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7일, 유튜브 채널 가머스 넥서스(Gamers Nexus)가 Level1Techs 및 독립 보안 연구자들과 함께 135분짜리 조사 영상을 공개했다. 요지는 이렇다. LG 스마트 TV가 시청 정보뿐 아니라 집 안의 다른 기기, 주변 Wi-Fi, 위치, 그리고 마이크로 들어온 음성에서 생성된 텍스트까지 수집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화면이 꺼진 대기 상태에서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국내 보도는 이것을 "화면이 꺼져도 도청"이라는 한 줄로 압축했다. 자극적이지만 부정확하고, 부정확한 만큼 반박당하기 쉽다. 이 글은 그 한 줄을 세 개의 층위로 분해한 뒤, 진짜 질문 — 왜 TV 제조사가 이런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가 — 에 답하려 한다.
1. 먼저,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주장인가?
논쟁적 사안일수록 사실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먼저다. 이번 조사에서 나온 주장은 최소 3개의 관점으로 나뉜다.
관점 1 — 기본 동작(native behavior)으로 관측된 것
가머스 넥서스의 스티븐 버크는 패킷 캡처와 펌웨어 분석을 통해 TV가 IP 주소, 위치 데이터, 주변 Wi-Fi 네트워크의 이름·신호 세기·채널 번호를 수집하는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또한 TV와 페어링되지 않은 로컬 네트워크 기기 —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공유기, 온도조절기, 공기청정기, 서버 BMC, PC — 를 열거했다. 버크는 이것이 전부 LG 장비의 기본 동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TV 내부 데이터에서 오디오로부터 생성된 평문 전사 텍스트를 찾았다고 했다.
관점 2 — 대기 상태 지속 캡처 주장
연구진의 주장은 "음성 인식이 활성화된 이후에도, 디스플레이가 대기 상태에 들어간 뒤까지 오디오 캡처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에서 분리된 상태에서도 캡처가 이어지고 로컬에 저장됐다가 연결 복구 후 전송됐다는 패킷 로그 데이터가 공개 되었다.
관점 3 — RCE 취약점을 악용한 경우
연구진은 원격 코드 실행(RCE) 취약점을 발견해 책임 공개(responsible disclosure)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매체가 전한 "침해된 TV가 꺼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에서도 마이크로 오디오를 캡처할 수 있음을 시연했다"는 대목은 이 층위에 속한다.
세 관점을 뭉개서 "LG가 전 국민을 도청한다"고 쓰면, LG는 층위 3만 붙잡고 "그건 취약점 악용 시나리오이지 제품 동작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 그만이다. 반대로 첫번째 관점만 봐도 이미 충분히 심각하다는 것이 이 사안의 핵심이다.
LG는 이전부터 자사 TV가 "주변 대화를 수집, 녹음 또는 저장하지 않으며", 음성 인식은 사용자가 활성화해야만 동작하는 선택 기능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조사에 대해서도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2. "화면 꺼짐"은 "전원 꺼짐"이 아니다
'화면 꺼짐'이 '전원 꺼짐'이 아니라는 점은 가장 먼저 깨야 할 오해다. 리모컨의 전원 버튼은 지난 15년간 전원 스위치가 아니었다.
현대 스마트 TV의 "꺼짐"은 사실상 대기 전력 상태다. 패널 구동 회로와 백라이트(OLED라면 발광 소자)는 내려가지만, SoC의 일부 도메인, 네트워크 스택, 그리고 저전력 오디오 프론트엔드는 살아 있다.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제품 기획서에 이미 다 적혀 있다.
- 즉시 켜기(Quick Start+, Instant On) — 부팅 시간을 없애려면 OS를 완전히 내릴 수 없다
- 음성 호출 대기(Always Ready, "하이 엘지") — 호출어를 들으려면 마이크와 DSP가 상시 샘플링해야 한다
- HDMI-CEC / Wake-on-LAN — 외부 기기나 앱이 TV를 깨울 수 있어야 한다
- OTA 펌웨어 업데이트와 광고 프리캐싱 — 새벽에 네트워크로 무언가를 받아 두어야 한다
즉 호출어 대기 기능이 켜진 TV는 정의상 항상 듣고 있다. 이건 LG만의 문제도, 은폐된 백도어도 아니다. 아마존 에코, 구글 네스트, 아이폰의 "시리"가 전부 같은 구조이다. 마이크가 링 버퍼에 계속 오디오를 채우고, 호출어 검출기가 그 버퍼를 스캔하고, 검출되지 않으면 버퍼는 덮어써진다.
따라서 "듣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스캔들이 아니다. 진짜 질문은 그다음이다. 버퍼는 언제, 무엇으로, 어디에 남는가?
이번 조사가 겨냥한 지점이 정확히 거기다. 연구진의 주장대로라면 LG TV는 (a) 활성화 이후 캡처를 멈춰야 할 시점에 멈추지 않았고, (b) 그 결과물을 휘발시키지 않고 텍스트로 남겼으며, (c) 그 텍스트가 디스플레이가 꺼진 뒤에도 생성됐다. 호출어 대기의 기술적 필연성과, 발화가 끝난 뒤에도 전사가 계속 쌓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3. 왜 음성이 아니라 텍스트로 남기는가? — 부인(否認)의 문법
조사 결과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은 "녹음 파일"이 아니라 "평문 전사 텍스트"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설계다. 이유는 세 가지인데, 셋 다 제조사에게 유리한 정황이 있다.
첫째, 비용. 원본 오디오는 무겁다. 24시간 PCM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것은 대역폭과 스토리지 양쪽에서 비합리적이다. 반면 텍스트는 가볍고, 인덱싱되고, 바로 질의 가능하다.
둘째, 가치. 광고 타깃팅에 필요한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의미다. "다음 주 제주도 갈까"라는 문장에서 필요한 건 화자의 성문(聲紋)이 아니라 '제주', '여행', '다음 주'라는 토큰이다. 온디바이스 STT가 충분히 싸진 지금, 음성을 서버로 보낼 이유 자체가 없어졌다.
셋째 —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 — 법적 표현의 여지. "우리는 주변 대화를 수집, 녹음 또는 저장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은, 저장된 것이 파형이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텍스트일 때 글자 그대로는 참이 될 수 있다. 녹음(recording)은 하지 않았다. 텍스트로 전사(transcription)를 했을 뿐이다.
이것이 이 사안의 언어적 급소다. 지난 10년간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의 프라이버시 부인 성명은 거의 예외 없이 이 구조를 취해 왔다. 부인의 문법은 늘 녹음을 하지 않고 텍스트만 보전하는 구조에 있다.
"녹음하지 않는다"는 말은 "듣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서버에 보관하지 않는다"는 말은 "수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개인정보가 아니다"라는 말은 "당신을 특정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2013년 영국의 IT 컨설턴트 제이슨 헌틀리가 LG TV의 시청 기록 전송을 폭로했을 때, LG는 결국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수집된 채널·플랫폼·방송 소스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 시청 정보"라고. 13년이 지난 지금, 문장 구조가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수집 대상이 채널 번호에서 대화 전사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4. 왜 인터넷이 끊겨도 계속 수집하는가?
많은 사람이 이 대목에서 가장 소름 끼쳐 했다. 인터넷을 뽑아도 저장했다가, 다시 연결되면 보낸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이건 특별한 악의의 증거가 아니다. store-and-forward 큐는 모든 상용 텔레메트리·애널리틱스 SDK의 표준 구현이다.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환경에서 이벤트 유실을 막기 위해 로컬 큐에 쌓았다가 재전송한다. 모바일 앱 어느 것을 뜯어봐도 나온다.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함이 진짜 시사점이다.
어떤 기능이 오프라인 버퍼링과 재전송 보장까지 구현되어 있다는 것은, 그 데이터가 "있으면 좋은 부가 정보"가 아니라 "유실되면 안 되는 핵심 자산"으로 취급됐다는 뜻이다.
부수적 기능은 네트워크가 끊기면 그냥 버린다. 큐를 만들고, 재시도 로직을 짜고, 저장 공간을 할당하는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 엔지니어가 그 비용을 들였다는 것은, 그 데이터에 매출 책임이 걸려 있다는 뜻이다. 광고 측정(measurement)은 노출과 도달을 누락 없이 집계해야 정산이 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수집은 도청의 증거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이 이 제품의 부가 기능이 아니라 본체라는 증거다.
5. 왜 온도조절기와 서버 BMC까지 스캔하는가?
TV가 왜 공기청정기와 서버 관리 컨트롤러의 존재를 알아야 하는가? 온도조절기에 광고를 띄울 것도 아닌데.
답은 광고가 아니라 디바이스 식별이다.
크로스 디바이스 광고의 최대 난제는 "이 TV를 보는 사람과 저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같은 가구인가"를 판정하는 것이다. IP 주소는 바뀐다. 광고 ID는 초기화된다. 쿠키는 죽었다. 그런데 집 안의 기기 구성 — 어떤 공유기, 어떤 프린터, 어떤 워치, 주변에 잡히는 Wi-Fi SSID들의 집합과 신호 세기 — 은 몇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
즉 로컬 네트워크 스캔은 IP 변경과 ID 초기화를 뚫고 살아남는 가구 단위 지문(household fingerprint)을 만든다. 온도조절기가 흥미로워서가 아니라, 안정적이어서 수집한다.
LG Ads Solutions의 자료가 이 설계를 그대로 확인해 준다. 미국 내 webOS 기반 LG TV는 약 4,900만 대. 그런데 회사가 말하는 총 도달 범위는 3억 6,300만 대의 "도달 가능한 2차 기기(addressable secondary devices)"다. (일부 국내 보도가 이 숫자를 "TV 대수"로 옮겼는데, 2차 기기 수다. 이 차이가 오히려 사안의 본질이다.) TV 한 대당 78대의 다른 기기를 붙여서 팔고 있다는 뜻이고, 그 78대의 정체가 바로 로컬 네트워크 스캔의 결과물이다.
LG의 광고주 대상 마케팅 문구는 놀랍도록 솔직하다. "우리는 LG 가구 안에 누가 있는지 안다. 어떤 기기가 있는지 안다. TV에서 무엇에 노출됐는지 알고, 그 도달을 모바일로 확장하는 법을 안다." 가머스 넥서스 영상에는 LG 임원 세 명이 각각 우리가 그 유리(the glass)를 소유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거실 벽에 걸린 유리를, 그 값을 치른 사람은 소비자인데, 소유한다고 말하는 쪽은 제조사다.
6. 그래서 진짜 이유 — 패널은 원가고, 가정의 디바이스들은 상품이다
여기까지 오면 제목의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왜 TV는 꺼진 상태에서도 듣는가?
TV를 파는 사업이 더 이상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TV 하드웨어 마진은 오래전에 붕괴했다. 패널은 범용화됐고, 중국 제조사와의 가격 경쟁은 끝나지 않으며, 소비자는 7~10년에 한 번 산다. 한 번 팔면 그 고객으로부터 다시 매출이 나오기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커넥티드 TV 광고는 매일 매출이 난다. 같은 거실에서, 같은 기기로, 10년 동안. 업계에서는 이미 커넥티드 TV의 생애주기 광고 수익이 하드웨어 마진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통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은 하나로 수렴한다. 패널을 원가에 가깝게 팔고, 그 대신 거실의 각종 인터넷 연결 기기 정보를 모아 광고하고 타겟팅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 순간 제품의 정의가 바뀐다.
TV는 팔리는 순간 제품이기를 멈추고, 광고 채널이 되기 시작한다. 소비자는 디스플레이를 산 것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광고 인프라를 거실에 설치해 준 것이다.
마이크가 대기 중에 살아 있는 것도, 인터넷이 끊겨도 큐에 쌓는 것도, 온도조절기까지 열거하는 것도 — 이 관점에서 보면 전부 버그가 아니다. 손익계산서의 항목이다. 각각의 기능에 담당 조직이 있고, KPI가 있고, 광고주에게 판매되는 상품 설명서가 있다.
이것이 "왜 LG가 이런 짓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틀린 이유다.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런 사업 구조에서, 어떤 제조사가 이걸 안 할 수 있는가. 삼성, TCL, 하이센스, 로쿠, 비지오 모두 형태만 다른 ACR을 탑재하고 있다. 가머스 넥서스 자신도 영상 말미에 다른 제조사도 대체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이번에 가장 정밀하게 뜯긴 회사일 뿐이다.
7. 보안 관점 — 광고를 위해 만든 능력은, 공격자에게도 능력이다
여기서부터가 보안 실무자로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프라이버시이다.
프라이버시 논쟁은 대개 "제조사가 나쁜 의도를 가졌는가?"를 두고 벌어진다. 하지만 위협 인텔리전스의 관점에서 의도는 부차적이다. 중요한 것은 능력(capability)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가다.
이번 사안이 만들어낸 구조를 냉정하게 기술하면 이렇다.
- 전 세계 수억 대 규모로 배포되어 있고
- 상시 전원이 인가되며
- 상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 마이크를 보유하고
- 화면 콘텐츠를 식별(ACR)할 수 있으며
- 로컬 네트워크의 다른 기기를 열거할 수 있고
- 오프라인 저장과 자동 재전송 파이프라인을 이미 갖췄으며
- OTA로 원격에서 동작을 바꿀 수 있고
- 사용자가 EDR도, 로그 조회도, 패킷 감사도 할 수 없는
...펌웨어 기반 상시 노드가 각 가정과 회의실과 병원 대기실에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RCE 취약점이 하나 얹힌다.
공격자 입장에서 이건 임플란트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미 설치된 파이프라인의 목적지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 수집 로직도, 버퍼링도, 재전송도, 은폐도 전부 제조사가 만들어 놓았다. 공격자는 엔드포인트 하나만 바꿔 끼우면 된다.
이것이 프라이버시 설계 결정이 곧 보안 위협 표면이 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광고 매출을 위해 만든 상시 수집 능력은, 그 능력을 탈취하는 자에게 그대로 이양된다. APT 행위자에게든, 랜섬웨어 조직에게든, 혹은 영장이나 행정 명령을 든 국가기관에게든.
가머스 넥서스가 영상 말미에 남긴 문장이 정확하다. "거실 벽에 감시 카메라를 걸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걸리게 된다."
그리고 이 논의는 가정용 TV에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모델의 스마트 TV가 회의실, 임원실, 병원 진료 대기실, 법무법인 응접실에 걸려 있다. 기업 보안 담당자에게 이건 프라이버시 이슈가 아니라 정보 자산 관리 이슈다. 당신의 조직도에 없는 상시 마이크 장치가 회의실에 몇 대나 있는지, 그것들이 어느 VLAN에 붙어 있는지 답할 수 있는가?
8. 한국에서 이 사안이 갖는 특수성
미국에서 이 문제는 주로 FTC와 주(州) 프라이버시법, 그리고 집단소송의 영역이다. 한국은 지형이 다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미국식 "동의 기반 데이터 수집" 프레임보다 훨씬 날카로운 칼이다. 가정 내 구성원들의 대화가 발화자의 인지 없이 텍스트로 전사되어 사업자 서버로 이동했다면, 이것이 "저장"인지 "청취"인지, 파형이 아닌 전사물도 대화의 녹음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법률가가 아니므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이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이며 LG 스마트TV의 복잡한 약관은 이에 대한 고민의 산물, 로펌의 결과물일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측면에서는 두 가지가 걸린다.
첫째, 구매 시점에 리모컨으로 몇 번 눌러 넘긴 약관 동의가 실질적 동의로 인정될 수 있는가?
둘째. 그리고 이쪽이 더 중요한데, 10년을 쓰는 기기의 동작이 OTA로 사후에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구조적 결함이다. 소비자는 2020년의 사양과 정책을 보고 기기를 샀는데, 2026년의 그 기기는 다른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수집하고 있을 수 있다. 그사이 약관은 몇 차례 개정됐고, 개정 동의는 TV 화면의 팝업으로 처리됐다. 구매 시점의 동의와 운영 시점의 기능이 분리되어 있는 한, 사전 동의라는 제도는 단순 눈가림에 불과할 수 있다.
규제가 물어야 할 질문은 "LG가 도청했는가?"가 아니라, "구매 후 OTA로 데이터 수집 범위를 확대할 때 제조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후자는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제대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규율되지 않았다.
9.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개인 사용자에게 실효성 순서대로
TV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한다. 가장 확실하다. 스마트 기능은 별도의 스트리밍 스틱에 맡긴다. 수집 주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하나로 줄이는 것이지만, 최소한 TV의 마이크와 ACR은 무력화된다.
분리가 어렵다면 별도 VLAN 또는 게스트 네트워크로 격리한다. 로컬 기기 열거의 재료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가구 지문 형성을 막는 가장 직접적인 조치다.
ACR(Live Plus) 비활성화. 설정 → 전체 설정 → 일반 → 시스템 → 추가 설정 → Live Plus 끔.
음성 인식 및 '항상 대기' 기능 비활성화. AI 서비스 관련 항목 전체.
개인정보 및 약관 메뉴에서 동의 철회 및 기존 수집 데이터 삭제 요청.
다만 정직하게 덧붙이자면, 1~5번은 전부 개인이 자기 시간을 들여 기업의 설계 결정을 사후 보정하는 일이다. 제도와 투명성, 프라이버시의 범위와 담론이 정리되지 않았고 근본 해법이 아니다.
기업 보안 담당자에게: 사무 공간의 스마트 TV를 자산 목록에 올리고, 별도 세그먼트로 격리하고, 마이크 탑재 여부를 확인하라. 회의실 TV는 네트워크 연결 없이 HDMI 입력만 쓰는 구성이 기본값이어야 한다.
규제 당국과 업계: 이 사안의 교훈은 특정 회사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판매 시점에 데이터 수집 범위를 표시할 의무, 구매 후 OTA로 수집 범위를 확대할 때의 재동의 요건, 그리고 마이크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하드웨어 스위치의 표준화다. 노트북 웹캠에는 셔터가 달렸는데, 거실 TV의 마이크에는 아무것도 없다.
맺으며
2013년, LG는 시청 기록을 몰래 전송하다 적발됐고, "그건 개인정보가 아니라 시청 정보"라고 답했으며, 펌웨어 업데이트를 약속했다. 2026년, 같은 회사가 다시 적발됐고, 이번에 수집된 것은 채널 번호가 아니라 거실의 대화였다.
13년 동안 달라진 것은 기술의 정밀도지 회사의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자세가 달라지지 않은 이유는 경영진의 도덕성이 아니라 사업 구조에 있다. 패널 마진이 0으로 수렴하는 한, 거실에서 데이터를 캐내는 것 말고 매출을 만들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건 LG만의 사건이 아니고, LG를 규탄하는 것으로 끝날 사건도 아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 돈을 내고 산 물건이 우리 가족의 개인정보를 가공하여 상품으로 되파는 것을 정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가?
출처
- Gamers Nexus, 원본 조사 영상 (2026. 9. 7.) — https://www.youtube.com/watch?v=6IFVTcM28KA
- The Register, "LG accused of 'egregious invasion of privacy' over TV data collection" (2026. 9. 8.)
- TechRadar, LG TV 데이터 수집 관련 보도 (2026. 9. 7.)
- Malwarebytes, "LG TV flaws could let attackers listen in, even in standby mode" (2026. 9.)
- Notebookcheck, Digital Watch Observatory 관련 보도 (2026. 9.)
- The Register / BBC / CBC, 2013년 Jason Huntley 사건 및 LG 공식 입장
- LG Ads Solutions 공개 마케팅 자료 (미국 webOS TV 4,900만 대, 도달 가능 2차 기기 3억 6,300만 대)
이 글은 프라이버시·보안 분석이며, 투자 권유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LG에 대한 고발·단정이 아니라 사업 구조와 능력(capability)을 읽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