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 시세조종 범행으로 인하여 주식 거래에 관한 자본시장질서가 교란되었고, 다수의 선량한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 서울고등법원 2017노559 판결문
이 문장은 기자가 쓴 것도, 피해자가 쓴 것도 아닙니다. 대한민국 법원이 판결문에 직접 적은 사실 인정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가리키는 피고인은, 그로부터 몇 해 뒤 또 다른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자취를 감췄습니다. 6년이 지났습니다.
이 글은 그 사람에 대한 감정적 비난문이 아닙니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확정 판결문 네 건을 순서대로 읽고, 거기에 실제로 적혀 있는 문장만으로 사실관계를 복원한 기록입니다. 추측은 넣지 않았고, 출처를 댈 수 없는 수치는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판단받지 않은 혐의는 혐의라고 명확히 구분해 두었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감정이 앞서는 순간 오히려 힘을 잃기 때문입니다. 분노는 반박당하지만, 판결문은 반박당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 2011년, "동종전과가 없고"
시작은 2007년에 기소된 사건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을 받고,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었다가,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아온 긴 사건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가 2011년 11월 24일 선고한 2011노2110 판결이 그 결말입니다.
죄명은 증권거래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그리고 배임이었습니다. 판결문이 인정한 그의 역할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금융전문가로서, 공동피고인들이 코스닥 등록법인의 대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뒤 두 개의 회사를 우회상장하면서, 차명주주를 동원하는 방법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포탈하면서도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게 되는 전체 과정을 총괄하고 기획하였다. 또한 해당 상장법인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별도로 배임행위를 저질렀다.
'총괄하고 기획했다'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키는 대로 계좌를 빌려준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재판부도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선고형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었습니다. 재판부가 든 유리한 사정 중 첫 번째는 이것이었습니다.
"피고인이 동종전과가 없고"
2011년 11월의 그는, 법원이 보기에 초범이었습니다. 이 문장은 나중에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두 번째 — 2012년, 그리고 대법원
첫 판결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2년 11월 2일, 같은 사람이 다시 서울고등법원 법정에 섰습니다. 사건번호 2012노1467, 죄명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습니다.
결과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검사가 무죄 부분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4월 11일(2012도14446) 상고를 기각했고, 이로써 유죄와 무죄가 함께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사건은 전부 유죄가 아닙니다. 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세 개 항목 — 장내매수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두 건 — 은 무죄로 판단되었고 그 무죄도 확정되었습니다. 검사의 상고 이유를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입니다.
이런 사건을 다룰 때 가장 흔한 실수가 "확정 판결 = 전부 유죄"로 뭉뚱그리는 것입니다. 그 순간 글 전체의 신뢰도가 무너집니다. 무죄는 무죄대로 적어야 유죄 부분이 무게를 갖습니다.
세 번째 — 유일한 실형, 징역 3년
세 번째 처벌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확인됩니다. 뒤에 나올 2017년 판결문이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적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이미 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식에 대한 가장납입 등을 이유로 한 상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어 복역까지도 모두 마쳤는바"
가장납입은 실제로 돈을 넣지 않고 넣은 것처럼 꾸며 자본금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회사의 실체 자체를 허구로 만드는 범죄라, 뒤따르는 모든 주가 조작의 토대가 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확인된 네 건 중 유일하게 실제로 형이 집행된 사건입니다. 나머지 세 건은 모두 집행유예였습니다.
네 번째 — 2017년, 20억 원의 약속어음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가 2017년 9월 13일 선고한 2017노559. 이 판결은 상고 없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죄명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입니다.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은 세 갈래입니다.
첫째, 시세조종에 가담했습니다. 재판부는 "공범들과 시세조종 주문을 한 횟수, 수량, 시가에 대한 영향력 등에 비추어 시세조종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고", 범행 실행에 있어 공범들 사이에서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 점에 비추어 "그 가담정도가 무겁다"고 했습니다. 설계자에서 연결자로 역할은 바뀌었지만, 자리는 여전히 중심이었습니다.
둘째, 사내이사로서 보고의무를 어겼습니다. 자신이 취득해 소유하고 있는 그 회사 주식의 소유상황과 변동내용을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에 알려야 할 정보를 알리지 않은 것입니다.
셋째, 회사에 20억 원의 손해를 입혔습니다. 시세조종 자금으로 쓰인 20억 원과 관련해, 그는 임의로 제3자에게 회사 명의의 액면금 20억 원짜리 약속어음과 회사를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금전차용증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회사를 빚보증인으로 세운 것입니다. 재판부는 "사내이사로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에 20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며 "피해액이 거액인 점에 비추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형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습니다. 재판부가 든 유리한 사정은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시세조종이 결국 실패해 실제로 취득한 이익이 없어 보이는 점, 고소인들과 합의하고 피해 회사 측에 2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그리고 앞서 확정된 상법위반죄와 함께 재판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의 변호인은 항소이유서에서 시세조종과 배임 모두에 대해 사실오인·법리오해를 주장했다가 2017년 9월 1일 제4회 공판기일에서 그 주장을 모두 철회하고 양형부당만 남겼습니다. 유죄 자체는 더 이상 다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집행유예를 세 번 받는다는 것
여기까지가 판결문으로 확인되는 기록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네 번의 유죄, 그중 실형은 한 번.
| 사건 | 내용 | 형 |
|---|---|---|
| 2011노2110 | 우회상장·조세포탈 총괄 기획, 대표이사로서 배임 | 집행유예 |
| 2012노1467 (대법원 확정) | 자본시장법 위반 (일부 무죄 확정) | 집행유예 |
| 상법위반(가장납입) 등 | — | 징역 3년 실형, 복역 완료 |
| 2017노559 | 시세조종, 보고의무 위반, 20억 원 배임 | 집행유예 |
집행유예는 나쁜 제도가 아닙니다. "이번 한 번은 사회에서 반성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그 취지입니다. 우리 형사사법이 사람을 한 번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에게 세 번 반복되면, 그것은 더 이상 기회가 아니라 하나의 경로가 됩니다. 2011년의 재판부는 "동종전과가 없고"라고 적었습니다. 그 문장은 사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작점이었습니다. 그 뒤로 자본시장법 위반 유죄가 두 번 더 쌓였습니다.
문제는 이 경로가 예측 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자본시장 범죄는 피해가 넓게 흩어져 있어 피해자 개개인의 목소리가 작고, 이익을 실제로 얼마나 얻었는지 입증하기 어려우며, 합의금으로 정상 참작을 받기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래서 "죄질이 무겁다"와 "집행유예"가 같은 판결문 안에 나란히 적히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는 통계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차트가 오를 때 들어가서 내려올 때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고소장을 쓰지 않고, 기자회견을 열지 않으며, 대개는 자기가 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고 스스로를 탓하며 계좌를 닫습니다.
그래서 앞서 인용한 문장이 중요합니다.
"다수의 선량한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그들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이름도 숫자도 없지만, 판결문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에 대한 응답은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이었습니다.
한편 회사가 입은 20억 원의 손해에 대해서는 2억 5,000만 원의 합의금이 지급되었습니다. 합의는 정당한 양형 요소입니다. 다만 시장 전체가 입은 교란과 이름 없는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서는, 합의할 상대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 범죄에서 "피해 회복"이라는 말이 언제나 절반만 진실인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습니다
네 건의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뒤, 그는 시그널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다시 기소되었습니다. 사건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계속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석으로 석방된 뒤 도주했고, 재판은 그 시점에서 멈췄습니다. 6년이 지났습니다.
이 사건의 혐의 내용 — 허위 공시를 통한 주가 조작이라는 구조, 부당이득의 규모, 투자자 피해의 크기 — 은 아직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았습니다. 앞의 네 건과 달리 확정된 사실이 아니므로,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적지 않겠습니다. 그가 유죄인지 아닌지를 정하는 것은 법원의 일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도주한 피고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다만 재판이 6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확정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문제입니다.
왜 6년입니까
여기서부터는 제가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영역입니다. 그래서 단정하지 않고 질문으로 남기겠습니다.
보석은 무엇을 근거로 허가되었습니까. 보석은 피고인이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리라는 신뢰 위에 서 있는 제도입니다.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이미 세 차례 유죄를 받았고, 도주 전력이 보도된 피고인에 대해 그 신뢰는 어떤 자료로 판단된 것입니까.
전자장치 부착은 왜 붙지 않았습니까. 보석 조건으로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어 있습니다. 도주 위험이 높은 피고인에게 이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제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출국금지는 실제로 작동했습니까. 그리고 6년 동안 이 사건의 집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한 주체는 어디입니까.
한 사람이 6년 동안 검거되지 않는 일이 개인의 도피 능력만으로 설명됩니까.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근거 없이 배후를 지목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이 질문이 6년째 공개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재판이 멈춰 있는 동안 피해자들의 시간도 함께 멈춰 있다는 것입니다. 형사판결이 없으면 손해배상 소송의 근거를 세우기 어렵고, 증거는 흩어지고, 관련자들의 기억은 옅어집니다. 도주는 단순히 처벌을 미루는 행위가 아니라, 피해 구제의 통로 자체를 막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다음 사람도 똑같은 계산을 할 것입니다. 걸려도 집행유예, 정말 위험해지면 보석으로 나와서 사라지면 된다 — 그 계산이 6년 동안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의 결론입니다.
제보 안내
소재에 관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경찰(112) 또는 관할 수사기관에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접 접촉하거나 신병을 확보하려 시도하지 마십시오. 일반인은 현행범이 아닌 한 타인을 체포하거나 붙잡아 둘 수 없으며(형사소송법 제212조), 그럴 경우 감금죄 등 별도의 형사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수사기관을 통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지사항
- 본문에 인용한 확정 판결의 내용은 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에서 열람한 판결문에 기재된 사실이며, 해당 판결문은 비실명 처리되어 있습니다. 본문의 인용은 판결문에 적힌 문장을 옮긴 것입니다.
- 시그널엔터테인먼트 사건은 기소된 공소사실이며 유죄로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피고인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 이 글은 자본시장 범죄에 대한 형사사법의 대응과 보석 제도의 운영을 검토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경우 정정 요청을 주시면 확인 후 즉시 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