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생존을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하락기에 던지는 매도는 어떤 신호인가 — 그리고 EVM이라는 혁신을 만든 조직에 다음 점프가 가능한가.

작성일:2026년 5월 25일 |기준 시점: 2026-05-20

⚠️ 본 칼럼은 정보 제공·연구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나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가격·수익률 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 공개 데이터의 추정치로 출처에 따라 편차가 있습니다.


1. "더 작은 배" — 재단이 스스로를 줄이기 시작했다

2026년 5월 24일,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 EF)을 "더 작은 배(smaller ship)"로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더 적은 ETH를 팔고, 순수한 속도보다 탈중앙화·프라이버시·검열 저항을 우선하며, 고위급 인사 이탈의 물결 속에서 조직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선언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1년 넘게 진행된 흐름의 결론에 가깝다. 시간순으로 짚으면 이렇다.

시점 사건
2025년 2월 아야 미야구치가 사무총장에서 '프레지던트'로 이동, 비탈릭이 리더십 개편 예고
2025년 2월 Hsiao-Wei Wang · Tomasz Stańczak 공동 사무총장 임명
2025년 중반 R&D 조직 통합 + 사상 첫 공개 감원
2025년 6월 새 트레저리 정책 발표 — opex 15% 상한, 5년에 걸쳐 5%까지 축소
2026년 2월 Stańczak이 취임 1년도 안 돼 공동 사무총장직 사임
2026년(연초~) 7명 이상의 핵심·시니어 기여자 이탈
2026년 3월 EF, 38페이지 분량의 미션 선언문 발표
2026년 5월 24일 비탈릭 "smaller ship" 선언 — ETH 매도 축소, 미션 협소화

재단의 논리는 명확하다. 비탈릭은 EF가 보유한 ETH가 전체 공급량의 약 0.16%에 불과하며, 이는 여러 개인 보유자보다도 적다고 지적했다. 경쟁 체인의 재단들이 흔히 공급량의 10~50%를 쥐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또한 그는 2014년 세일 문서에 명시된 재단의 원래 임무 — Frontier, Homestead, Metropolis, Serenity로 이어지는 빌드 — 가 2022년 머지(Merge)로 이미 완료되었다고 본다. 임무가 끝났으니, 조직은 자원을 보존하고 미션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책임 있는 비영리의 재무 건전화'로 읽힌다. 문제는 타이밍과 신호다.


2. 하락기의 매도 — 좋은 재무 정책이 나쁜 시그널이 될 때

재단의 트레저리 정책 자체는 합리적이다. opex를 매년 트레저리의 15%로 묶고 2.5년치 버퍼를 상시 유지하며, 분기 재무 보고를 board에 제출하고 연간 보고서를 공개한다. 5년에 걸쳐 운영비 비중을 5%까지 선형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은 장기 생존성(long-term agency)을 높이는 정공법이다. 비탈릭 본인이 구글을 예로 들며 "초기 가치에서 멀어진 조직"이 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재무적으로 옳은 결정이 시장에 던지는 신호는 별개의 문제다.

EF의 ETH 매도는 2025년 초 커뮤니티의 거센 비판을 불렀다. 핵심은 언제 파느냐였다. ETH가 2021년 11월 고점을 한참 밑도는 약세 국면에서, 그것도 이번 강세 사이클에서 ETH가 비트코인·솔라나 대비 부진했던 시점에서 재단이 매도에 나서자, 시장은 이를 '내부자의 비관'으로 읽었다. 재단이 0.16%만 보유한다는 사실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 (a) 시장에 미치는 물량 충격은 미미하다, 동시에 (b) 그렇게 적은 물량을 하필 하락기에 파는 행위의 신호 가치는 오히려 크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 비대칭을 정리하면:

  • 공급 측면: 0.16%는 시장을 흔들 규모가 아니다. 매도 자체의 가격 충격은 과대평가다.
  • 신호 측면: 프로토콜을 가장 잘 아는 집단이 약세장에 현금화한다는 사실은, 펀더멘털보다 '심리'를 움직인다. 특히 ETH가 경쟁 체인에 뒤처지던 시기와 겹치며 서사(narrative)를 악화시켰다.
  • 개선 측면: 2025년 이후 staking 프로그램으로 트레저리 수익을 내고, DeFi(Aave·Spark·Compound)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매도 의존도 자체를 낮춘 것은 긍정적이다. 비탈릭의 "ETH를 덜 팔겠다"는 5월 선언은 이 신호 문제를 정면으로 인식한 결과로 읽힌다.

결국 재단은 '재무 건전성'과 '시장 신호'라는 두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었고, 2026년의 방향 전환은 후자를 의식한 교정이다.


3. 3년의 성적표 — ETH vs SOL vs BNB (2023 → 2026.5.20)

말보다 숫자다. 같은 기간 세 체인의 토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면 '이더리움 피로'의 실체가 드러난다. (아래는 연도별 흐름을 공개 데이터로 정리한 것으로, 출처·집계 방식에 따라 편차가 있다.)

연도 ETH SOL BNB
2023 +93% (약 $1,200대 마감) +919~997% (약 $109 마감) 하반기 회복, 연말 반등
2024 +46% +86% (약 $189 마감, 고점 $256) $400 회복 → $500~750 박스
2025 강세장 내 상대적 부진 (BTC·SOL에 뒤처짐) 연초 고점 $294 후 조정, 연간 약 -20% 7월 박스권 상향 돌파, 강세
2026 (~5월) 약 $2,300~2,400대, 변동성 큰 횡보 약 $105~125, 온체인 활동 둔화 약 $640~780

핵심 관찰은 절대 수익'이 아니라 '서사의 이동이다.

  • 솔라나는 2023년의 폭발적 반등(약 +9001,000%)과 2024년 pump.fun·밈코인 사이클로 "빠르고 싼 체인"이라는 서사를 가져갔다. 10개월 연속 DEX 거래량이 이더리움을 앞선 구간도 있었다. 다만 20252026년 들어 밈코인 열기가 식자 온체인 활동·가격 모두 둔화됐다 — 솔라나의 서사는 투기 사이클에 민감하다.
  • BNB는 2024년 초 미 법무부와의 43억 달러 합의로 규제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거래소 생태계라는 캐시카우를 등에 업고 꾸준히 우상향했다. '체인'이라기보다 '거래소 주식'에 가까운 안정성이다.
  • 이더리움은 절대 가격으로는 살아남았지만(DeFi TVL의 약 60%, 스테이블코인 과반이 여전히 이더리움 생태계), 상대 성과와 서사에서 밀렸다. "월스트리트의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RWA의 본진"이라는 펀더멘털 우위가 토큰 가격의 모멘텀으로 번역되지 못한 3년이었다. 이 괴리가 바로 투자자와 개발자 양쪽의 '피로'의 정체다.

투자자 시사점:이더리움의 약점은 '죽어가는 네트워크'가 아니라펀더멘털과 가격·서사의 괴리다. TVL·스테이블코인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인데, 그 우위가 토큰 가치로 전이되지 않는다. 이 괴리가 좁혀지는 트리거(예: 업그레이드의 정시 인도, L2 가치 환류)가 보이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4. 긴 개발, 늦는 인도 — L2 파편화와 노드 유지보수라는 두 부채

이더리움의 진짜 구조적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로드맵의 속도와 응집력이다.

4-1. 레이어2 파편화 — 확장의 해법이 새 문제를 낳다

이더리움은 EIP-4844(Dencun, 2024)로 블롭(blob) 수수료를 도입해 L2를 사실상 기본 실행 환경으로 만들었다. 메인넷 수수료는 $0.100.20, L2는 $0.0010.05까지 떨어졌다. 확장 전략 자체는 작동했다.

문제는 그 대가다. 범용 L2가 난립하면서 유동성 파편화(liquidity fragmentation) 위기가 왔다. 400억 달러 이상이 55개가 넘는 상호 비호환 체인에 흩어지면서, 사용자 경험은 나빠지고, 크로스체인 브리지는 보안 취약점을 늘리며, 각 L2는 자체 토큰·중앙화 시퀀서로 수수료를 포획하되 그 가치가 이더리움 본체로 환류되지 않는다. 2026년 3월 재단이 'Ethereum Economic Zone(EEZ)'을 후원해 중앙화 시퀀서와 토큰 강제 문제를 손보려는 것도 이 파편화에 대한 뒤늦은 대응이다.

요컨대 "L1은 정산·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로 두고 실행은 L2로"라는 롤업 중심 전략은 옳았지만, 그 전환에 너무 오래 걸렸고, 전환의 부작용(가치 누수·파편화)을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막지 못했다.

4-2. 업그레이드 지연 — 'Glamsterdam'이 보여주는 만성 피로

차세대 업그레이드 Glamsterdam은 ePBS(프로토콜 내장 PBS), Block-Level Access Lists(EIP-7928)를 통한 병렬 실행, 가스 한도 상향(약 6,000만 → 2억), EVM Object Format(EOF) 등을 담은 '엔진 개조'다. L1을 1만 TPS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이다.

문제는 일정이다. 당초 2026년 6월 목표였으나, 테스트넷 진척과 Interop 콘퍼런스 피드백을 근거로 실제 메인넷 적용은 2026년 3분기로 밀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 큰 우려는 그 다음 Hegotá 업그레이드(2026 하반기)가 Verkle Tree 등 코어 데이터 구조를 재설계하는 '클린업·하드닝' 포크라는 점이다. 핵심 데이터 구조를 다시 짜는 작업은 예측 못 한 기술적 마찰을 부를 위험이 크다. "이더리움 업그레이드는 역사적으로 계획보다 3~6개월 늦게 출하됐다"는 업계의 경험칙이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핵심 인력 이탈이 이 일정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2026년 들어 7~8명의 시니어가 떠났고, 새 Protocol Cluster 리더십이 ePBS와 BAL을 정시에 인도할 수 있는지가 시험대다.

4-3. 노드·클라이언트 유지보수 — 보이지 않는 토대의 균열

가장 과소평가된 부채는 노드와 클라이언트의 유지보수다. 현재 80~90%의 블록이 외부 릴레이(MEV-Boost 등)를 통해 생성되는데, 이는 검증자가 제3자 서비스를 신뢰해야 하는 중앙화 리스크다. Glamsterdam의 ePBS가 이를 프로토콜에 내장해 '중간자'를 제거하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 이 핵심 기능이 외부 의존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상태 비대(state bloat) 문제 — 노드가 보관해야 할 데이터가 무한히 불어나는 — 는 EIP-4444(1년 이상 된 히스토리 삭제)와 Verkle Tree로 풀려 하지만, 둘 다 아직 미래형이다. 가스 한도를 6,000만으로 묶어둔 것 자체가 "독립 노드 운영자가 체인을 검증·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타협이었다는 점은, 탈중앙화와 성능 사이에서 토대가 이미 팽팽하게 당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개발자 피로의 정체: 솔라나가 Firedancer로 클라이언트 성능을 밀어붙이는 동안, 이더리움은 이미 약속한 핵심 개선(병렬 실행, PBS 내장, 상태 관리)을 여전히 인도 중이다. 비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인도(delivery)가 만성적으로 늦는 것이 피로의 본질이다. 비탈릭이 base-layer 혁신이 고처리량 경쟁자에 뒤처졌다는 비판을 의식해 '연 2회 정기 업그레이드 사이클'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5. 그래서, 다음 점프가 필요하다 — EVM·솔리디티를 만든 조직에게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더리움을 둘러싼 비관은 종종 그 토대의 위대함을 잊는다.EVM(Ethereum Virtual Machine)과 솔리디티(Solidity)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하나의 산업 표준을 창조한 혁신이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누구나 배포할 수 있는 튜링 완전 실행 환경, 그 위에서 돌아가는 개발자 친화 언어 — 이 둘이 DeFi, NFT, 스테이블코인, RWA로 이어지는 온체인 경제 전체의 문법을 정의했다. 솔라나의 SVM도, 수많은 'EVM 호환' 체인(BNB Chain 포함)도, 결국 이더리움이 깐 레일 위에서 혹은 그 레일을 베끼며 자랐다. 이것은 머지(PoS 전환)라는, 가동 중인 수천억 달러 규모 네트워크의 엔진을 비행 중에 교체한 전례 없는 엔지니어링 성취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표준을 만든 자의 저주가 있다. 표준은 무겁고, 무거운 것은 느리게 움직인다. 2014~2022년의 임무(빌드)는 끝났고, 그 임무를 위해 설계된 조직과 속도는 2026년의 경쟁 환경에 맞지 않는다. 비탈릭이 "임무는 2022년에 완료됐다"고 말한 것은 은퇴 선언이 아니라 임무의 재정의 요청으로 읽어야 한다.

다음 점프에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1. 인도의 회복: 비전이 아니라 실행이다. Glamsterdam·Hegotá를 약속한 일정에 인도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서사 회복 카드다. 연 2회 정기 사이클은 그 자체로 "느린 거인"이라는 평판을 깨려는 시도다.
  2. L2 가치의 본체 환류: 파편화된 유동성과 L2가 포획한 가치를 어떻게 이더리움 본체로 되돌릴 것인가. EEZ 같은 실험이 추상적 구호를 넘어 실제 토큰 가치로 번역되어야 한다.
  3. 토대의 재건: 노드 운영의 탈중앙화(ePBS), 상태 비대 해결(EIP-4444·Verkle), 클라이언트 다양성 — 보이지 않는 토대를 단단히 하는 작업. 화려하지 않지만 생존의 조건이다.
  4. 작아진 조직의 역설적 강점: 비탈릭의 "smaller ship"은 후퇴가 아니라, 핵심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외부 생태계에 위임하는 베팅이다. 재단이 작아질수록 이더리움은 더 탈중앙화되고, 그것이 원래의 cypherpunk 가치에 부합한다 — 만약 위임받은 외부 그룹들이 인도 능력을 증명한다면.

6. 투자자를 위한 결론, 무엇을 봐야 하는가?

이더리움 재단의 2026년은 '쇠퇴'가 아니라 정체성의 재협상이다. 임무를 끝낸 조직이 다음 임무를 정의하는 과도기이며, 그 과정에서 인력은 이탈하고 서사는 흔들린다. 투자자가 추적해야 할 지표는 재단의 헤드카운트가 아니라 다음 세 가지다.

관전 포인트 무엇을 의미하는가
업그레이드 정시 인도 Glamsterdam(H1→Q3 2026?)과 Hegotá의 일정 준수 여부. 늦으면 '만성 지연'이 구조적 리스크로 확정된다.
클라이언트 팀 독립성 All Core Devs 조정이 인력 이탈로 얇아지지 않는가. 코어 개발의 분산이 유지되는가.
펀더멘털-가격 괴리의 향방 TVL·스테이블코인 점유율 우위가 토큰 가치·서사로 전이되기 시작하는가, 아니면 SOL·BNB에 모멘텀을 계속 내주는가.

요컨대 이더리움은 기술적으로 죽지 않았다. EVM·솔리디티라는 토대는 여전히 산업 표준이고, DeFi·스테이블코인 본진의 지위도 견고하다. 하지만 서사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이더리움은 다음 점프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에 정확히 서 있다. 재단이 '작은 배'로 갈아타며 약속한 정시 인도와 가치 환류를 실제로 해낸다면, 펀더멘털과 가격의 괴리는 닫힐 것이다. 해내지 못한다면, '느린 거인'이라는 서사가 굳어지며 그 괴리는 경쟁 체인이 가져갈 것이다.

표준을 만든 자는 두 번 증명해야 한다 — 한 번은 창조로, 또 한 번은 재창조로. 이더리움 재단은 지금 두 번째 증명대 위에 있다.


참고 출처 (2026년 5월 기준)

  • 비탈릭 "smaller ship" 선언, ETH 매도 축소: BeInCrypto, BanklessTimes (2026.5.24~25)
  • EF 트레저리 정책(opex 15% 상한, 5년 5% baseline), 분기·연간 보고: CoinDesk (2025.6.5)
  • EF의 ETH 보유 비중 0.16% / 경쟁 재단 10~50%: BeInCrypto, BanklessTimes
  • 핵심 인력 이탈(2026년 7~8명), Stańczak 사임, 38페이지 미션 선언문: PANews, KuCoin, Phemex
  • DeFi 유동성 공급(Aave·Spark·Compound), 첫 공개 감원: Ainvest, The Block
  • ETH/SOL/BNB 연도별 수익률: Motley Fool, Changelly, Axi
  • L2 파편화($40B/55개 체인+), EEZ: KuCoin, Decrypt (2026.3)
  • Glamsterdam 일정 지연(6월→Q3 2026), Hegotá Verkle Tree 리스크: PANews, Ainvest, OneKey
  • 가스 한도 6천만→2억, ePBS·EIP-7928·EOF·EIP-4444: KuCoin, BingX, ethers.news

면책: 본 칼럼은 연구·교육 목적의 분석이며, 투자 자문이나 특정 종목·자산의 매수 권유가 아닙니다.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크고 원금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