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카오톡 스플래시 화면 — 공공용 카카오톡 칼럼 썸네일

10월 1일부터 서울시 업무용 PC에서 카카오톡 등 상용 메신저와 네이버 메일 같은 개인 이메일, 네이버 박스·구글드라이브 같은 웹하드가 원칙적으로 막힌다. 국장급 이상 결재를 받으면 예외를 인정하지만 부서 현원의 5% 이내다. 서울시가 밝힌 이유는 단순하다. 상용 메신저를 통한 정보 유출이 계속되는데, 본청의 상용 메신저 이용률이 74%로 다른 광역단체(5% 이하)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문제 인식 자체는 옳다. 카카오톡과 개인 메일은 실제로 해킹과 스미싱의 가장 빈번한 진입로다. 첨부파일 하나, 링크 하나가 내부망까지 타고 들어오는 게이트웨이가 된 지 오래다. 보안 담당자라면 누구나 이 채널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처방이 틀렸다. 차단은 보안이 아니라 보안의 포기다. 우회로가 열려 있는 차단은 위험을 없애는 게 아니라 위험을 통제와 관리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1. PC만 막으면 위험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숨는다

발표 직후 서울시 직원 게시판에는 "카톡 살려달라", "이럴 거면 인터넷을 끊고 서면으로 돌아가자"는 글이 수십 건 쏟아졌다. 재난 대응 부서는 어떻게 하느냐, 의회 질의가 몰릴 때 PDF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였다.

더 심각한 건 직원들이 이미 우회책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 메일로 개인 메일에 자료를 보내고 휴대폰으로 받아 카톡방에 올린다. 스마트폰에 무선 키보드를 붙여 일한다. 모바일 화면을 PC로 미러링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PC 카카오톡을 막는다고 카카오톡 사용이 사라지지 않는다. 관리 가능한 채널에서 관리 불가능한 채널로 옮겨갈 뿐이다.

이것이 차단 정책의 근본적 역설이다. 업무용 PC는 그나마 백신, DLP, 로그, 망분리가 걸려 있다. 개인 스마트폰과 개인 메일 계정에는 아무것도 없다. 자료는 개인 계정과 개인 기기에 남고, 유출이 나도 어디서 샜는지 추적할 수 없다. 서울시가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택한 조치가 정확히 정보 유출의 사각지대를 넓히는 셈이다.

국장급 이상의 결재를 받아 예외적으로 쓸 수 있지만 허용 인원은 각 기관·부서 현원의 5% 이내라고 하지만, 아마도 실무자보다 각 기관, 부서의 힘있는 사람들이 이런 사용 권한을 받을 것이다. 그들이 뚫리면 팀 내의 정보는 외부 유출이 자명하다. 5%이던 1명이던 예외는 보안의 백도어가 될 수 있다.

경기도의 사례가 대조적이다. 경기도는 인원 제한 대신 사전 승인과 서약서 방식으로 외부 메신저를 관리한다. 전체 직원의 56%인 약 3,550명이 카카오톡을 업무용 비상 메신저로 쓰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안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근거로 든 '다른 광역단체 5% 이하'라는 숫자와는 거리가 멀다. 통제의 방식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이 또한 물리적인 보안 솔루션이 없기에 근본적인 한계는 있다.

2. 카카오톡은 이미 공공 인프라다

현실을 직시하자.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를 넘어 대한민국 공공 부문의 사실상 공식 소통 채널이다. 민원인은 카카오톡으로 공무원에게 사진을 보내고, 자치구와 시청은 카카오톡으로 협의하며, 시의원 보좌진과 해외 기관도 카카오톡으로 연결된다. 서울시 행정포털의 내부 메신저는 업무용 PC에서만 돌아가고 모바일 버전도 없으며 외부 관계자와는 아예 연결되지 않는다. 대체재가 없는 상태에서 차단만 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을 부정하고 차단하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끊겠다는 것과 같다. 인프라라면 인프라답게 다뤄야 한다. 도로가 위험하다고 도로를 폐쇄하지 않는다. 가드레일을 세우고 신호등을 달고 속도를 제한한다.

카카오는 최근 경찰청, 검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병무청 등 공공기관 채널에 전용 채팅방 배경을 적용해 기관 사칭 피해를 막는 작업을 시작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이건 표면이다. 진짜 필요한 것은 그 아래 구조다.

3. 해외는 '차단' 대신 '통제 가능한 플랫폼'을 만든다

세계 어느 정부도 메신저 자체를 없애지 않는다. 대신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

EU — 자체 메신저로의 전면 전환. 프랑스,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는 공무원의 WhatsApp·Signal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정부가 통제하는 자체 메신저를 도입하고 있다. NATO는 이미 자체 메신저를 운영 중이며,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벨기에는 총리를 포함한 연방정부 구성원에게 'BEAM'이라는 정부 통제 앱을 쓰도록 했고, 독일은 Wire 기반의 정부용 메신저를 택했다. 러시아계 해킹 그룹이 WhatsApp과 Signal을 통해 정치인과 관료를 대상으로 피싱 공격을 벌인다는 유럽 정보기관들의 경고가 나온 직후, EU 집행위는 일부 고위 관료에게 Signal 단체방을 폐쇄하라고 지시했다.

주목할 점은 유럽이 WhatsApp이나 Signal의 암호화가 약해서 버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종단간 암호화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누가 서버를 갖고 있고, 누가 권한을 설정하며, 누가 기록을 남기느냐?다. 유럽이 원하는 건 더 강한 암호화가 아니라 통제권이다. 네덜란드 디지털 장관의 말을 빌리면, 정부의 소통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것 자체가 위험이다.

미국 — 쓰되, 기록하고 승인받아라. 미국 연방정부는 서드파티 메신저를 원천 금지하지 않는다. 대신 연방기록관리법(FRA, 44 U.S.C. §2911)이 공무원이 개인 계정으로 공무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을 경우 공식 계정을 참조로 넣거나 20일 이내에 공식 계정으로 사본을 전달하도록 의무화한다. 국립기록관리청(NARA)은 2025년 5월 메모에서 Signal·WhatsApp 같은 앱에서 생성된 메시지도 연방 기록이며, 자동 삭제 기능은 기록 보존 의무에 위배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국토안보부(DHS)는 내부 채팅 도구에 "공식 업무 처리에 사용 금지" 배너를 띄우도록 규정하고, 국무부는 Signal·WhatsApp을 "예외적으로만, 승인과 기록 요건 준수 하에" 허용한다. USAID처럼 해외 현장이 많은 기관은 아예 정책을 고쳐 특정 조건에서 Signal·Telegram 사용을 공식 허용했다.

미국의 접근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쓰지 말라'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를 규정하고 있다.

EU는 플랫폼을 바꾸고, 미국은 규칙을 바꾼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둘 다 메신저를 없애지 않고, 공무원의 소통을 정부가 통제하고 기록할 수 있는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 서울시의 '5% 예외 차단'은 이 두 모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5%에서 뚫리던 1몀에서 뚫리던 통제되지 않는 환경이기에 해킹의 입구가 될 수 있다. 그것도 고위직이다.

4. AnySign4PC의 교훈 - 강제된 규정은 관리 없이는 반드시 실패한다

한국은 이미 '강제하되 관리하지 않는' 보안의 대가를 치루고 있다. 공공기관과 금융권에서 사실상 강제 설치됐던 전자서명 프로그램 AnySign4PC의 사례다. 2025년 하반기부터 북한의 라자루스가 이 이 프로그램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악용해, 정상 웹사이트를 워터링홀로 만들어 방문자 PC에 백도어를 심었다. 접속만 해도 감염되는 구조였다. 안랩은 2026년에만 72개 조직에서 관련 공격 흔적을 확인했다. KISA가 패치 공지를 낸 것은 2026년 6월, 공격이 시작되고 반년 넘게 지난 뒤였다.

교훈은 분명하다. 국가가 "이걸 깔아라"라고 강제할 수는 있어도, 그 뒤에 지속적인 취약점 관리와 패치 체계가 없으면 강제 설치된 프로그램은 오히려 전 국민의 PC에 심어진 공격 입장권이 된다. 보안은 규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운영으로 완성된다.

서울시의 차단 조치는 같은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규정은 강력하지만 대체 수단은 없고, 우회는 쉽고, 우회된 트래픽에 대한 관리 체계는 아예 없다.

5. 제안 - 보안이 강화된 '공공용 카카오톡'과 '공공용 네이버'를 만들어라

답은 카카오톡을 없애는 게 아니라 카카오톡을 공공기관용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자신들이 이미 공공 인프라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는 이들과 협력해 '공공기관 전용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 프로필과 기관 프로필의 완전 데이터 분리.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을 확장해 '공공기관 업무 프로필'을 별도로 두고, 이 프로필로 주고받는 대화는 기관이 정한 정책의 통제를 받게 한다. 개인 대화와 업무 대화가 한 화면에 섞이는 현재 구조 자체가 유출의 출발점이다.

둘째, 단톡방 전용 보안 기능. 기관 프로필로 개설된 단톡방에는 참여자 인증, 외부 인원 초대 제한, 방 단위 보존 정책, 퇴직·전보 시 자동 퇴장 같은 기능을 기본 탑재한다. 미국이 FRA로 요구하는 '기록 보존'이 여기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셋째, AI 기반 민감 대화 및 유출 통제. 대화에 주민번호, 계좌, 내부 문서 표식 같은 민감 정보가 포함되면 AI가 실시간으로 감지해 경고하거나 마스킹하고, 스크린샷·복사·전달 권한을 기관 정책에 따라 방별·문서별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메신저를 막을 게 아니라 메신저 안에 DLP를 넣는 것이다.

넷째, DRM이 적용된 웹하드와 파일 공유. 기관 프로필에서 공유되는 파일에는 별도 DRM을 걸어 열람 권한, 유효 기간, 다운로드 가능 여부를 통제한다. 네이버 박스·네이버 메일 역시 동일한 '공공 프로필'을 도입해 첨부파일 검역, AI 기반 스미싱 탐지, 외부 전송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유료화. 이 모든 것은 공짜로 유지될 수 없다. AnySign4PC가 보여줬듯 관리되지 않는 보안 프로그램은 재앙이 된다. 공공기관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 서비스로 만들어야 지속적인 보안 패치, 취약점 대응, 감사 체계가 유지된다. 세금으로 별도 메신저를 개발해 방치하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인프라에 보안 계층을 얹고 그 관리 비용을 지불하는 편이 훨씬 싸고 안전하다.

관점을 바꿔야 보안이 풀린다

EU는 자체 메신저를 만들고 있고, 미국은 서드파티 메신저를 기록 체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국민 메신저 인프라를 이미 갖고 있다. 이를 차단할 것인가, 공공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것인가.

서울시가 던진 문제 제기는 옳다. 하지만 "쓰지 마라"는 답은 2000년대의 답이다. 우회로가 열린 차단은 보안이 아니라 책임 회피이고, 위험을 관리 가능한 곳에서 관리 불가능한 곳으로 옮기는 일이다. 진짜 보안은 국민이 이미 쓰고 있는 채널을 정부가 통제하고 기록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데서 나온다.

차단의 시대는 끝났다. 공공용 카카오톡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