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일, 스트래티지(NAS:MSTR)가 비트코인 32개를 평균 7만7,135달러에, 총 250만 달러 규모로 장내 매도했다. SEC에 제출한 8-K에 명시된 사유는 단 한 줄이다. 매각 대금은 우선주 배당에 사용될 예정. 84만3,706개, 638억 달러어치를 보유한 회사에게 32개는 반올림 오차다. 그런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당일 MSTR은 5% 하락했고, 비트코인은 2개월 만의 최저치인 7만1,000달러 선까지 밀렸다.
가격이 아니라 무엇이 무너졌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숫자 너머의 회계
세일러는 매도 직후 X에 비트코인이 아니라 우선주 이야기를 적었다. "우리의 목표는 STRC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신용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낙관론의 대명사가 매도 후 첫 공개 발언으로 BTC가 아니라 자사 우선주를 꺼냈다는 점, 이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압축하고 있다.
배경의 숫자는 단순하다. 스트래티지는 두 종류의 영구 우선주(8% 배당의 STRK, 10~11.5%의 STRC)에 대해 연간 약 15억 달러의 배당 의무를 진다. 이 중 STRC는 발행 잔액 85억 달러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우선주가 됐다. 회사가 배당과 이자 지급을 위해 따로 떼어둔 'USD 리저브'는 5월 말 기준 9억 달러로, 2029년 만기 전환사채를 액면 8% 할인에 13.8억 달러로 상환하면서 배당할 자금이 줄어든 상태다.
그 와중에 시장 흐름은 낙관적이지 않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5월 한 달 24억 달러 이상 순유출되며 2026년 최대 월간 이탈을 기록했고, 지난주 암호화폐 투자상품에서는 16.7억 달러가 빠져나가 올해 두 번째로 큰 주간 유출을 냈다. 3주 누적 환매는 42억 달러에 달한다.
플라이휠이 역회전할 때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 모델의 작동 원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주가가 순자산가치(mNAV)에 프리미엄을 받는 동안 주식을 찍어 비트코인을 사고, 주당 비트코인(BPS)을 늘려 다시 프리미엄을 정당화한다. 이 플라이휠은 상승장에서만 작동한다.
비트코인이 빠지면 MSTR이 더 크게 빠지고, NAV 대비 프리미엄이 압축된다.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주식 발행은 희석적이고 비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된다. 그 순간 15억 달러의 배당 의무는 다른 재원을 찾는다. 바로 보유한 비트코인을 매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
세일러의 계산은 이렇다. 비트코인이 연 2.3%만 상승해도 보통주를 팔지 않고 영구히 STRC 배당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 또 연간 배당을 충당하려면 약 1만8,5001만9,000개(보유량의 2.2%)를 팔면 된다고 했다. 매도 1개당 1020개를 다시 사들이는 '순매집 전략'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문제는 이 모든 계산이 비트코인이 우상향한다는 가정 위에서만 성립한다는 점이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은 이미 한 달 전 스트래티지가 2026년 중 비트코인을 팔 확률을 48%로 매겼다. 그 가격은 현실이 됐다.
'최고의 신용 상품'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세일러의 발언은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일종의 신호다. 회사의 서사가 '비트코인 무한 축적'에서 '신용·수익률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은 그 압력을 설명한다. 스트래티지는 2026년 1분기 125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대부분은 2025년 도입된 GAAP 시가평가 회계에 따른 144억 달러의 비트코인 미실현 평가손이었다. 주당 손실은 -38.25달러였다.
이런 환경에서 "STRC를 세계 최고의 신용 상품으로"라는 선언은 공격을 가장한 방어에 가깝다. 자산을 쌓는 이야기에서 부채를 갚는 이야기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뜻이다. 한 월가 애널리스트의 평가가 정곡을 찌른다. 이번 매도가 정책 전환이라기보다 전술적 조치일지라도, "이제 투자자들은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을 우선주 배당을 떠받치는 실질적 안전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의 대상이던 자산이 담보로 재분류되는 순간이다.
두 번의 바닥 매도는 우연이 아니다
스트래티지 역사상 유일했던 이전 매도는 2022년 12월, FTX 파산 여파로 비트코인이 1만5,000달러 선까지 밀린 크립토 겨울 한복판이었다. 시장은 '바닥에서 팔았다'는 오명을 그에게 붙였다. 이번 역시 2개월 최저점 부근에서 이뤄졌다. 스트래티지는 가장 안좋을 때 비트코인을 던지고 있다.
두 번 모두 바닥에서 판 것이 우연일까? 구조를 보면 우연이 아니다. 배당은 가격과 무관하게 정해진 일정에 도래한다. 가격이 낮을수록 자금 압박은 커지고, 프리미엄은 더 얇아진다. 즉 이 모델은 설계상 약세에 매도하게 되어 있다. "절대 팔지 않는다"는 약속의 청구서는 하필 가장 뼈아픈 시점, 즉 약세장에 날아온다.
그래서 '크립토 겨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핵심은 비트코인 약세의 한계 가격 설정자(marginal price setter)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2025년 상승을 이끈 두 축은 현물 ETF 자금과 트레저리 회사들의 레버리지 매수였다. 지금은 그 두 축이 동시에 역회전하고 있다. ETF는 환매로 돌아섰고, 가장 큰 트레저리 회사는 매수자에서 잠재적 매도자로 위치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진짜 약세 신호는 차트의 7만1,000달러가 아니다. ETF 순유출 추세와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들의 자금 조달 여건, mNAV 프리미엄, 우선주 배당 커버리지, 리저브 잔액이 더 선행하는 지표다.
더구나 2026년 6월 스페이스X의 IPO는 시장의 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당길 것이다. 그 후 앤트로픽 역시 인류 최대 규모의 IPO에 도전할 것이다.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 중 일부는 비트코인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LLM이 엑셀이지 오라클이 아니듯, 트레저리 회사가 들고 있는 비트코인은 신앙이 아니라 대차대조표 항목이다. 분기마다 시가로 평가되고, 배당 일정에 묶여 있으며, 약세장에서는 부채를 갚기 위해 팔린다. 세일러의 32개 비트코인이 작아 보이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32개가 증명한 것은 분명하다. 약세장에서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는 가격의 버팀목이 아니라, 약세를 증폭하는 또 하나의 매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 스트래티지 SEC 8-K (2026.6.1), 코인데스크, 비트코인 매거진, 연합인포맥스, CoinShares 주간 자금흐름 리포트, 스트래티지 1분기 2026 실적.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