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단·약혼 예물 상자 — 중국 차이리(彩禮) 칼럼 썸네일

1. 60억, 3천만 위안짜리 약혼, 법정에 서다

2026년 늦여름, 중국 인터넷은 한 편의 연애담으로 들끓었다. 트론(TRON) 창립자 저스틴 썬(孫宇晨)은 X에 「내 여자친구 징톈」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고, 같은 날 그의 변호사 장치화이(張起淮)는 시안(西安)의 법원이 소송을 접수했으며 썬 측이 재산보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청구 대상은 배우 징톈과 그 부모, 금액은 약 3천만 위안(약 450만 달러)이다. 변호사는 이 돈을 두 사람이 결혼을 논의하던 시기에 썬의 집안이 징톈의 집안에 건넨 약혼 예물이라고 설명했고, 두 사람은 약 7개월간 교제한 뒤 올해 초 헤어졌다고 전했다.

이야기는 기묘하게 흘러갔다. 썬은 게시글 말미에 이 이야기가 "완전한 허구"라는 면책 문구를 달았지만, 저스틴썬이 예고한 소송 자체는 실제로 제기됐다. 글에는 5천만 달러를 요구하는 대리모 출산 계획과 추가 금전 요구 같은 사적인 주장이 담겼으나 이는 법정에서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 징톈 측은 앞서 5월 관련 소문이 처음 돌았을 때 악의적 루머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이번에는 사람을 보는 눈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랑이나 영혼을 돈과 바꾸지는 않겠다,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현재 징톈 측이 법원 관할권에 이의를 제기해 심사가 진행 중이며 본안 심리에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순자산이 80억 달러대로 추정되는 억만장자에게 450만 달러는 큰돈이 아니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금액이 아니라, 수천 년 된 관습이 21세기 사회주의 국가의 민사법정에서 '반환 가능한 채권'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 중국 법은 차이리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024년 2월 1일부터 차이리 분쟁에 관한 사법해석을 시행하고 있다. 핵심 논리는 "누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가"가 아니라 지급의 목적, 즉 혼인과 공동생활이 달성되었는가다. 혼인신고도 동거도 없었다면 원칙적으로 반환하고, 혼인신고 후 함께 살았다면 원칙적으로 반환하지 않되 기간이 짧고 액수가 과도하면 일부 반환을 명할 수 있다. 그리고 "혼인을 빌미로 재물을 요구하는 행위"는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형식 논리만 적용하면 썬의 청구는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결론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약 60억원, 3천만 위안이 법적으로 차이리인지, 단순 증여인지부터 다퉈야 한다. 설령 차이리로 인정되더라도 법원은 자금의 실제 사용처, 쌍방의 귀책사유, 지역 관습을 종합해 반환 비율을 재량으로 정한다. 사적인 내용을 공개적으로 폭로한 행위가 과실 판단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변수다.

무엇보다 중국 당국은 2020년대 들어 중앙 1호 문건을 통해 고액 차이리를 거듭 문제 삼아 왔다. 사법 정책의 방향은 누군가의 '실패한 투자'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 거래가 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이 사건이 "거액으로 약혼을 샀다가 돈을 돌려받으려는 소송"으로 읽히는 순간,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나든 정책 기조와 불편한 긴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3. 먼저 짚어야 할 것 - 차이리는 '지참금'이 아니다

우리말로는 흔히 '결혼 지참금'이라 옮기지만, 엄밀히 말해 차이리는 지참금(dowry)이 아니라 신부대(bride price, bridewealth)다. 돈이 흐르는 방향이 반대다. 신부대는 신랑 측이 신부 집안에 건네는 것이고, 지참금은 신부 측이 재산을 들고 신랑 집안으로 가는 것이다. 이 방향의 차이가 곧 각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계산했는지를 보여준다.

신부대의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는 성경에 있다.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을 사랑해 7년을 일했다. 가진 재산이 없던 그는 노동으로 신부대를 치른 셈이다. 그러나 첫날밤을 보낸 아침, 곁에 있던 신부는 라헬이 아니라 언니 레아였다. 라반은 동생을 언니보다 먼저 시집보내지 않는 것이 이 지방의 관례라고 둘러댔고, 야곱은 7년을 더 일하기로 약속한 뒤 일주일 후 라헬을 둘째 아내로 맞는다. 두 아내를 얻는 데 든 대가는 14년의 노동이었다.

구약에는 이 밖에도 신부대(모하르)가 여러 번 등장한다. 처녀를 유혹한 남자가 치러야 할 값이 율법에 규정되어 있고, 사울은 다윗에게 딸 미갈을 주는 조건으로 돈 대신 블레셋 사람의 포피 백 개를 요구했다. 흥미로운 것은 창세기 31장에서 라헬과 레아가 직접 입을 여는 장면이다. 두 자매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팔아넘기고 그 값을 다 써버렸다며, 친정에 더 이상 받을 몫이 없다고 항변한다. 3천 년도 더 된 이야기 속에서 이미 당사자인 여성들은 신부대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반대 방향의 제도가 인도의 다우리(Dowry)다. 신부 측이 신랑 측의 요구에 맞춰 현금, 금, 가전제품 등을 건넨다. 인도는 1961년 다우리 금지법으로 이를 불법화했지만, 여전히 결혼의 90% 이상에서 지참금이 오간다는 조사가 나온다. 딸을 가진 집은 빚더미에 앉고, 지참금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신부가 학대당하거나 살해되는 '지참금 사망'이 오늘날까지 매년 수천 건씩 보고된다. 법으로 금지해도 사라지지 않는 관습이라는 점에서 인도와 중국은 봉건적인 사회 의식이 닮았다.

4. 소 몇 마리의 경제학

인류학자 잭 구디(Jack Goody)는 이 두 제도의 분포를 생산 방식과 연결했다. 여성의 노동이 생산의 핵심이었던 괭이 농경과 목축 사회에서는 딸을 내보내는 집이 노동력 손실을 보상받는 신부대가 발달했고, 쟁기 농경과 계층화가 진행된 사회에서는 신분과 재산을 유지하기 위한 지참금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결혼은 두 가문 사이의 재산 이동이었고, 여성은 가문의 자산, 그 장부의 한 줄이었다.

이 계산법이 얼마나 노골적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남아프리카의 '로볼라(Lobola) 계산기'다. 로볼라는 신랑 측이 소를 건네는 남부 아프리카의 전통 결혼 관습인데, 스마트폰 앱에 나이, 키, 몸무게, 허리둘레, 외모 점수, 학력, 직업, 결혼 경력과 자녀 유무를 입력하면 신부의 '값'을 랜드화와 소 몇 마리로 환산해 준다. 지역별 평균 시세까지 지도로 보여준다. 제작자는 재미로 만든 앱이라고 하지만, 웃음 뒤에 남는 것은 서늘함이다. 농담으로 만든 알고리즘이 수천 년 동안 진지하게 작동해 온 계산식을 그대로 복원해 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아프리카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소값을 계산하는 평균 가격을 추적하는 앱과 서비스가 널리 홍보되고 있다.

5. 사회주의는 왜 차이리를 없애지 못했나?

그렇다면 이 질문으로 돌아가자. 봉건 잔재 청산을 국가의 기치로 내건 사회주의 중국에서 차이리는 왜 살아남았을까?

출발점은 분명했다. 1950년 신중국의 첫 법률 중 하나인 혼인법은 매매혼을 금지하고 "혼인을 빌미로 재물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했다. 마오쩌둥 시대의 차이리는 실제로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모양을 바꿨을 뿐이다. 1970년대에는 자전거, 재봉틀, 손목시계, 라디오를 가리키는 '삼전일향(三轉一響)'이 결혼의 조건이 되었고, 1980년대에는 TV·냉장고·세탁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금지된 것은 '매매'라는 이름이었지, 결혼이 가문 간 재산 이동이라는 구조 자체는 아니었다.

개혁개방 이후 차이리가 폭발적으로 부활한 데는 적어도 세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도농 이원구조와 노후 보장의 공백이다. 호적(후커우) 제도 아래 농촌 주민은 오랫동안 제대로 된 연금 체계 밖에 있었다. 부계 거주 전통에서 딸은 결혼하면 남편 집안의 사람이 된다. 딸을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 차이리는 자신들의 노후를 떠받칠 노동력과 부양 능력을 잃는 데 대한 보상이자 보험이었다. 야곱 시대 목축 사회의 논리가 21세기 중국 농촌에서 그대로 작동한 것이다.

둘째, 인구 정책이 만든 결혼 시장의 불균형이다.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가 결합하면서 출생 성비는 2000년대 중반 여아 100명당 남아 120명 안팎까지 치솟았고, 2020년 인구조사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약 3천만 명 이상 많다. 신부가 '희소재'가 되자 차이리는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가격이 되었다. 농촌 일부 지역에서 차이리가 연소득의 몇 배로 치솟은 것은 관습이 아니라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른 신호였다.

셋째, 주택과 체면이다. 도시화 이후 "집이 없으면 결혼도 없다"는 인식이 굳어졌고, 차이리는 신혼집 마련 자금과 뒤섞였다. 여기에 이웃보다 적게 받으면 딸을 헐값에 보냈다는 소리를 듣는 지역 공동체의 체면 경쟁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결국 역설이 드러난다. 오늘날 중국의 고액 차이리는 사회주의가 청산하지 못한 봉건의 잔재라기보다, 시장경제가 오래된 관습을 가격 체계로 재가공한 결과에 가깝다. 사회주의는 차이리라는 이름을 지웠지만, 시장은 남녀 성비의 불균형함으로 인해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게 되었다.

6. 맺으며, 여성의 삶은 소 몇 마리로 환산될 수 없다

징톈 사건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법원이 3천만 위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 쌍방의 과실과 교제 경위를 어떻게 저울질할지, 그리고 그 판단이 고액 차이리를 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 기조와 어떻게 맞물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 확실한 것은 판결의 결론과 무관하게 이 사건이 차이리를 '의례적 선물에서 증거와 비율로 정산되는 채권'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이다.

차이리를 돌려받기 쉬워질수록 그것은 '회수 가능한 투자'로 인식된다. 반대로 돌려받기 어렵다면 결혼을 미끼로 한 재산 편취를 방치하게 된다. 해법은 반환 규칙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결혼 전 두 가족이 주고받는 재산은 새 가정의 출발을 돕는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하고, 딸을 보내는 부모가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보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차이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구조에 있다면, 구조를 바꾸지 않는 금지는 인도의 다우리 금지법처럼 종이 위에만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의 노동과 삶을 신부대나 지참금이라는 이름으로 환산하는 계산식 자체가 폐기되어야 한다. 야곱의 14년 노동, 라헬과 레아의 항변, 인도의 지참금 사망,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소의 마릿수가 나오는 계산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가리키는 것은 같다. 사람은 가격표가 붙는 대상이 아니다. 3천 년 전 라헬과 레아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21세기의 법정이 다시 확인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본 칼럼은 공개 보도·사법해석·인류학 논의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개별 소송의 사실 확정이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사건 경위는 보도 시점 기준으로 변동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저스틴 썬·징톈 차이리 관련 보도 (VnExpress, Benzinga 등, 2026)
  • 중국 최고인민법원, 차이리 분쟁 사법해석 (2024.2.1 시행)
  • 중국 중앙 1호 문건 등 고액 차이리 억제 정책 보도 (2020년대)
  • 「창세기」 야곱·라헬·레아·라반; 구약의 모하르(신부대) 관련 구절
  • 인도 Dowry Prohibition Act (1961) 및 지참금 관련 사회조사·보도
  • Jack Goody, bridewealth vs dowry and modes of production (인류학)
  • 남아프리카 Lobola 관습 및 '로볼라 계산기' 앱 관련 보도
  • 중국 호적(후커우)·성비·농촌 차이리 가격 관련 인구·사회 보도·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