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로서의 『총, 균, 쇠』

시작하는 말 - 얄리의 질문, 그리고 '만약'의 문법

1972년 뉴기니 해변에서 한 정치인이 젊은 조류학자에게 물었다. "왜 너희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cargo)을 만들어 뉴기니로 가져왔는데, 우리 흑인들은 우리만의 화물을 갖지 못했는가?"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질문에 25년 뒤 『총, 균, 쇠』(1997)로 답했다. 답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민족 간 운명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이 책은 흔히 인류학, 지리학, 혹은 '빅 히스토리'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칼럼은 다른 서가에 이 책을 꽂아 보려 한다. 대체 역사물(alternative history) 의 서가에 있어야할 책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총, 균, 쇠』에는 나치가 승리한 세계도, 로마가 멸망하지 않은 세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논증 구조를 뜯어보면 그 핵심은 거대한 반사실적 사고실험이다. 다이아몬드 자신이 이렇게 말한다. 만약 뉴기니인이 유라시아에서 태어났고 유라시아인이 뉴기니에서 태어났다면, 역사는 정반대로 흘렀을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부동산'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체 역사의 문법 그 자체다. "만약 X였다면, Y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을 대체 역사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심사할 수 있다. 정치학자 필립 테틀록과 아론 벨킨은 좋은 반사실적 사고실험의 조건으로 대략 다음을 제시했다. 분기점이 명확할 것, 바꾸는 변수를 최소화할 것(최소 재작성 원칙), 바뀐 전제가 나머지 역사적 사실과 양립할 것, 그리고 인과 메커니즘이 검증 가능할 것.

이 칼럼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총, 균, 쇠』는 왜 유라시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꽤 훌륭한 대체 역사 시나리오다. 그러나 책의 대중적 명성을 만든 질문, 즉왜 유럽인가 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지리적 필연이라는 서사로 메웠다. 이하에서는 기존 비판을 정리한 뒤, 대체 역사라는 프레임으로 보았을 때 새롭게 드러나는 결함들을 추가했다.

1. 다이아몬드의 시나리오 - 13,000년짜리 시뮬레이션

다이아몬드의 인과 사슬은 이렇다.

인류 역사 속 제국의 탄생, 그 궁극적인 원인 — 대륙의 축·농업·병원균·총·균·쇠에서 1532년 카하마르카까지

이 설계의 강점은 분명하다. 첫째, 인종주의에 대한 강력한 귀무가설이다. "그들이 열등해서"라는 설명이 들어올 자리를 지리 변수로 선점해 버린다. 둘째, 설명 범위가 넓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를 하나의 틀로 묶는다. 셋째, 부분적으로 검증 가능하다. 축 가설은 실제로 정량 검증의 대상이 되었다(뒤에서 다룬다).

문제는 이 사슬의 맨 위와 맨 아래 사이의 거리다. 분기점은 기원전 11,000년경이고, 결과는 서기 1500–1900년이다. 1만 년이 넘는 인과 사슬에서 중간 고리 하나하나가 얼마나 단단한지, 그 사이에 끼어든 변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따지는 것이 대체 역사물 심사의 핵심이다.

2. 기존 비판의 정리 - 세 가지 문제

(1) 지리적 결정론과 행위성의 소거

가장 오래되고 빈번한 비판은 다이아몬드가 신환경결정론(neo-environmental determinism) 에 빠졌다는 것이다.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르는 그를 지리적 결정론자로 규정하면서도 '조야한' 결정론자는 아니라고 유보했다. 반면 인류학자 제이슨 안트로시오는 이 책을 '학문적 포르노'라고까지 혹평했다. 비판의 핵심은 인간의 선택과 행위성(agency)이 역사에서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리는 출발선의 조건은 설명할 수 있어도, 그 이후의 전개, 즉 제국의 흥망, 기술 혁신의 방향, 정치 체제의 선택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2) 유럽중심주의를 과학으로 포장했다는 비판

지리학자 제임스 블라우트는 『역사학의 함정』(원제 Eight Eurocentric Historians)에서 다이아몬드를 '유로 환경결정론'으로 분류했다. 블라우트의 요지는 세 가지다. 이 책은 실험이 아니라 서사다. 유럽의 지형이 국가 형성이나 혁신을 자연스럽게 촉진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의 우위를 '자연의 필연'으로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 블라우트 계열의 비판자들은 유럽의 성공을 설명하는 더 단순한 요인으로 유럽이 아메리카에 도달하기에 지리적으로 더 좋은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든다. 또한 유라시아의 동서 축에도 사막과 산맥 같은 장애물이 가득해, 동서 교류가 쉬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3) 문화와 사회 내부 구조의 무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레이브먼은 다이아몬드가 기후, 지형, 대륙 크기를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계급 형성, 생산관계, 재산권 같은 사회 내부의 구조를 간과한다고 비판했다. 모든 문화적 차이가 결국 환경적 기원으로 환원되는 것이다.

반론 - "이 책은 유럽중심주의가 아니라 유라시아중심주의다"

공정을 위해 옹호론도 짚어야 한다.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도 오래 회자된 반론은 이렇다. 『총, 균, 쇠』의 문제의식은 애초에 유럽이 아니라 유라시아에 있다. 이 책은 "유럽이 잘났으니 본받으라"는 설교형 유럽중심주의를 오히려 반박하는 책이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유라시아 중심주의라는 것이다. 동서 축 논증도 절대적 주장이 아니라 아메리카와의 상대 비교라는 반론 역시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 반론은 다이아몬드를 변호하는 동시에, 이 칼럼의 핵심 비판으로 곧장 이어진다.

3. 추가 비판 - 대체 역사물로서의 구조적 결함

(1) 제목이 던진 질문에 본문은 답하지 않는다

옹호론이 옳다면, 즉 이 책이 '왜 유라시아인가?'에 관한 책이라면, 대중이 이 책에서 기대한 질문 왜 유럽은 세계를 지배했나? 에 대한 답은 어디에 있는가?

놀랍게도 그 답은 본문이 아니라 에필로그에 짧게 붙어 있다. 유럽, 서아시아(비옥한 초승달 지대), 중국이라는 세 유라시아 문명 가운데 왜 하필 유럽이 가장 강해졌는가라는 질문은, 책 전체의 무게에 비하면 거의 각주 수준으로 처리된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환경 파괴로 쇠퇴했고, 중국은 너무 일찍 통일되었으며, 유럽은 해안선과 산맥 덕에 적당히 분열되어 경쟁이 혁신을 낳았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이를 나중에 최적 분열 원칙(optimal fragmentation principle) 이라고 불렀다.

대체 역사의 관점에서 이것은 치명적이다. 대체 역사물의 핵심은 분기점에서 갈라진 두 세계를 대조하는 데 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한 분기는 '유라시아 대 나머지'이고, 정작 '유럽 대 중국'이라는 분기는 시뮬레이션 없이 결론만 제시된다. 축 방향, 가축 종의 수, 병원균 같은 책의 주력 변수는 유럽과 중국을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둘 다 같은 대륙, 같은 동서 축 위에 있고, 같은 가축 꾸러미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책의 주력 엔진은 유럽과 중국 사이에서 공회전할 뿐이다.

대체 역사 소설이 이 점을 역으로 증명한다. 킴 스탠리 로빈슨의 The Years of Rice and Salt(2002)는 흑사병이 유럽 인구를 거의 전멸시킨 세계를 그린다. 그 세계에서도 역사는 '유라시아의 승리'로 흘러간다. 다만 승자가 이슬람 세계와 중국으로 바뀔 뿐이다. 다이아몬드의 틀은 이 소설과 충돌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다이아몬드의 이론은 '유럽'을 다른 유라시아 문명으로 갈아 끼워도 똑같이 작동한다. 이론이 결과를 구별하지 못한다면, 그 이론은 그 결과를 설명한 것이 아니다.

(2) 최적 분열 원칙 - 어떤 결과든 설명하는 이론의 함정

그나마 유럽을 설명하는 유일한 변수인 '분열 정도'를 들여다보자. 중국은 너무 통합되어 혁신이 막혔다. 인도는 너무 분열되어 혁신이 확산되지 못했다. 유럽은 딱 적당했다. 이것은 동화 속 골디락스의 죽 같은 논리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문제는 이 '적당함'을 사전에 측정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결과를 보고 나서야 어느 쪽이 적당했는지 정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세계를 지배했다면 우리는 "통일된 거대 시장과 관료제가 규모의 경제를 낳았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만약 인도였다면. "무굴 제국의 관용과 다원적 경쟁이 혁신을 낳았다"고 했을 것이다. 어떤 결과에도 사후적으로 맞출 수 있는 설명은 반증이 불가능하다.

퀀트 투자의 언어로 옮기면 이것은 전형적인 과최적화(overfitting) 다. 지구의 역사라는 단 하나의 표본(N=1)에 맞춘 백테스트 모델은 과거 수익률 곡선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만, 그것이 미래, 혹은 다른 가능세계에서도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대체 역사는 바로 그 '다른 가능세계'에서의 아웃오브샘플 테스트다. 그리고 최적 분열 원칙은 그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다. 원리상 모든 세계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3) 시점의 문제 - 분기점과 결과 사이의 1만 년

다이아몬드가 설명하려는 '유럽의 지배'는 정확히 언제의 일인가?

1500년경 유럽이 아메리카를 정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유럽은 오스만 제국에 빈을 두 번이나 포위당했고(1529, 1683), 무굴 제국과 명·청 제국 앞에서는 무역 허가를 구걸하는 처지였다. 아프리카 내륙은 19세기 후반까지 사실상 유럽에 닫혀 있었다. 역사학자 케네스 포메란츠는 『대분기』(2000)에서 18세기 중반까지 중국 양쯔강 삼각주와 잉글랜드의 생활수준과 경제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대분기(Great Divergence) 는 1800년 전후의 일이며, 포메란츠는 그 결정적 요인으로 석탄의 지리적 위치와 신대륙이라는 '횡재'를 꼽았다.

그렇다면 다이아몬드의 분기점(기원전 11,000년 농업의 기원)과 결과(서기 1800년 이후 유럽의 패권) 사이에는 1만 년이 넘는 간극이 있다. 그 사이에 유라시아 안에서는 패권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페르시아, 로마, 당, 아바스 왕조, 몽골, 오스만. 이렇게 잦은 교체를 겪은 체계에서 1만 년 전의 초기 조건이 최종 승자를 결정했다고 말하는 것은, 바둑의 첫 수가 300수 뒤의 계가를 결정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포석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국은 포석으로 끝나지 않는다.

역사학자 대니얼 헤드릭은 『제국의 도구』(The Tools of Empire, 1981)에서 유럽의 아프리카·아시아 내륙 장악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증기선, 퀴닌(말라리아 예방약), 후장식 소총 같은 19세기의 산업 기술을 지목했다. 진짜 '총'과 '쇠'는 신석기 시대가 아니라 산업혁명이 만든 것이다.

(4) 다이아몬드 자신이 그린 분기점들 - 카하마르카와 정화의 함대

흥미롭게도 『총, 균, 쇠』에서 가장 생생한 장면들은 다이아몬드 자신이 쓴 대체 역사의 분기점들이다.

카하마르카(1532). 다이아몬드는 피사로의 잉카 정복을 상세히 묘사하며, 그 직전 잉카 황제 와이나 카팍이 천연두로 사망하고 그 결과 아타우알파와 우아스카르 형제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만약 천연두가 몇 년 늦게 도착했다면? 만약 내전이 없었다면? 만약 아타우알파가 168명의 스페인인을 처음부터 경계했다면? 이 장면은 우연과 선택으로 가득한 전형적인 분기점이다.

정화의 함대(1405–1433). 다이아몬드는 에필로그에서 명나라가 대항해를 중단한 사건을 다룬다. 콜럼버스의 배보다 훨씬 큰 보선(寶船) 수백 척이 인도양과 동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가, 궁정 내 환관과 관료 사이의 파벌 싸움 끝에 함대가 해체되고 조선소마저 폐쇄되었다. 다이아몬드는 이를 '통일 국가에서는 한 번의 결정이 전체를 멈춘다'는 지리적 논증의 증거로 사용한다.

여기서 다이아몬드의 방법론이 드러난다. 그는 근인(proximate cause)과 궁극 원인(ultimate cause)을 구분하고, 모든 우연을 '근인'의 층위로 밀어낸 뒤 궁극 원인은 여전히 지리라고 말한다. 천연두의 도착은 근인이고, 그 천연두가 유라시아에서 왔다는 사실이 궁극 원인이다. 정화 함대의 해체는 근인이고, 중국이 통일되기 쉬운 지형이었다는 사실이 궁극 원인이다.

이 구분은 논리적으로는 깔끔하지만, 대체 역사의 관점에서는 모든 분기를 무력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어떤 우연이 등장하든 그것은 근인으로 분류되어 이론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결국 이론은 어떤 반례에도 다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반증 불가능성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정화의 함대 해체를 '지리의 결과'로 읽는 대신 '파벌 정치의 선택'으로 읽는 순간, 15세기 중국이 인도양 너머로 계속 나아간 대체 세계는 충분히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된다. 실제로 필립 테틀록, 리처드 네드 르보 등이 편집한 『서구를 해체하기』(Unmaking the West, 2006)는 서구의 부상을 뒤집을 수 있었던 이런 분기점들을 여러 역사학자들이 하나씩 검토한 책이다.

(5) 일본의 총 -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반증

다이아몬드는 기술 수용에 사회마다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16세기 말 세계 최고 수준의 화승총 보유국이던 일본이 도쿠가와 막부 아래에서 총기를 의도적으로 억제한 일을 든다(노엘 페린의 『총을 버리다』를 인용한다). 그런데 이 사례는 그의 결정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증이다. 같은 섬, 같은 기후, 같은 가축 꾸러미를 가진 사회가 정치적 선택으로 기술 궤적을 뒤집었다. 그리고 250년 뒤 메이지 유신으로 다시 한 세대 만에 산업 강국이 되었다. 지리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제도와 선택이었다.

이 맥락에서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의 '운명의 역전(Reversal of Fortune)' 연구(2002)를 함께 읽을 만하다. 이들은 유럽의 식민지가 된 지역 가운데 1500년경 가장 번성하고 인구가 조밀했던 곳이 오늘날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난해졌음을 보였다. 지리가 운명이라면 역전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들은 역전의 원인을 식민 세력이 이식한 착취적 제도와 포용적 제도의 차이에서 찾았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문제의식이 바로 이것이다.

(6) '균'은 양날의 칼이다

조너선 케네디는 『병원체』(Pathogenesis, 2023)에서 아메리카 정복의 결정적 요인은 무기가 아니라 병원균이었다고 강조한다. 이는 다이아몬드의 서사 안에서 '총'과 '쇠'가 과대평가되고 '균'이 부차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대체 역사의 관점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균은 유럽 편만 들지 않았다. 열대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와 황열이 정반대로 작용했다. 유럽인들은 400년 가까이 서아프리카 해안에 교역 거점을 두었지만, 내륙 진출은 번번이 실패했다. 이 지역이 '백인의 무덤'이라 불린 이유다. 판도가 바뀐 것은 19세기 중반 퀴닌 예방법이 보급되면서부터다. 즉 같은 '균' 변수가 아메리카에서는 정복을, 아프리카에서는 저지를 설명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메리카에서 균이 일방적으로 작용한 이유는 유라시아의 우월성이라기보다 아메리카의 고립, 즉 베링 육교가 닫힌 이후 1만 년 넘게 구대륙의 병원체 풀과 차단되었다는 우연에 가깝다. 앨프리드 크로스비가 『생태 제국주의』(1986)에서 먼저 정리했듯, 이것은 '정복자의 무기'가 아니라 '생태계 충돌의 비대칭'이다. 대체 역사의 분기점을 다시 잡는다면, 그것은 농업의 기원보다 대륙 간 생태계가 처음 접촉한 시점과 방식이어야 한다.

이 점을 정확히 짚은 대체 역사 소설이 있다. 로랑 비네의 Civilizations(2019,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는 서기 1000년경 바이킹이 아메리카에 철, 말, 그리고 병원균과 그에 대한 면역을 전해 준 세계를 상정한다. 그 결과 콜럼버스의 항해는 실패하고, 1531년 아타우알파가 대서양을 건너 유럽을 정복한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역사를 뒤집기 위해 바꾼 변수가 정확히 다이아몬드의 변수(말, 쇠, 균) 라는 점이다. 다이아몬드의 틀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변수들이 대륙의 축 방향 같은 고정된 지리가 아니라 접촉의 시점과 경로라는 우연에 따라 얼마든지 재배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7) 축 가설의 정량 검증 - 지리는 중요하지만 운명은 아니다

축 가설은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다이아몬드의 장점이다. 결과는 엇갈린다.

데이비드 레이틴 등은 2012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서, 국가의 남북 축 대비 동서 축 비율이 클수록 문화적 다양성이 덜 유지되는(즉 문화가 더 잘 퍼지는) 경향을 발견해 다이아몬드를 부분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2024년 Evolutionary Human Sciences(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에 실린 안젤라 키라, 러셀 그레이, 카를로스 보테로의 연구는 1,000개 이상의 사회에 대한 문화·언어·생태 데이터를 통합해 축 가설을 검증했다. 생태적 장벽이 문화 전파를 방해한다는 다이아몬드의 직관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론의 핵심 예측과 달리, 유라시아가 다른 대륙보다 생태적으로 더 균질하지는 않았다. 대륙의 지배적 축 방향이 문화 전파의 잠재력을 일률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문의 제목 자체가 결론이다.

『지리는 운명이 아니다(Geography is not destiny)』.

대체 역사물로서 이는 분기점 자체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동서 축이라는 '부동산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 다이아몬드의 시뮬레이션에서 유라시아에 주어졌던 초기 우위는 할인되어야 하고, 그만큼 이후 역사의 우연과 선택이 차지하는 몫이 커진다.

(8) 농업은 일방통행이었는가?

다이아몬드의 사슬은 농업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정복으로 이어지는 일방통행 사다리를 전제한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데이비드 웬그로는 『모든 것의 새벽』(2021)에서 고고학 증거를 바탕으로 이 전제에 도전했다. 많은 사회가 농업을 알면서도 부분적으로만 채택하거나 다시 버렸고, 계절에 따라 위계적 조직과 평등한 조직 사이를 오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 전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핵심은 분명하다. 농업은 자동으로 국가를 낳는 엔진이 아니라, 사람들이 채택하고 거부하고 변형한 선택지였다.

대체 역사의 언어로 말하면, 다이아몬드가 하나의 분기점(농업 시작 여부)으로 처리한 지점은 실제로는 수천 년에 걸친 수많은 분기점의 다발이었다.

4. 심사표 - 대체 역사물로서의 『총, 균, 쇠』

테틀록과 벨킨의 기준을 단순화해 두 질문에 각각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사 기준 "왜 유라시아인가?" "왜 유럽인가?"
분기점의 명확성 비교적 명확 (농업의 기원, 가축 종 분포) 불명확 (에필로그의 짧은 추론)
최소 재작성 양호 ("사람을 바꾸고 땅을 그대로 둔다") 미흡 (분열 정도를 바꾸면 무엇이 바뀌는지 미제시)
역사적 사실과의 정합성 대체로 정합 (아메리카·오세아니아 사례) 약함 (1500–1800년 아시아 제국들의 우위, 대분기 시점)
메커니즘의 검증 가능성 부분적 (축 가설 정량 검증, 결과 엇갈림) 낮음 (최적 분열 원칙은 사후적 설명)
우연과 선택의 처리 근인으로 분류해 이론 밖으로 배제 동일, 정화 함대·일본의 총 등 반례를 흡수

요약하면, 『총, 균, 쇠』는 절반의 대체 역사물이다. 앞의 절반은 진지한 반사실적 시뮬레이션이고, 뒤의 절반은 결론을 먼저 정해 놓은 승자의 연대기며, 유럽 중심의 춘추필법으로 쓰인 글일 뿐이다.

5.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 모든 비판에도 『총, 균, 쇠』를 버릴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 책을 제대로 쓰는 방법이 있다.

첫째, 귀무가설로 쓰라. "그들이 열등해서 졌다"는 설명이 고개를 들 때마다, 먼저 지리와 생태로 얼마나 설명되는지 확인하라는 강력한 기본값이다. 이 기능만으로도 이 책은 출간 후 30년 가까이 제 몫을 했다.

둘째, '왜 유라시아인가?'와 '왜 유럽인가?'를 분리해서 읽으라. 앞의 질문에는 이 책이 여전히 가장 설득력 있는 출발점 중 하나다. 뒤의 질문에는 포메란츠의 『대분기』, 아세모글루와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함께 놓아야 한다.

셋째, 대체 역사 소설과 함께 읽으라. 로빈슨과 비네의 소설은 다이아몬드의 변수를 실제로 조작해 보는 사고실험 도구다. 소설가들이 어떤 변수를 바꿔야 역사가 뒤집히는지 고민한 흔적은, 그 자체로 다이아몬드 이론에 대한 민감도 분석이 된다.

마무리하며, 지리는 패(牌)이고, 역사는 그 패를 치는 방식이다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각 문명이 받아 든 카드가 서로 달랐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결코 작은 기여가 아니다. 그러나 카드가 다르다는 사실이 누가 판을 이길지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같은 패로도 판은 뒤집힌다. 정화의 함대는 돌아왔고, 일본은 총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었고, 천연두는 아메리카에서는 정복자의 편에, 아프리카에서는 원주민의 편에 섰다.

"왜 유럽은 세계를 지배했나?"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유라시아는 좋은 패를 받았다. 그 패를 가장 효과적으로, 그러나 가장 결정적으로 활용한 것이 유럽이었다. 그리고 그 '활용'은 지리가 아니라 선택과 제도와 우연의 영역이었다.

대체 역사물로서 『총, 균, 쇠』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제시한 답에 있지 않다. 그 답이 너무 깔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역사에서 '만약'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된다. 지리는 운명이 아니다. 지리는 확률분포다. 그리고 역사는 언제나 그 분포의 꼬리에서 일어난다.


참고문헌

원전 및 기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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