들었고, EU는 DMA로 빅테크를 규제하되 지분에는 손대지 않았다. 일본만이 이미 자국 기업이 경영권을 쥔 회사의 잔여 지분 32%까지 걷어내려 했다. 왜 그랬는가? 지정학이 '무엇을'을 설명한다면, 문화는 '왜 그 방식으로'를 설명하는 해석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 '알맞은 자리'와 '온(恩)'
베네딕트는 일본 사회의 핵심을 각자에게 알맞은 자리(応分の場) 를 지키는 위계 질서로 봤다. 모든 존재에는 마땅한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은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일본이 라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확히 이것이다. 1억 명이 쓰는 통신 인프라의 '알맞은 자리'는 일본의 것이고 일본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외국 기업이 그 기반을 쥐고 있는 상태는 기술적 문제 이전에 질서가 어긋난 상태로 인식된다. 개인정보 유출은 그 어긋남을 바로잡을 명분이 되어주었을 뿐이다.
또 하나의 개념은 온(恩) —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부채라는 관념이다. 네이버가 라인을 만들어 일본에 준 것은 서구식 사고로는 '기여'이지만, 일본식 사고로는 갚지 않은 채 남겨두면 불편한 '빚'이다. 소프트뱅크가 막대한 배당으로 네이버를 달랜 것은 이 빚을 청산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돈으로 온을 갚고, 자리를 바로잡는다. 일본은 이 과정을 배은망덕이 아니라 질서의 회복으로 이해한다. 한국이 '강탈'로 느끼고 일본이 '당연한 정리'로 느끼는 간극이 여기서 나오게 된다.
베네딕트가 말한 수치의 문화 도 작동했다. 국민 메신저의 데이터가 한국 서버를 거쳐 새어나갔다는 사실은 일본 정부에게 '외부에 노출된 수치'였다. 수치를 씻는 방법은 원인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의 대상 자체를 일본 안으로 거둬들이는 것이었다.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
이어령은 일본 문화의 본질을 축소 에서 찾았다. 분재, 하이쿠, 도시락, 트랜지스터, 워크맨 — 일본인은 세계를 작게 만들어 손안에 쥐고 다듬을 때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한다. 반대로 확대 지향으로 나아갈 때 일본은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이 그의 통찰이다.
라인 사태는 이 축소지향의 전형이다. 라인은 한국이 만든 글로벌 지향 서비스였고,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로 뻗어 나가던 확대의 산물이었다. 일본은 그것을 손안에 들어오는 크기로 축소했다. 서버를 일본으로, 이사회를 일본인으로, AI를 자국 통제가 가능한 체계로, 그리고 이름마저 'LY 주식회사'라는 일본 법인명으로. 세계를 향해 열려 있던 문을 닫고 안쪽에서 정성껏 다듬는 것, 이것이 일본이 가장 잘하는 일이고,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세계 질서였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라인에 대해 정확히 그 일을 했다.
축소지향이 만들어낸 완성도는 국경 안에서만 통한다. i-mode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 인터넷이었지만 일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가라케(갈라파고스 휴대폰)는 완벽했지만 아이폰 앞에서 무너졌다. '일본 안에서의 완벽함'은 확대의 능력을 잃는 대가로 얻는 것이다.
이 두 책이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라인 사태의 본질 중 하나는 외부에서 온 것을 자기 자리로 끌어들여 축소하고 정리하려는 일본의 문화적 기질이다. 데이터 주권이라는 글로벌 명분은 이 기질에 정당성을 입혀주었을 뿐이다. 이 기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은 일본 시장에서 같은 일을 반복해서 겪게 될 것이다.
6. 선례 — 르노-닛산과 카를로스 곤, 20년 앞서 쓰인 각본
라인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가 겪었고, 메신저가 아니라 자동차였으며, 규제 당국이 아니라 검찰이 칼을 들었다는 점만 다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카를로스 곤 사태다.
구제자에서 이물질로
1999년 닛산은 2조 엔의 부채를 안고 파산 직전이었다. 일본 기업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을 때 프랑스 르노가 6,430억 엔을 투자해 지분 36.8%(이후 43.4%)를 인수했고, 카를로스 곤을 보냈다. 곤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으로 공장 5개를 닫고 2만 1천 명을 줄였으며, 2년 만에 닛산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일본 언론은 그를 '코스트 킬러'이자 구세주로 불렀고, 만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자본 관계는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었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를 의결권과 함께 가졌고,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가졌지만 프랑스법상 의결권이 없었다. 2000년대 후반 닛산의 판매량이 르노의 두 배를 넘어서자 이 구조는 닛산 내부에서 '불평등 조약'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015년 프랑스 정부가 르노 지분의 의결권을 두 배로 늘리는 '플로랑주법'을 적용하자 불신은 결정적이 됐고, 2018년 곤이 르노와 닛산의 완전 합병을 추진하자 닛산 경영진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닛산의 소멸'로 받아들였다.
검찰이라는 칼, 엔자이라는 그림자
2018년 11월 19일, 곤은 하네다 공항에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혐의는 유가증권보고서 보수 축소 기재였다. 닛산 내부의 일본인 임원들이 사내 조사 자료를 검찰에 넘긴 '사법 거래'의 결과였다. 곤은 130일 가까이 구금됐고, 변호인 입회 없는 취조가 반복됐다. 서구 언론은 이를 '인질 사법(hostage justice)'이라 불렀고, 2019년 12월 곤은 악기 상자에 숨어 레바논으로 탈출했다.
곤이 유죄였는지는 이 글의 논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수단의 선택이다. 합병을 막으려면 주주총회에서 반대하거나 이사회에서 싸우는 것이 통상적 경로다. 일본은 검찰을 택했다. 라인 사태에서 지분 문제를 풀려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협상하는 것이 통상적 경로다. 일본은 총무성 행정지도를 택했다. 두 사건 모두 민간 자본의 문제를 국가 권력의 형식으로 처리했고, 그 형식은 법적으로 흠잡을 수 없게 설계됐다. 보수 기재 위반도 사실이었고, 개인정보 유출도 사실이었다. 명분은 언제나 사실에 기반한다. 다만 그 사실이 자본 구조 재편이라는 결과로 이어져야 할 필연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과 — 독립은 얻었으나 회사는 남지 않았다
곤 축출 후 닛산은 4년에 걸쳐 르노를 밀어냈다. 2023년 르노는 닛산 지분을 43%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고, 28%는 신탁에 넣어 순차 매각하기로 했다.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사장은 "르노와 진정한 의미로 대등해졌다"고 선언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독립 회복'으로 보도했다.
독립의 대가는 컸다. 곤 체제에서 억눌렸던 일본식 경영이 복원되자 의사결정은 느려졌고, 전기차·하이브리드 전환은 늦어졌다. 2024 회계연도 닛산은 7,500억 엔의 사상 최악 적자를 냈다. 2025년 혼다와의 경영통합 협상은 혼다가 닛산을 자회사로 편입하려 하자 닛산 측이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곤 이후 두 번째 외국인 CEO 이반 에스피노사가 취임했고, 2만 명 감원, 세계 17개 공장 중 7개 폐쇄, 옷파마·쇼난 공장 폐쇄가 이어졌다. 부채는 4조 4천억 엔이다. 2026년 6월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후보 두 명이 모두 최대 채권자 미즈호 출신이라는 이유로 르노가 기권했다. 르노는 잔여 지분 매각까지 검토 중이다. 1999년 르노가 구했던 닛산은 2026년 다시 구원자를 찾고 있다.
두 사태를 나란히 놓으면
| 항목 | 르노-닛산 (1999–2026) | 네이버-라인 (2011–2026) |
|---|---|---|
| 외국 자본의 역할 | 파산 직전 닛산을 구제, 경영 정상화 | 대지진 직후 라인 창업, 국민 메신저로 육성 |
| 자본 구조 | 르노 43% / 닛산 15% 무의결권 | A홀딩스 50:50, 경영권은 소프트뱅크 위임 |
| 갈등의 표면 계기 | 곤의 보수 축소 기재 (2018) | 개인정보 51만 건 유출 (2023) |
| 갈등의 실제 계기 | 르노-닛산 완전 합병 추진 | 2021년 중국 접근 논란 후 미이행, 경제안보 강화 |
| 동원된 국가 권력 | 도쿄지검 특수부, 사법거래 | 총무성 행정지도, 자민당 경제안보본부 |
| 명분의 정당성 | 사실이었으나 자본 재편과 무관 | 사실이었으나 지분과 무관 |
| 정리 방식 | 지분 43%→15%, 의결권 대등화 (2023) | 기술·인력·이사회 완전 분리 (2026), 지분은 배당으로 봉합 |
| 일본 측의 서사 | '독립 회복' | '당연한 인프라 관리' |
| 외국 측의 서사 | '인질 사법', 엔자이 | '기술 강탈' |
| 독립 이후 | 사상 최대 적자, 2만 명 감원, 혼다 통합 결렬 | 일본 내 광고 48%·PayPay 통합, 수익 극대화 |
마지막 행이 두 사례의 결정적 차이다. 닛산은 글로벌 규모의 경제 없이는 살 수 없는 자동차 회사였기에 독립은 곧 쇠퇴였다. 라인은 일본 1억 명만으로 충분히 살 수 있는 내수 플랫폼이기에 독립은 곧 번영이다. 각본은 같았지만 결말은 산업 구조가 갈랐다. 그리고 이 차이가 10장의 결론을 만든다.
닛산 사례가 라인 사태에 던지는 교훈은 명확하다. 일본에서 외국 자본은 '구제자'일 때 환영받고, 회사가 자립 가능해지는 순간 '이물질'이 된다. 온(恩)은 갚아야 할 빚이고, 빚을 갚는 방식은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다. 르노는 이를 20년 만에 배웠고, 네이버는 13년 만에 배웠다. 다음 외국 기업은 더 빨리 배워야 한다.
7. 배당으로 달랜 소프트뱅크, 그리고 '일본판 위챗'이라는 진짜 목표
지분 협상이 교착에 빠진 뒤 소프트뱅크가 택한 길은 단순했다. 네이버에 배당을 넉넉히 주고, 지분 문제는 덮어두는 것이다. 2021년 960억 원이던 배당이 2024년 8,368억 원으로 뛴 시점이 사태 전후와 정확히 겹친다. 네이버는 경영권도 기술도 잃었지만 현금은 두둑이 받았고, 그래서 "지분 매각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를 '방어적 배당 지급자'로만 보면 오판이다. 손정의가 네이버를 밀어내고 얻으려는 것은 광고 수익이 아니라, 일본 1억 국민의 소비·금융·이동 데이터를 하나의 ID 아래 통합하는 '일본판 위챗'이다. 라인(메신저)-야후재팬(검색·쇼핑)-PayPay(결제)를 한 몸으로 만드는 것이 2019년 경영통합의 원래 목적이었고, 네이버의 존재는 그 통합을 가로막는 병목이었다.
실제로 네이버 분리가 완료된 직후 통합은 급가속했다. 2026년 7월 2일 라인 15주년 행사에서 라인야후는 그간 미뤄왔던 라인-PayPay 계정 연동을 2026년 여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라인 채팅창에서 PayPay 잔액 송금과 더치페이가 가능해지고, 라인 포인트는 PayPay 포인트로 통합되며, 3억 점 규모의 쇼핑탭과 AI 에이전트 '에이전트 i'가 채팅에 들어온다. 소프트뱅크·와이모바일 요금제에 번들된 LYP 프리미엄 회원은 2,549만 명(2026년 5월 말)이다. 8월에는 소프트뱅크·PayPay·라인야후가 세븐&아이홀딩스와 3,000억 엔 규모의 자본 제휴를 맺어 세븐일레븐의 회원 ID(7iD)를 PayPay ID로 통합하기로 했다. 편의점 2만 점의 구매 데이터가 라인 생태계로 흘러 들어온다. 이것은 고립이 아니라 일본 내 디지털 제국의 건설이다.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사장이 "통합 2년 동안 새 프로덕트가 안 나온다"고 공개적으로 불평했던 것이 2023년이다. 네이버가 R&D를 쥐고 있던 시절 시너지가 나오지 않았다는 불만이었고, 네이버를 밀어낸 뒤에야 PayPay 연동과 에이전트 i가 나왔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 라인 사태는 '기술 강탈'이 아니라 '병목 제거'였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제국 건설과 배당 지급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매년 A홀딩스를 통해 두 주주에게 각각 8천억 원대를 흘려보내면서 동시에 PayPay 통합, AI 에이전트, 세븐&아이 제휴에 조 단위를 투자하려면, 라인은 일본 시장에서 그 이상의 현금을 뽑아내야 한다. 배당과 제국 건설의 비용을 모두 일본 이용자 1억 명이 광고와 결제 수수료로 치르는 구조다. 해외 확장에 쓸 돈은 애초에 예산에 없다.
8. 수익화에 목숨 거는 라인 — 숫자와 이용자의 반응
일본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라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2025년 상반기 라인은 일본 디지털 광고 노출 점유율 48% 를 차지하며 전체 모바일 앱 중 1위를 기록했다. 일본 내 메신저 점유율은 약 83%, MAU는 약 9,900만 명(인구의 약 79%)이다. 라인야후는 일본 전자결제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한 PayPay와 연동되어 메신저-검색-결제의 삼각 구조를 갖췄다.
주목할 통계가 하나 있다. 글로벌 이용 시간 데이터에서 라인은 이용자 수로는 7위권이지만, 이용자당 월 체류 시간은 8시간 14분으로 왓츠앱(약 17시간)에 이어 2위이고, 하루 평균 실행 횟수 약 16회로 역시 2위다. 이용자 수는 적지만 붙잡고 있는 시간은 길다. 수익화 관점에서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다.
그러나 그 대가는 이용자 경험이다. 라인 15주년 발표 직후 일본 IT 전문지 케이타이 워치는 "사라져가는 심플 UI, 광고와 물판을 전제로 한 미래"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고, 라인이 야후와의 통합 이후 억지로 시너지를 강요받으며 메신저로서의 기세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홈 탭의 쇼핑·뉴스·VOOM(숏폼) 노출, 채팅 목록 상단의 광고, 공식 계정의 프로모션 메시지에 대한 불만은 일본 이용자 커뮤니티의 단골 주제가 됐다. 대체재가 없는 일본에서는 이탈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것은 라인이 좋아서가 아니라 갈 곳이 없어서다. 카카오톡이 "광고 때문에 못 쓰겠다"는 불만을 안고도 유지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성장 둔화는 숫자로도 분명하다. 글로벌 MAU는 2025년 1분기 2억 510만 명에서 2026년 1분기 2억 1,840만 명으로 6.5% 증가에 그쳤고, 증가세는 갈수록 둔화된다. 왓츠앱과 텔레그램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것과 대비된다.
9. 아시아 시장에서의 라인 — 3개국의 성공과 나머지의 실패
라인 글로벌 MAU 약 2억 1,800만 명(2026년 1분기 기준)의 구성을 뜯어보면 라인의 실체가 보인다. 2025년 9월 기준:
- 일본: MAU 9,900만 명(인구의 약 79%)
- 태국: MAU 5,400만 명(인구의 약 81%)
- 대만: MAU 2,200만 명(인구의 약 94%)
세 나라 합계 약 1억 7,500만 명 — 전체의 80% 다. 대만에서 라인은 관공서 민원, 병원 예약, 소상공인 주문까지 처리하는 완전한 국민 메신저이고, 태국에서는 라인맨(LINE MAN) 배달·택시가 생활 인프라다. 대만 이용자의 1인당 월평균 메시지 전송 수는 일본의 약 3배이며, 두 나라 모두 라인이 업무용 메신저로 쓰이고 고령층의 이미지·스티커 전송이 활발하다.
문제는 나머지 20%, 약 4,000만 명이다. 한때 라인의 최대 해외 시장 중 하나였던 인도네시아는 왓츠앱이 1억 1,200만 명의 이용자로 완전히 장악했고, 라인은 젊은 층의 보조 앱으로 밀려나 존재감을 잃었다. 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에서도 왓츠앱·메신저·자국 앱(베트남 Zalo)에 밀렸다. 2010년대 중반 "아시아의 왓츠앱"을 꿈꾸던 라인의 확장 시도는 동남아 최대 시장에서 실패했고, 그 실패는 사태 이전에 이미 확정되어 있었다. 라인의 '아시아 강세'는 정확히는 '일본·대만·태국 3개국 강세'이며, 그 3개국 밖에서 라인은 더 이상 아시아의 허브가 아니다.
10. 메시징 시장 경쟁 구도 — 세계와 일본
10-1. 글로벌: 메타의 독주
라인이 강세를 보이는 3개국 밖의 세계는 메타의 독주 체제다.
| 메신저 | MAU | 이용자당 이용 시간 | 비고 |
|---|---|---|---|
| 약 30억 명 | 일 38–59분 / 월 16–17시간 | 메타 소유, 70% 국가에서 1위, 하루 1,500억 건 메시지 | |
| 약 14억 명 | 하루 450억 건 메시지 | 중국 시장 독점, 결제·쇼핑 슈퍼앱 | |
| Instagram (DM) | 약 20억 명 이상 | 일 1시간 13분 | 메타 소유, Z세대 메시징의 실질적 기본값 |
| Facebook Messenger | 약 10억 명 | 월 188회 실행 | 메타 소유, 이용 시간 기준 5위로 하락 |
| Telegram | 약 10억 명 | 월 4시간 12분 | 2025년 초 10억 돌파, 러시아 온라인 인구 82% 사용, 월 다운로드 1위 |
| Snapchat | 약 9.3억 명 | 월 3시간 20분 | 인앱 결제 수익 1위 |
| LINE | 약 2.18억 명 | 월 8시간 14분 (2위) | 일본·대만·태국 80% 집중 |
| KakaoTalk | 약 4,800만 명 | — | 한국 인구의 90% 이상, 사실상 한국 전용 |
몇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메타는 메시징의 세 층을 모두 장악했다. 왓츠앱(글로벌 기본 메신저), 인스타그램 DM(젊은 층의 사적 메시징), 메신저(페이스북 연동)를 한 회사가 쥐고 있다. 왓츠앱은 전 세계 스마트폰의 84%에 설치되어 있고 하루 1,500억 건의 메시지를 처리하며, 2026년 매출 30억 달러가 예상된다. 여기에 메타 AI가 세 앱 모두에 통합되고 있다. 라인이 에이전트 i를 붙이는 것과는 규모가 다르다.
둘째, 텔레그램이 다운로드 기준 1위로 올라섰다. 프라이버시와 반(反)빅테크 정서를 흡수하며 10억 명을 돌파했고, 동유럽·중동·동남아에서 빠르게 성장한다. 라인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던 신흥 시장을 텔레그램과 왓츠앱이 나눠 가졌다.
셋째, 이용 시간 순위에서 소셜 앱이 메신저를 압도한다. 틱톡 이용자는 하루 1시간 37분, 인스타그램 1시간 13분을 쓰는 반면 왓츠앱은 59분이다. 메시징은 짧고 잦은 세션(왓츠앱 평균 91초, 하루 23–30회)으로 이루어지며, 광고 노출을 늘리려면 메신저를 소셜·콘텐츠·커머스 앱으로 바꿔야 한다. 라인이 쇼핑탭·뉴스·VOOM을 앱에 밀어 넣는 이유이지만, 이는 곧 라인이 '메신저'가 아닌 '일본형 슈퍼앱'이 된다는 뜻이다 — 위챗이 중국에서 그랬듯이.
넷째, 카카오톡은 라인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이다. 한국 인구 대부분이 쓰지만 한국 밖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카오는 수차례 글로벌 진출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결국 국내 광고·커머스·금융 수익화에 집중하면서 '한국 전용 슈퍼앱'으로 굳어졌다. 라인의 2.18억 MAU는 카카오톡의 4배가 넘지만, 구조적으로는 같은 길 위에 있다.
10-2. 일본 안에서: 포화된 라인, 치고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일본 안에서 라인의 지위는 안전한가. 총무성 정보통신정책연구소가 2012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정보통신미디어 이용시간과 정보행동 조사'(13–79세, 2026년 6월 최신판 공표)의 시계열이 답을 준다.
| 서비스 | 2017년 조사 | 2018년 조사 | 2024년 조사 | 2025년 조사 (2026.6 공표) | 8년 변화 |
|---|---|---|---|---|---|
| LINE | 75.8% | 82.3% | 91.1% | 92.9% | +17.1p (포화) |
| 25.1% | 35.5% | 52.6% | 54.8% | +29.7p | |
| X (Twitter) | 31.1% | 37.3% | 43.3% | 44.7% | +13.6p |
| 31.9% | 32.8% | 26.8% | 27.0% | −4.9p (감소) | |
| YouTube | — | — | 80.8% | 81.5% | — |
| TikTok | — | — | 33.2% | 36.7% | 연 +3.5p |
| 한 자릿수 | 한 자릿수 | 한 자릿수 | 한 자릿수 | 정체 | |
| Telegram | 한 자릿수 | 한 자릿수 | 한 자릿수 | 한 자릿수 | 정체 (음성 영역 증가) |
※ 전 연령 이용률. WhatsApp·Telegram은 총무성 조사의 주요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업계 추정치 기준.
숫자가 말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라인은 이미 갈 곳이 없다. 92.9%는 스마트폰을 쓰는 일본인 거의 전부다. 30대 이하는 90%를 넘고, 60대 이상까지 80%대다. 국내 MAU 1억 명은 총인구 1억 2,380만 명 대비 81%이며, 이 이상의 성장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라인의 성장은 이용자 수가 아니라 이용자 1인당 매출(ARPU)에서만 나올 수 있고, 그래서 광고·결제·쇼핑·구독을 앱 안에 밀어 넣는다. 7장과 8장의 수익화 압박은 이 포화의 필연적 귀결이다.
둘째, 진짜 위협은 다른 메신저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다. 8년간 인스타그램 이용률은 25.1%에서 54.8%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일본 MAU는 2019년 3,300만 명에서 6,6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10–20대 이용률은 70%를 넘는다. 이 세대에게 친구와의 연락은 인스타그램 DM에서 이뤄지고, 라인은 부모·학교·아르바이트·행정과의 '공적 연락 수단'으로 위치가 바뀌고 있다. 라인이 여전히 인프라인 것은 맞지만, 인프라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광고주가 사려는 것은 도달이 아니라 관심이고, 관심은 인스타그램과 틱톡(36.7%, 연 3.5p 증가, MAU 약 2,500만 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라인이 VOOM(숏폼)과 쇼핑탭을 밀어붙이는 것은 인스타그램·틱톡에 빼앗기는 관심을 되찾으려는 시도이며, 그 시도가 '심플 UI'를 파괴한다는 케이타이 워치의 비판과 정확히 맞물린다. 페이스북이 8년간 5p 가까이 하락한 것은 그 관심 이동의 반대편이다.
셋째, 왓츠앱과 텔레그램은 일본에서 위협이 아니다. 왓츠앱은 외국인 거주자와 해외 거래처가 있는 비즈니스 이용자 중심으로 한 자릿수에 머문다. 텔레그램은 더 흥미로운 위치에 있다. 이용률 통계로는 미미하지만, 2023년 이후 일본에서 텔레그램은 '야미바이토(闇バイト, 고액 알바로 위장한 범죄 모집)'의 연락 수단으로 강도·특수사기 사건마다 등장하며 경찰청이 반복 경고하는 앱이 됐다. 즉 일본에서 텔레그램은 라인의 대체재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라인이 감시할 수 없는 그늘의 통신망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일본 정부가 라인을 자국 통제 아래 두려 했던 이유를 뒷받침한다. 국민 통신망이 곧 치안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일본 메신저 시장의 구도는 '라인 대 다른 메신저'가 아니다. 포화된 라인 인프라' 대 '관심을 가져가는 메타·바이트댄스 다. 라인이 일본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동안, 메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 안으로 들어와 젊은 세대의 사적 대화를 가져갔다. 라인이 일본판 위챗을 완성해 결제·쇼핑·행정을 장악하더라도, 10대의 첫 DM이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된다면 20년 뒤 라인은 '부모 세대의 앱'이 된다. 페이스북이 그 길을 먼저 걸었다.
11. 라인, 일본 전용 메신저로 가는가? — 두 개의 답
2년간의 사태가 남긴 가장 큰 함의는 라인이 '일본 전용 메신저'로 굳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적 기질, 자본 구조, 지정학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그 속도는 더 빠르다. 다만 이 질문에는 두 개의 답이 있고, 둘을 분리해야 한다.
글로벌에서 확장성의 종말
축소지향은 완성됐다. 서버, 인증, 이사회, AI까지 모두 일본 통제 아래 있다. 그러나 축소지향이 만든 완성도는 역사적으로 늘 국경 안에서만 통했다. i-mode, 가라케, 일본식 피처폰 생태계, 소니의 독자 규격 — 일본 안에서 완벽했고 일본 밖에서 사라졌다.
여기에 자본 구조가 못을 박는다. 매년 1조 6천억 원 이상의 배당을 두 주주에게 흘려보내면서 동시에 PayPay 통합과 세븐&아이 제휴에 조 단위를 쏟는 회사에, 인도네시아에서 왓츠앱과 다시 싸울 예산은 없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졌고, 대만·태국은 방어 대상일 뿐이며, 서구는 진입조차 못 했다. 2011년 한국 엔지니어들이 만들어 아시아로 확대해 나가던 라인은 없다. 글로벌 관점에서 라인은 확장을 끝냈다. 텔레그램이 다운로드 1위로 올라선 지금, 그 문은 다시 열리지 않는다.
일본에서 번영하는 고립
그러나 일본은 인구 1억 2천만의 세계 4위 경제다. 카카오톡이 5천만 시장에서도 수익성 높은 독점 기업으로 살아남았듯, 라인은 그 2.4배 시장에서 훨씬 큰 독점을 누린다. 이용자당 체류 시간 세계 2위, 광고 노출 점유율 48%, 결제 시장 3분의 2를 쥔 PayPay, 세븐일레븐 2만 점의 구매 데이터, 2,549만 명의 유료 회원 — 이 숫자들은 고립된 기업의 것이 아니라 일본 디지털 경제의 관세청이자 국세청 역할을 하는 기업의 것이다. 일본 국민이 메시지를 보내고, 물건을 사고, 돈을 보내고, 편의점에 갈 때마다 라인야후를 거친다.
이것이 일본이 선택한 모델이다. 세계로 나가지 않는 대신 안을 완벽하게 장악한다. 축소지향이 만든 갈라파고스는 멸종의 섬이 아니라 번영하는 고립의 섬이다. 라인은 그 섬 안에서 앞으로 10년간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며 오래, 그리고 잘 살 것이다.
닛산과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닛산은 르노를 밀어낸 뒤 글로벌 규모의 경제를 잃고 사상 최대 적자로 추락했다. 라인은 네이버를 밀어낸 뒤 일본 내수만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낸다. 같은 각본, 다른 결말 — 그 차이는 일본이 아니라 산업이 만들었다. 자동차는 세계와 싸워야 하고, 메신저는 국경 안에서 완결된다. 일본이 라인에 대해 닛산에서보다 훨씬 자신 있게 칼을 뽑을 수 있었던 이유다.
두 답을 합치면 결론은 하나다. 라인은 일본 밖에서는 실패했고, 일본 안에서는 성공하고 있으며, 그 둘은 같은 원인에서 나온다. 확장을 포기했기 때문에 안을 장악할 수 있었고, 안을 장악했기 때문에 글로벌로 확장할 필요가 없어졌다. 단, 10장에서 봤듯 그 '안'에서조차 젊은 세대의 관심은 이미 인스타그램으로 새고 있다. 번영하는 고립의 유효기간은 인프라의 수명이 아니라 세대의 수명으로 정해진다.
네이버의 선택
네이버는 지분 32.3%를 여전히 갖고 있지만 실질적 영향력은 없다. 배당이 유지되는 한 급히 팔 이유는 없고, 지분 가치가 20조 원에 달하는 지금 팔면 큰 차익을 얻는다.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투자자산'으로만 보게 되는 순간, 그리고 이미 그렇게 보고 있다. 라인 지분의 매각은 시간과 웃돈을 주고 사가야 하는 가격의 문제가 된다. 그날 라인은 한국과의 마지막 연결고리마저 끊고 완전한 일본 기업이 된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라인야후에게 나쁜 소식이 아니다. 배당으로 나가던 8천억 원의 절반이 회사 안에 남기 때문이다. 르노가 닛산 지분 28%를 신탁에 넣고 순차 매각하는 것과 같은 결말이며, 다만 네이버는 르노보다 훨씬 좋은 가격에 나갈 것이다.
마치며
라인 사태 2년, 무엇이 달라졌는가? 라인은 네이버의 기술에서 독립했고, 경영진은 전원 일본인으로 교체됐으며, AI는 자체 에이전트로 갈아탔고, PayPay와 세븐일레븐을 품으며 일본판 위챗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영향력은 소멸했다. 일본 정부가 원했던 '국민 메신저의 국내 관리'는 기술적으로 완성됐다. 남은 것은 지분이라는 껍데기뿐이고, 그 껍데기는 배당이라는 접착제로 붙어 있다.
이 과정에서 세 가지 교훈이 남는다.
하나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모든 외국 기업을 향한 것이다. 『국화와 칼』이 말한 '알맞은 자리'의 논리와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짚은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은 지금도 작동하며, G7의 데이터 주권 흐름은 그 기질에 정당성을 입혀주었다. 일본에서 인프라급으로 성공한 외국 서비스는 언젠가 '일본의 것'으로 정리되는 압력을 받는다. 라인은 첫 사례가 아니라 가장 큰 사례일 뿐이다. 르노는 1999년 닛산을 구했고 2018년 검찰의 칼을 맞았으며 2023년 지분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2011년 라인을 만들었고 2024년 행정지도를 맞았으며 2026년 기술을 내놓았다. 각본은 20년 전에 이미 쓰여 있었다.
다른 하나는 네이버를 향한 것이다. 2021년의 경고를 2년간 방치한 것은 네이버의 실책이었다. 데이터 주권이 글로벌 기준이 되는 시대에, 해외 인프라 서비스를 본국 시스템에 묶어두는 것은 더 이상 효율이 아니라 리스크다. 라인은 한국 기업이 '기술 수출'과 '인프라 소유'가 다른 문제임을 배운 가장 비싼 수업이었다.
마지막은 라인 자신을 향한 것이다. 축소지향이 만든 완성도, 배당이 강제하는 수익화, 그리고 손정의의 제국 건설은 라인을 일본·대만·태국이라는 3개 시장에 가둔다. 라인은 카카오톡이 한국의 대표 메신저로 굳어진 것처럼 일본의 대표 메신저로 자리매김할 것이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섬 밖으로는 나오지 못하겠지만, 섬 안에서는 그 누구보다 탁월한 수익률로 부유할 것이다. 다만 그 섬의 10대들은 이미 인스타그램으로 편지를 쓰고 있다. 그것이 일본이 선택한, 그리고 라인에게 허락된 유일한 미래다.
참고 기사 및 자료
- 총무성 정보통신정책연구소 (2026.06.26) 「令和7年度情報通信メディアの利用時間と情報行動に関する調査報告書」 — LINE 92.9%, Instagram 54.8%, X 44.7%, Facebook 27.0%, YouTube 81.5%, TikTok 36.7%
- 총무성 정보통신정책연구소 (2025.06.27) 「令和6年度」 동 조사 — LINE 91.1%, Instagram 52.6% / (2018·2019) 平成29·30年度 — LINE 75.8%→82.3%, Instagram 25.1%→35.5%
- 컴니코 「2026年9月版 SNSユーザー数ランキング」 / 핫링크 「2026年 SNS利用者数ランキング」 — Instagram 일본 MAU 6,600만 추정, TikTok 2,500만
- 인터넷 워치 (2023.02.10) 「それって闇バイトですよ!高額報酬のアルバイトに応募して『テレグラム』に誘導されたら要注意」
- ZDNet Korea (2026.06.22) 「르노-닛산 지배구조 갈등 재부상…이사회 인선 놓고 신경전」
- 글로벌이코노믹 (2025.06.16) 「'위기' 닛산, 곤 시절 규모 구조조정… 다시 일어설 열쇠는 '신차'」
- 모터투데이 (2023.07.27) 「곤 없는 르노, 결국 닛산 지분 다 뺏겨」
- 케이타이 워치 (2026.07.03) 「LINE 신기능, PayPay 송금·쇼핑 강화의 진의 — 사라져가는 심플 UI와 광고·물판 전제의 미래」
- 넷숍담당자포럼 (2026.07.03) 「LINE과 PayPay, 2026년 여름 계정 연동 — 송금·더치페이·포인트 통합」
- 마이나비 TECH+ (2026.08.04) 「소프트뱅크·세븐&아이 총액 3,000억 엔 자본업무제휴」
- MTN뉴스 (2026.04.16) 「라인야후, 네이버와 '기술적 결별'…시스템 분리 완료」
- 프레스맨 (2026.04.01) 「라인 국적 분쟁, 2년의 기록…자본은 제자리, 기술은 이미 떠났다」
- 블로터 (2025.06.09) 「[네이버 AI 투자금 조달법]① 라인야후 배당금으로 '미국 베팅' 재원 확보」
- 뉴스1·파이낸셜뉴스 (2025.03.17) 「네이버가 '라인' 못 파는 이유, 1조5천억 배당금?」
- 라이센스뉴스 (2024.06.28) 「라인야후, 2026년 3월까지 탈 네이버…시스템 분리 앞당긴다」
- 아사히신문 (2021.03.17) 「LINE 이용자 정보, 중국 위탁처에서 열람 가능」
- 서울신문 (2025.12.17) / KBS 뉴스 (2024.05.03) / 연합뉴스 (2024.04.30)
- 조선비즈 (2025.04.07) / 이데일리 (2025.03.17) / 중앙일보 (2026.05.23)
- TV조선 (2024.06.18) / 아주경제 (2024.10.01, 2026.04.15)
- 파이낸셜뉴스 (2025.04.02) / 뉴스1 (2025.04.02) / KBS 크랩 (2026.05.03)
- DataReportal 「Digital 2026」 (2026.07) — 앱별 이용 시간(Similarweb App Intelligence)
- Infobip / SQ Magazine / Exploding Topics / Skillademia (2026) — 왓츠앱·텔레그램·메신저 MAU 및 국가별 이용 통계
- Adam Connell 「10 Most Popular Messaging Apps in 2026」 (2026.01) — 라인 월 체류 시간·세션 통계
-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1946) / 이어령, 『축소지향의 일본인』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