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IVE)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공식 프로모션 화보 — 장원영·안유진 포함 6인

2026년 9월 5일, 서울 성동구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아이브(IVE) 장원영·안유진의 미디어아트 전시 '안녕(An-Young)'이 개막했다. 일반 티켓 3만원, 스페셜 티켓 6만 6000원. 티켓은 오픈 직후 멜론티켓 전시·행사 부문 예매 1위에 올랐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성공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팬 커뮤니티에는 "수금 목적 전시회", "제니 전시는 1만원에 수익금 전액 기부였는데"라는 글이 쌓였다. 6인조 그룹에서 두 명만 떼어내 전시를 연 것을 두고 멤버 차별 논란까지 번졌다. 예매 1위와 팬들의 냉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 풍경은 낯설지 않다. 십수 년 전 게임 업계에서 이미 본 장면이다. 매출은 오르는데 유저는 회사를 욕하던, '돈슨' 시절의 넥슨이다.

K팝에는 '7년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표준전속계약의 상한인 7년을 전후로 그룹이 해체하거나 멤버가 이탈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나는 이 저주가 계약 만료라는 달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사가 캐시카우를 계약 만료 전에 최대한 뽑아 쓰는 구조의 문제라고 재무제표상 읽을 수 있다. 원히트 캐시카우인 아이브를 보유한 스타쉽은 지금 그 구조를 교과서처럼 보여주고 있다.


1. 스타쉽의 재무제표 - 매출은 오르고, 이익은 무너지고 있다.

스타쉽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늘었다. 3년 연속 외형 성장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023년 458억원에서 2025년 121억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회사는 아티스트 활동 확대와 제작·공연 투자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은 맞다. 나머지 반은 아이브 외의 아티스트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뜻이다.

라인업을 보자. 우주소녀는 2022년 이후 완전체 활동이 사실상 멈췄다. 몬스타엑스는 군백기를 거쳤다. 2020년 데뷔한 크래비티는 6년이 지나도록 캐시카우가 되지 못했다. 야심작 신인 걸그룹 키키(KiiiKiii)도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벨은 아이브를 두고 스타쉽 기업가치를 2년 만에 6배 끌어올린 '지렛대'라고 표현했다. 지렛대가 하나뿐인 회사는, 그 지렛대에 무게를 더 얹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 무게는 다시 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한 팬의 말이 정확하다. "스타쉽이 우주소녀 다음 걸그룹 낸다고 했으면 관심도 없었을 텐데, 아이브는 안유진·장원영 때문에 처음부터 화제성을 잡고 시작했다."


2. 넥슨의 과금 설계도, 그대로 아이돌에 옮기면

'돈슨'이라 불리던 시절 넥슨의 과금 구조는 크게 세 축이었다. 본편 밖에서 돈을 받는 추가 콘텐츠, 한번 넣으면 빼기 어려운 캐시 시스템,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 스타쉽의 아이브 운영을 이 세 축에 대입하면 놀랍도록 맞아떨어진다.

첫째, DLC. 게임 본편(앨범·콘서트) 바깥에 전시회라는 유료 추가 콘텐츠를 얹는다. 문제는 DLC의 가치가 가격을 정당화하느냐다. 60분 관람에 6만 6000원, 그 안에 포토카드와 포스터가 들어 있으니 사실상 '굿즈에 입장권을 끼워 판' 구조다. 다른 아이돌의 전시가 입장 무료에 MD만 유료인 경우가 많다는 팬들의 비교는 여기서 나온다. 유닛 앨범이 나오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두 사람의 생일(8월 31일, 9월 1일) 직후를 전시 개막일로 잡은 것은, 팬들이 "생일 이용해 돈 벌려는 것"이라 읽을 수밖에 없는 신호였다.

둘째, 캐시 시스템. 넥슨캐시는 한번 충전하면 되돌리기 어려웠다. 유료 팬클럽 멤버십도 똑같았다. 2026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타쉽을 포함한 엔터사 18곳과 위버스·카카오엔터 등 팬덤 플랫폼 6곳, 총 24개사의 팬클럽 유료 멤버십 약관을 심사해 부당한 환불 제한 조항을 시정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혜택을 한 번이라도 쓰면 가입비 전액을 위약금처럼 삼키던 구조였다. 공정위가 넥슨 확률형 아이템에 칼을 댄 지 2년 만에, 같은 기관이 같은 논리로 엔터 업계를 손본 것이다.

셋째, 확률형 아이템. 팬사인회 응모권은 앨범 구매량에 비례해 주어진다. 앨범에는 랜덤 포토카드가 들어 있고, 앨범은 2~3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최애 멤버 포카를 뽑고 팬사인회에 당첨되려면 앨범을 수십, 수백 장 사야 한다. 이것을 게임 업계 용어로 부르면 '가챠'다. 2023년 공정위가 SM·JYP·YG·하이브를 상대로 포토카드 끼워팔기 현장조사에 나선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었다. 초동 판매량이라는 숫자는 이 가챠의 총매출이고, 그 숫자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앨범 밀어내기' 의혹은 2024년 하이브-어도어 분쟁에서 공개 법정 공방까지 갔다. 밀어내기가 있었느냐와 별개로, 초동을 위해 팬사인회를 급조하고 유통사에 물량을 밀어 넣는 관행이 업계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양측 모두 부정하지 않았다.

넥슨이 배운 교훈은 하나였다. 확률형 아이템은 단기 매출을 올리지만, 유저의 신뢰를 갉아먹고 결국 규제를 부른다. 2024년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문제로 공정위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받았고, 확률 공개와 과금 구조 개편 이후에야 '돈슨' 꼬리표를 떼기 시작했다. 엔터 업계는 지금 넥슨의 2010년대를 그대로 재방송하고 있다.


3. 아이브만의 문제가 아니다 - 과금에 등 돌린 팬덤들

스타쉽이 유독 악질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것은 업계의 기본값이고, 팬덤은 곳곳에서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 블랙핑크 제니의 사진전은 입장료 1만원에 수익금 전액 기부였다. 팬들이 '안녕' 전시를 비판하며 가장 먼저 꺼낸 비교 대상이다. 같은 '톱 걸그룹 멤버 전시'라는 상품이 3~6배 가격 차이가 난다면, 차이는 아티스트의 가치가 아니라 회사의 절박함에서 나온다.
  • 하이브-어도어 분쟁(2024)은 앨범 밀어내기와 포카 상술이 팬들 사이의 뒷말이 아니라 경영진 사이의 공개 고발 소재가 될 만큼 구조화돼 있음을 보여줬다. 뉴진스의 다음 앨범 초동은 전작 대비 절반 가까이 빠졌다. 분쟁 피로도 있지만, "우리 돈이 뭐에 쓰이는지 알게 된" 팬들의 이탈이기도 했다.
  • 공정위 포토카드 끼워팔기 조사(2023)는 SM·JYP·YG·하이브·큐브까지 '빅5' 전체를 겨눴다. 어느 한 회사의 일탈이 아니라는 뜻이다.
  • 팬클럽 환불 불가 약관(2026)은 24개사가 동시에 시정 대상이었다. 스타쉽은 그 명단의 한 줄일 뿐이다.
  • 그리고 아이브 자체. 아이브 중국 팬덤 일부가 전면적 과금 중단 및 데이터 활동 불지원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팬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졌다. 해외 팬덤의 '과금 파업'은 단순 불만이 아니다. 게임으로 치면 최상위 과금 유저 길드가 집단 탈퇴를 예고한 것이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팬은 돈을 안 쓰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쓰게 만드느냐고 묻고 있다. 넥슨 유저들이 확률 공개를 요구했던 것과 같은 질문이다.


4. 스타쉽이 급한 진짜 이유 - 블랙핑크 모델

아이브는 2021년 12월 데뷔했다. 7년 계약의 종점은 2028년 말이다. 여기서 스타쉽이 정말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재계약 결렬이 아니다. 재계약은 되는데 알맹이가 빠지는 시나리오다.

선례가 있다. 블랙핑크는 2023년 8월 YG와의 7년 계약이 만료된 뒤, 12월에 그룹 활동에 한해서만 재계약했다. 개인 활동은 계약하지 않았다. 제니는 오드 아틀리에, 리사는 LLOUD, 지수는 블리수라는 1인 기획사를 세웠고, 로제는 더블랙레이블로 갔다. YG는 이 그룹 재계약에 4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계약금을 썼다. 결과는 명확하다. YG는 블랙핑크의 앨범과 투어는 가졌지만, 제니의 광고와 패션, 로제의 솔로 음원, 리사의 해외 활동에서 나오는 개인 매출은 잃었다. 그리고 그 개인 매출이야말로 톱 멤버의 진짜 캐시플로우라는 점이다.

장원영과 안유진에게 이 모델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지다. 두 사람은 이미 그룹 밖에서 광고, 예능, 개인 브랜드로 독립적인 수익원을 갖고 있다. 2년 뒤 그룹 활동은 스타쉽과 연장하되 개인 활동은 1인 소속사나 독립 레이블로 가져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따로 또 함께' 전략이라 부른다.

스타쉽의 계산은 여기서 나온다. 개인 활동 IP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시간이 2년 남았다. 그 안에 두 사람의 개인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매출은 최대한 만들어야 한다. 6인조 그룹에서 굳이 두 명만 떼어내 전시를 연 이유가 여기 있다. 멤버 차별이 아니라, 곧 회사 것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는 자산의 잔존가치를 미리 현금화하는 것이다. 넥슨이 서비스 종료 전 게임에 마지막 과금 이벤트를 몰아넣던 패턴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전략이 자기파괴적이라는 점이다. 개인 활동 독립을 막고 싶다면 스타쉽이 해야 할 일은 "이 회사와 함께하면 개인 브랜드가 더 커진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정반대다. 두 사람의 얼굴로 팬들에게 6만 6000원을 받고 욕은 아티스트가 먹는다. 간판의 이미지를 소모해서 회사 매출을 만드는 구조는, 그 간판이 독립할 이유를 매일 하나씩 더 만들어 준다.


5. 맺으며, 7년의 저주는 기획사가 스스로 부른다

게임 업계의 교훈은 명확하다. 과도한 과금은 단기 매출을 주고 장기 신뢰를 앗아간다. 넥슨은 '돈슨' 꼬리표를 떼는 데 10년 가까이 걸렸고, 그 사이 유저 이탈과 규제라는 비용을 치렀다. 엔터 업계는 이제 막 규제의 문 앞에 섰다. 포토카드 끼워팔기 조사, 팬클럽 환불 약관 시정, 그 다음은 무엇이 될지 모른다.

아이브의 팬덤 다이브(DIVE)는 지갑을 닫는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예매 1위는 남은 화력이지 늘어나는 화력이 아니다. 최상위 과금 유저가 떠나기 시작한 게임의 매출 그래프가 어떻게 되는지, 스타쉽 경영진보다 게임 업계가 더 잘 안다.

7년 계약의 저주는 달력이 부르는 것이 아니다. 계약 만료 전에 캐시카우를 얼마나 쥐어짜느냐가 부른다. 아이브는 여전히 전성기의 한가운데 있다. 그러나 스타쉽이 남은 2년을 잔존가치 회수 기간으로 쓰느냐, 재계약의 이유를 만드는 기간으로 쓰느냐에 따라, 이 그룹이 블랙핑크처럼 '이름만 남는 재계약'을 하게 될지, 아니면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드문 사례가 될지가 갈린다. DLC를 하나 더 파는 것보다, 유저가 왜 이 게임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지를 다시 묻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