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만년필·계산기 — VC 운용역 성과보수 설계 칼럼 썸네일

2026년 9월,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벤처스(이하 카벤)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카카오청년창업펀드'의 성과보수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 소송, 작년에 화해로 끝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할 것이다. 끝난 것은 맞다. 다만 그것은 다른 펀드에 관한 다른 소송이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사람과 같은 회사 사이에서 같은 유형의 분쟁이 펀드만 바꿔 두 번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칼럼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면 개인 간의 불운일 수 있지만, 두 번이면 시스템 문제, 보상 구조의 문제다.

1. 두 개의 소송, 하나의 패턴

첫 번째 소송은 카벤의 첫 펀드인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에 관한 것이었다. 이 펀드는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에 초기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냈다. 보도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2015년 초 성과보수의 70%를 받는 계약을 맺었고, 카카오 대표로 옮긴 뒤 이 계약은 "비율을 44%로 낮추되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전액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펀드가 2021년 청산된 뒤 지급이 이뤄지지 않자 임 전 대표는 2022년 3월 약 598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023년 11월 1심 재판부는 변경계약이 직무수행 기간과 무관하게 44%를 지급하는 내용이라는 임 전 대표의 해석은 받아들이면서도, 변경계약이 유효하려면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2025년 3월 항소심에서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되며 분쟁은 종결됐지만, 화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변경 계약이 유효하게 적용되려면 주주총회를 해야한다는 것을 자문했던 로펌, 변호사들은 몰랐을까? 아니면 무효화하기 위해 구조를 만들었을까?

두 번째 소송은 '카카오청년창업펀드'에 관한 것이다. 임 전 대표가 공개한 경위에 따르면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았다.

시점 임 전 대표 측 주장
2015.1 카벤과 성과보수 계약 체결, 우선귀속분 60%
2015.9 김범수 창업자 요청으로 카카오 대표이사 취임
2015.11경 김 창업자와 1:1 면담으로 우선귀속분 22%로 인하 확정. 그룹 인사총괄 부사장이 변경계약서 전달, 서명
2018.2경 카벤이 법인도장 날인 확인서 발급: 인하는 대표 선임 전 기여분을 모두 반영한 것이며, 직무수행기간과 무관하게 산정 성과보수 100%(22%분)를 지급하려는 취지였음
2026.7 펀드 청산
2026.8 카벤, "관련 계약 등을 검토한 결과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공문 회신

지급 거부의 구체적 법리를 카카오 벤처스가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사건의 결론을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두 사건에는 공통된 뼈대가 보인다.

① 펀드 결성 초기에 높은 배분율로 계약 → ② 그룹 차원의 인사 이동 → ③ 지배주주와의 면담으로 비율 인하와 '기간 무관 지급'을 맞교환 → ④ 수년 뒤 펀드 청산 → ⑤ 회사가 지급 거부.

이 뼈대에서 우리는 VC 보상 구조가 어디서 부러지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

2. 성과보수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논의를 위해 구조부터 정리하자. 벤처투자조합의 성과보수는 두 방식의 계약을 거쳐 사람에게 도달한다.

첫 번째 층위는 LP와 GP 사이의 조합 규약이다. 전형적인 규약은 기준수익률(통상 8%)을 넘는 초과수익의 20%를 업무집행조합원(GP)인 운용사에 지급하도록 한다. 이 계약의 구조는 조합원 총회와 규약이라는 비교적 정비된 틀 안에 있다.

두 번째 층위는 운용사와 운용역 개인 사이의 배분 계약이다. 운용사가 받은 성과보수 중 얼마를 누구에게 줄지 정하는 사내 계약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해외 VC는 운용역이 캐리 전용 비히클(carry partnership 등)에 직접 파트너로 참여해 성과보수에 대한 권리를 '지분'처럼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의 창투사·신기사 구조에서는 법인이 GP이므로, 운용역의 성과보수는 결국 '회사에 대한 채권'이자 회사 내부의 보수 약정으로 남는다. 즉 회사법의 절차 규정, 이사회와 주주총회, 경영진 교체, 지배구조 변화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첫 번째 계약 구조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 있어도, 두 번째 계약인 운영사와 운용역 개인 배분 계약 구조가 부실하면 운용역에게 성과보수는 '약속'일 뿐 '권리'가 되지 못한다.

3. 왜 분쟁은 반복되는가?

시간의 비대칭

VC 펀드는 결성부터 청산까지 흔히 8–10년, 연장되면 그 이상이 걸린다. 케이큐브1호는 2012년 결성되어 2021년 청산됐고, 카카오청년창업펀드도 2015년 계약 이후 11년 만에 청산됐다. 그 사이 투자를 발굴한 사람은 떠나고, 회사의 지배주주가 바뀌고, 계약을 기억하는 담당자도 사라진다. 보상의 약속은 입사 시점에 이뤄지지만, 이행 여부는 퇴사 한참 뒤에 결정된다. 이 시차가 모든 분쟁의 토양이 될 수 밖에 없다.

성과가 클수록 커지는 지급 거부의 유인

성과보수는 펀드가 잘될수록 커지고, 커질수록 회사 입장에서는 절차상 하자를 다시 들여다볼 유인이 생긴다. 반대로 펀드가 실패했다면 아무도 계약서의 결의 요건을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절차 요건이 '사후적 협상 카드'로 쓰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은 계약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막아야 할 취약점이다.

이사 보수 규정과 운용역 보상의 충돌

첫 번째 소송 1심이 보여주듯, 운용역이 대표이사나 이사를 겸하는 경우 그의 성과보수는 상법 제388조의 '이사의 보수'로 평가될 수 있다. 정관에 정함이 없으면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야 한다. 초기 VC는 대표가 곧 핵심 운용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성과보수를 '영업상 인센티브'로 인식해 회사법상 결의 대상이라는 인식 자체가 약한 경우가 많다. 1차 소송 과정에서 카카오 측도 계약 조건 수정 당시 필요한 상법상 절차를 밟지 않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지적을 받았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면담으로 정하고, 문서로 옮기지 않는 문화

임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두 번의 비율 변경과 확인서의 내용은 모두 지배주주와의 1:1 면담에서 결정됐고 그룹 인사 조직을 통해 문서가 전달됐다. 한국 기업에서 드물지 않은 방식이다. 그러나 '누가 정했는가'회사의 어느 기관이 의결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창업자가 정한 숫자는 그 자체로 회사의 의사가 아니며, 그것을 이사회·주주총회 결의로 옮기는 과정이 빠지면 그 숫자는 법적으로 공중에 뜨게 된다.

판례가 쌓이지 않는 업계

VC 성과보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래프톤 투자를 담당했던 부경훈 전 케이넷투자파트너스 임원의 사건에서는 1심이 확약서를 인정해 일부 승소, 2심은 퇴사 후 펀드 만기 연장 뒤에야 가치 상승이 본격화됐다는 회사 논리를 받아들여 패소, 대법원은 다시 이를 뒤집어 파기환송했다.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확약서가 존재하고 거기에 만기 연장에 따른 조정 내용이 없다는 점이 핵심 근거로 보도됐다.

반면 임 전 대표의 첫 소송은 화해로 끝나 상급심의 판단이 남지 않았다. 분쟁은 계속되는데 업계가 참조할 기준은 좀처럼 축적되지 않는다.

4. 반대편의 논리도 봐야 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회사 측이 설 수 있는 자리도 짚어야 한다.

이사 보수에 주주총회 결의를 요구하는 규정은 형식적 장애물이 아니라 주주 보호 장치다.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사적인 합의로 회사 재산을 특정인에게 대규모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카카오벤처스의 지분 100%는 상장사인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다. 수백억 원대 지급이 적법한 결의 없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지급을 결정한 카벤 경영진이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법원의 판단 없이 회사가 스스로 "지급하겠다"고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또한 비율 인하와 '기간 무관 지급'의 맞교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22%가 어떤 기여 산정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해 회사는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지금 공개된 것은 임 전 대표의 주장이며, 카벤의 구체적 반론은 소송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절차를 이행할 의무와 능력은 계약을 제시한 회사에 있었다. 1인 주주 회사에서 주주총회 결의는 사실상 지배주주의 의사 확인에 가깝다. 지배주주의 의사가 면담으로 표명되었고, 회사가 계약서와 법인 날인 확인서까지 발급했다면, 회사가 스스로 빠뜨린 절차를 근거로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칙 측면에서 설득력이 약해진다. 이 긴장을 법원이 어떻게 풀어낼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 이기든 이 분쟁은 성과 보수 설계와 계약 변경 단계에서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5. 그렇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원칙 1. 결의는 계약과 '동시에', 회사의 책임으로

운용역 배분 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할 때, 그 운용역이 이사를 겸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필요한 이사회·주주총회 결의를 같은 날 완료해야 한다. 결의서 사본을 계약서에 첨부하고, 계약서 본문에 "본 계약은 20XX년 X월 X일자 주주총회 결의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한다. 가능하다면 정관에 운용인력 성과보수의 산정 기준과 위임 근거를 두어 개별 결의 누락의 위험을 구조적으로 줄인다. 이 절차를 챙기는 것은 서명하는 개인이 아니라 계약서를 작성하는 회사의 몫이다.

원칙 2. 펀드 결성 시점에 배분표를 확정하고, 베스팅을 명시하라

성과보수 배분은 펀드 청산 시점이 아니라 결성 시점에 인별로 확정하고, 시간 기반 베스팅(예: 투자기간 동안 단계적 확정)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사 시 이미 확정된 부분은 지급하고 미확정분만 재배분하는 방식이면 "떠난 사람의 몫"을 둘러싼 다툼이 크게 줄어든다. 해외에서 널리 쓰이는 good leaver / bad leaver 조항도 같은 목적이다. 정상 퇴사·그룹 인사 이동은 good leaver로, 중대한 귀책 사유만 bad leaver로 정의해 두면 해석의 여지가 좁아진다.

원칙 3. 딜 단위 기여를 기록하라

VC의 가치 창출은 발굴과 투자 결정 단계에 크게 치우쳐 있다. 크래프톤 사건에서 대법원 판단의 배경으로 이런 업계 특성이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펀드 단위 배분만 두지 말고, 주요 투자 건마다 발굴·주도·사후관리 담당과 기여 비중을 투자심의 시점에 기록해 두어야 한다. 10년 뒤 기억이 아니라 당시의 기록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원칙 4. 역할 변경은 '재협상'이 아니라 '정산'으로 처리하라

그룹 내 인사 이동으로 운용역이 펀드 운용에서 빠지게 되면, 그 시점까지의 기여를 정산하는 별도 합의를 체결해야 한다. 변경 사유, 기존 기여분의 산정 방식, 인하된 비율의 대가, 향후 조건(근무 기간 무관 여부 등)을 모두 변경계약 본문에 담아야 한다. 확인서를 몇 년 뒤 따로 발급해 의미를 보충하는 방식은 선의에서 비롯되었더라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밖에 없다.

원칙 5. 지배주주의 결정은 반드시 법률 검토를 거쳐 기관 결의로 번역하라

창업자나 지배주주가 보상에 관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결정이 면담에서 멈추는 것이다. 지배주주가 합의한 내용은 이사회·주주총회 의사록으로 옮기고, 법무 검토를 거친 뒤 계약서로 이어져야 한다. "회장님이 정하셨다"는 회사의 의사표시가 아니다.

원칙 6. 운용역 권리를 회사 채권에서 분리하는 구조를 검토하라

한국 제도상 개인이 벤처투자조합의 GP가 되기는 어렵지만, 운용역이 참여하는 별도 성과보수 배분 조합이나 신탁 구조 등을 활용해 운용역의 권리를 운용사의 일반 보수 규정과 분리하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는 운용사의 지배구조가 바뀌거나 경영진이 교체되어도 운용역의 권리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장치다. 세제와 규제 측면의 검토가 필요하므로 업계와 정책당국이 함께 논의할 과제다.

원칙 7. LP가 두 번째 운영 인력을 들여다보라

모태펀드를 비롯한 주요 LP는 GP 선정 시 운용사의 트랙레코드와 핵심운용인력을 평가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핵심운용인력에 대한 성과보수 배분 계획과 그 법적 유효성 확보 여부를 출자 심사와 사후관리 항목에 넣는 것을 제안한다. 핵심운용인력의 이탈과 분쟁은 결국 LP의 수익률과 펀드 운용 안정성을 해친다. 딜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카벤이 한 출자사업 최종 선정에서 탈락했을 때도 성과급 분쟁과 소송 리스크가 원인으로 거론됐다. 보상 거버넌스는 운용사 내부 문제가 아니라 LP의 리스크 관리 대상이다.

원칙 8. 분쟁 해결 방식을 미리 정하라

성과보수 산정과 기여도 판단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계약에 중재 조항이나 독립 전문가 산정 절차를 두면, 수년에 걸친 소송과 공개적인 평판 손실을 피할 수 있다.

6. 맺으며, 보상은 떠난 뒤에도 약속이 이행되어야 한다.

VC 산업은 사람의 판단에 돈을 거는 산업이다. 좋은 심사역이 10년 뒤의 가치를 보고 오늘 투자하듯, 운용사도 10년 뒤에 지켜질 수 있는 보상을 오늘 설계해야 한다. 성과보수가 회수 시점의 지배구조와 경영진의 해석에 따라 흔들린다면, 유능한 운용역일수록 사내 VC와 CVC를 떠나 독립 하우스를 차리는 쪽을 택할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형 벤처투자 생태계 전체의 손실이다.

이번 소송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업계가 가져가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약속은 선의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절차로 지켜진다. 그리고 그 절차를 갖출 책임은, 계약서를 내미는 쪽에 있다.

본 칼럼은 당사자가 공개한 주장과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카카오벤처스의 구체적 반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