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s Kicking Away the Ladder. MSCI 사다리 걷어차기, 그리고 금융 주권이라는 과제
들어가며, 30년째 풀리지 않는 모순
2025년 6월, MSCI는 또다시 한국을 선진시장(Developed Market)으로 승격시키지 않았다. 관찰대상국(watchlist)에조차 올리지 않았다. 한국이 관찰대상에서 빠진 2014년 이후 11년째, MSCI 체계 안에서 한국은 여전히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다. 규정상 승격을 위해선 최소 1년간 관찰대상에 머물러야 하므로, 빨라야 2028년에나 선진시장 편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기묘한 모순이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고, IMF는 한국을 '선진경제(advanced economy)'로 분류한다.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고, 경제 규모는 아시아 4위·세계 12~14위권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 지수 사업자 MSCI는 한국을 인도네시아, 이집트, 페루와 같은 칸에 넣는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 있다. 나머지 양대 글로벌 지수 사업자 — FTSE Russell과 S&P Dow Jones — 는 이미 한국을 선진시장으로 분류한다. FTSE는 2009년에 한국을 선진시장으로 승격시켰다. 즉 3대 지수 사업자 중 2곳은 이미 한국을 선진국으로 보는데, MSCI만 홀로 '아직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MSCI는 끝까지 한국을 이머징 마켓에 두는가. 표면의 이유와 그 아래의 구조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 MSCI가 내세우는 '공식적인' 이유
먼저 공정하게, MSCI가 밝힌 기술적 사유부터 정리한다. 분석은 서사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사실 위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MSCI의 시장 분류는 ① 경제 발전 수준, ② 시장 접근성, ③ 투자 적격성의 세 축으로 이뤄진다. 경제 발전 항목에서 한국은 차고 넘친다. 발목을 잡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 접근성'이다. 2025년 리뷰에서 MSCI가 든 장애물은 다음과 같다.
- 역외 원화 환전성 제약 — 원화가 한국 시간대에만 거래되어 글로벌 투자자가 24시간 환전·결제하기 어렵다는 점. MSCI가 핵심 장벽으로 꼽는 항목이다.
- 옴니버스 계좌·장외(OTC) 거래 제한 — 외국인 통합 계좌 운용과 장외 거래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
- 외국인 투자자 등록·ID 체계의 경직성 — 현물 이전과 장외 거래를 번거롭게 만든다는 점.
- 배당 절차 — 배당 기준일 전 배당액 확정 제도를 도입했으나, 실제로 채택한 상장사가 소수에 그친다는 점.
- 공매도 금지 이력 — 불공정거래 감독 강화 차원에서 재도입됐던 공매도 금지 조치.
이 목록은 그 자체로 타당하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역외 원화 결제 허용, 외국인 계좌 개설 절차 간소화 등 로드맵으로 상당 부분 대응해 왔다. 문제는, 이 기술적 항목들을 거의 다 충족해 온 FTSE와 S&P는 이미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같은 시장을 두고 한 곳은 '됐다', 다른 곳은 '아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체크리스트 자체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를 읽는 '관점'일 수 있다.
2. 표면 아래의 두 가지 구조적 이유
(1) 한국이 빠지면 이머징 마켓이 '비어버린다'
지수 사업자에게 분류는 학문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이머징 마켓 지수는 천문학적 규모의 추종 자금(EM 펀드·ETF)이 기준으로 삼는 상품이다. 그 상품의 '내용물'이 충분히 두툼해야 지수가 팔린다.
한국은 오랜 기간 MSCI EM 지수에서 중국에 이은 2위 비중 국가였다(과거 약 15%, 2022년 기준으로도 11%대). 여기에 대만(TSMC 효과로 비중 급팽창)과 중국, 인도를 더하면 EM 지수의 사실상 절반 이상이 동아시아·중국·인도에 쏠린다. 만약 한국마저 선진시장으로 빠져나가면 EM 지수는 중국·대만·인도 의존도가 더욱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분산투자 상품으로서의 매력, 즉 '이머징 마켓이라는 자산군의 상품성' 자체가 흔들린다.
다시 말해, 한국은 EM 지수를 '채워주는' 우량 매물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한국의 존재는 EM 상품의 품질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기둥을 함부로 빼면 건물이 휘청인다. 한국이 선진시장에 가도 FTSE 선진지수 내 비중은 1.5% 남짓으로 미미하다 — 선진시장에서는 '작은 신참', 이머징에서는 '핵심 우량주'다. 이 비대칭이 승격을 더디게 만드는 구조적 유인이 된다.
(2) 서구가 아시아를 보는 '프레임'이 남아 있다
또 하나는 인식의 관성이다. '이머징 마켓'이라는 용어 자체가 1970년대 말 서구 금융계에서 만들어졌다. 그 분류의 시선 속에서 아시아 경제는 오랫동안 '성장하는 변방',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장'으로 자리매김됐다.
IMF는 10여 년 전 이미 한국·대만·이스라엘을 선진경제로 분류했다. 그런데 자본시장 분류에서는 이 인식이 좀처럼 갱신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에서 'BRICs'를 만든 짐 오닐조차 한국을 이머징으로 보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객관적 지표가 선진국을 가리키는데도 분류가 따라오지 못하는 간극 —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관점'과 '관성'이다.
이것은 음모론이 아니다. 분류는 결국 '글로벌 투자자 커뮤니티의 인식'을 반영한다고 MSCI 스스로 밝힌다. 그 커뮤니티의 다수가 여전히 한국을 '선진시장 클럽의 정식 멤버'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경제적 사실이다.
3. 대만이라는 거울, 그리고 '한국 규모' 국가의 전례
칼럼의 한 축으로 두 가지를 검증했다.
첫째, 대만은 이머징 마켓인가?그렇다. MSCI는 대만을 여전히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한다. FTSE조차 대만을 완전한 선진국이 아니라 '선진 이머징(Advanced Emerging)'에 둔다. 단, 대만의 경우는 결이 다르다. 지수 사업자들이 대만 승격에 신중한 핵심 이유는 양안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즉 대만은 '제도적 기준 미달'이라기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관망'에 가깝다. 한국은 그 지정학적 면죄부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의 발목을 잡는 것은 순수하게 환전성·계좌·결제 같은 시장 인프라 항목뿐이다 — 그리고 그 항목들은 FTSE·S&P가 이미 통과시킨 것들이다.둘째, 한국 규모의 경제가 이토록 오래 이머징으로 분류된 전례가 있는가? 거의 없다. 고소득 OECD 회원국이자 IMF가 선진경제로 분류하는 나라가 세계 2대 지수 사업자에 의해 수십 년째 '이머징'으로 남아 있는 것은 한국이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중국은 절대 규모는 크지만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명백히 이머징 단계다. 이스라엘은 2010년 MSCI가 선진시장으로 승격시켰다. 그리스는 선진→이머징 강등(2013) 후 다시 선진으로 복귀(MSCI 2027년 5월 예정)한다. 분류는 이렇게 양방향으로 움직인다. 오직 한국만, 소득·규모·제도 어느 잣대로도 이머징이라 보기 어려운 위치에서, 변함없이 그 칸에 갇혀 있다.
4. 이것은 '사다리 걷어차기'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선진국들이 자신은 보호무역과 국가 개입으로 성장해 놓고, 막상 정상에 오른 뒤에는 후발국에게 그 사다리를 걷어차며 '자유시장'을 강요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라 불렀다.
자본시장 분류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작동한다. 선진시장이라는 '클럽'의 멤버십은 단순한 라벨이 아니다. 그것은 수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자동으로 배분되는 자격이며, 더 낮은 자본조달 비용, 더 안정적인 외국인 자금 기반,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의미한다. 한국 시장이 만성적으로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축에는, 한국이 선진시장 인덱스가 아니라 변동성 높은 이머징 인덱스에 묶여 있다는 구조적 요인도 자리한다.
기준은 명문화돼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읽고 판정하는' 권한은 소수의 민간 지수 사업자에게 집중돼 있다. 한국은 그 판정의 객체일 뿐, 판정의 주체가 아니다. 사다리의 마지막 한 칸 앞에서, 그 칸을 내려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뉴욕의 한 인덱스 회사다. 이 비대칭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이다.
5. 금융 주권의 문제 - SpaceX 주식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까지
분류 문제는 결국 '금융 주권'이라는 더 큰 주제의 한 단면이다. 금융 주권은 추상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층위들로 나타난다.
한쪽 끝에는 SpaceX 같은 비상장 우량주를 우리 자본이 직접 받아올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세계의 가장 매력적인 사적 자산 — 상장 전 테크 유니콘의 지분 — 에 한국 기관이 일류 글로벌 IB와 동등한 자격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 지금은 대개 미국·유럽계 대형 IB의 네트워크를 통해야만 그 물량이 배분된다. 우리는 그 테이블의 손님이지, 테이블을 차린 주인이 아니다.
다른 쪽 끝에는 이번 MSCI 분류 같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 명시적 차별이 아니라, 관행과 관점과 멤버십의 형태로 작동하는 구조적 비용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환헤지 비용, 신용평가의 보수적 적용 — 이 모두가 같은 스펙트럼 위에 있다. 금융 주권의 결핍은 이렇게 노골적인 빗장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할인까지, 다양한 얼굴로 한국 자본의 몫을 깎아낸다.
6.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분류를 외부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판정의 객체에서 벗어나려면, 판정의 장(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과 지위를 갖춰야 한다.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글로벌 IB 플레이어를 키워야 한다.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블랙록에 견줄 한국 토종 투자은행·자산운용사가 없는 한, 한국 자본은 영원히 남의 네트워크에 세를 들어 사는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SpaceX 지분을 우리가 직접 소싱하고, 글로벌 딜의 주관사 테이블에 우리 이름이 오르고, 지수 사업자와 대등하게 대화하는 그런 체급의 플레이어가 있어야 비로소 '관점'을 바꿀 수 있다.둘째,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2025년 말 적립금 약 1,458조 원(2026년 들어 1,500조 원대)으로 세계 3대 연기금에 드는 거대 자본이다. 해외 주식에만 약 557조 원(전체의 36.5%)을 투자하고 있고, 2025년 운용수익률 18.82%로 CalPERS·노르웨이 GPFG·일본 GPIF·캐나다 CPPIB 등 주요 글로벌 연기금을 모두 앞섰다.
이 정도 자본은 그 자체로 '발언권'이다. MSCI의 분류는 결국 글로벌 투자자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급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야말로 그 커뮤니티에서 가장 무거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다. 한국 시장의 접근성 개선을 요구받는 '대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규칙이 만들어지는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거대한 자본을 가졌으면서도 그 무게에 걸맞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금융 주권의 방기다.
맺으며
MSCI가 한국을 이머징 마켓에 두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환전성과 시장 접근성이지만, 그 아래에는 'EM 지수를 채워줄 우량 매물로서의 한국'이라는 상업적 유인과 '아시아를 보는 서구의 관성'이라는 인식의 문제가 깔려 있다. FTSE와 S&P가 이미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는 사실이 그 간극을 증명한다.
이것은 단순한 라벨 싸움이 아니라 사다리 걷어차기이며, 금융 주권의 문제다. 답은 호소가 아니라 실력이다. 글로벌 체급의 IB를 키우고, 1,500조 원의 국민연금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제 무게만큼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한국은 판정받는 자리에서 판정에 참여하는 자리로 옮겨갈 수 있다.
참고자료 (References)
- MSCI, "MSCI Announces Results of the MSCI 2025 Market Classification Review" (보도자료, 2025.6) — 원화 역외 환전성·ID 체계·접근성 항목.
- KED Global, "MSCI maintains S.Korea's emerging-market status; level playing field eyed" (2025.6.25) — 관찰대상 미편입, 2014년 이후 EM 잔류, 옴니버스 계좌·OTC·배당 절차 지적, 2028년 승격 가능성.
- Bloomberg, "MSCI Keeps South Korea's Emerging-Market Status in Review" (2025.6.24) — 외환 개혁 미흡·공매도 관련 언급.
- The Korea Times, "Will Korea finally win MSCI developed market status?" (2026.6) — 정부 외환·자본시장 개혁 로드맵.
- Investment Magazine, "Emerging-market benchmarks are about country-picking" (2024.9.23) — FTSE Russell·S&P Dow Jones의 한국 선진국 분류, MSCI의 9개 접근성 장애물.
- LSEG / FTSE Russell, "Korean equities: A diverging, concentrated market" (2026.6) 및 FTSE South Korea Whitepaper (2013) — FTSE의 2009년 한국 선진시장 승격.
- Timeline, "MSCI vs FTSE — What's the difference?" — 한국이 FTSE 선진지수 약 1.53%, MSCI EM 약 11%대 비중.
- ETFdb, "Are Taiwan, South Korea and Israel Developed or Emerging Markets?" — IMF의 한국·대만·이스라엘 선진경제 분류, MSCI의 대만 EM 분류.
- Bogleheads 포럼 토론 — FTSE의 대만 'Advanced Emerging' 분류,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관망.
- Barchart, "MSCI to reclassify the MSCI Greece Indexes from Emerging Market to Developed Market status" (2026.1) — 그리스 선진시장 복귀(2027.5).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 국민연금 온에어 — 2025년 말 적립금 약 1,458조 원, 해외주식 약 557조 원(36.5%), 2025년 수익률 18.82%.
- 데이터솜, "국민연금 작년 수익률 18.97%…글로벌 5대 연기금보다 수익률 앞서" — 글로벌 연기금 대비 성과.
-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 후발국에 대한 선진국의 구조적 제약 개념.
본 칼럼의 수치는 2025~2026년 공개 자료 기준이며, MSCI·FTSE 분류는 매년 6월(주식)·연례 리뷰에서 갱신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