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SpaceX)가 나스닥 상장 첫날 19.34% 오르는 성공적 데뷔를 마쳤다. ‘역대급 IPO’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흥행이었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수단으로 참여했던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배정 예정이었던 공모주 231만여주를 단 한 주도 받지 못했다. 청약에 참여한 국내 투자자들의 증거금은 전액 환불 처리됐다.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최종 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에 판매 가능한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의 생리를 들여다보면 세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째, 글로벌 IB 네트워크의 한계

돈이 눈에 보이는 곳에도 인맥은 통한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IB 시장에서 한국 증권사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스페이스X IPO에는 전 세계 22개 증권사가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리드 레프트(Lead left) 지위를 확보하며 최종 배정 과정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했다. 골드만삭스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머스크와 엑스(X) 다이렉트 메시지로 소통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상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만 10억달러(약 1조 5,000억원)를 웃도는 초대형 딜에서 대표주관사의 결정권은 절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로서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글로벌 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지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 등 전통적인 월가 IB들의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와 현지 연결망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종 배정은 대표주관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는 미래에셋증권 측의 해명은, 결국 한국 증권사의 글로벌 영향력이 그만큼 미약했다는 방증이다.


둘째, 단타 우려한 투자자 구성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청약을 패밀리오피스와 장기 투자자 중심으로 투자자 그룹을 구성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도박적 투자 행태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 측은 상장 후 이틀간 매매 불가 등 여러 제약을 걸었다. 상장 당일부터 매매할 수 있을 거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미국 현지 예탁 및 국내 입고 절차 완료 후에야 거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결국 투자자 전원에게 청약 철회권을 부여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한국 증시의 개인 투자자들은 ‘단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악명 높다. 장기 보유보다 상장 직후 차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 행태는 글로벌 IB들이 ‘안정적인 투자자 풀’을 구성할 때 기피하는 요소다. 패밀리오피스와 장기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하지만, 한국이라는 국적 자체가 단기 차익에 민감한 투자자 집단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었다.


셋째, 수요 폭증과 수수료 경쟁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는 ‘물량이 없어서’ 벌어졌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에서 총 5억 5,555만 5,555주의 클래스A 보통주를 매각했다. 나스닥 상장 직후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표주관사 골드만삭스는 기존 배정 물량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스페이스X는 ‘초대형 사모 플랫폼 자산’으로 인식되며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수료를 더 주더라도 물량을 구하려는 쪽’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수단으로 참여했지만, 현지 IB들에 비해 제공할 수 있는 수수료 경쟁력이나 교섭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교훈과 과제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자로서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 안목은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상장이라는 최종 단계에서 물량 배정에 실패한 것은 ‘투자’와 ‘인수·배분’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글로벌 IB 시장의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금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실리콘밸리부터 월가까지 아우르는 인맥과 네트워크, 그리고 장기적인 신뢰 관계가 핵심 경쟁력이다.

스페이스X의 상장 수수료 1조 5,000억원을 두고 펼쳐진 ‘쩐의 전쟁’에서 한국의 증권사는 아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 선수’였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실패를 발판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투자자 군(群) 구성 전략이 한 단계 진화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투자자들 역시 단기 차익에 목매는 대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성숙함이 필요할 때다.


참고: 다음 뉴스 - 미래에셋 스페이스X 배정 취소 관련 칼럼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