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용은 면죄부가 아니다

똘레랑스(tolérance)는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잘못이라 부르되, 처벌과 회복의 절차를 사람의 크기가 아니라 잘못의 크기에 비례시키는 사회적 규율이다. 볼테르의 나라에서 관용이 국시가 된 것은 힘 있는 자의 죄를 덮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없는 자가 절차 없이 부서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2026년 6월 29일 목동구장에서 우리는 이 규율이 양쪽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2. 배재고의 잘못은 명백하다 - 축소할 수 없고, 축소해서도 안 된다

먼저 분명히 하자.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이 청룡기 광주제일고전에서 외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구호는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라는 공동체의 상처를 조롱의 소재로 삼은 행위다. 선창과 동조, 율동까지 있었다. 상대 팀 코치가 항의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커피 마시러 가자"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배재고 스스로 두 번째 사과문에서 규정했듯 "단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닌 윤리·역사인식에 대한 총체적 붕괴에서 비롯된 사태"다. 이 문장은 학교가 자기 학생에게 쓸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문장이며, 정확한 문장이다.

따라서 이 사태의 첫 번째 순서는 통절한 반성과 사과다. 7월 6일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학부모, 교직원 80여 명이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하고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한 것은 그 최소한의 절차다. 이 절차가 생략되거나 형식화된다면 이후의 어떤 논의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 칼럼은 배재고를 변호하는 글이 아니다.

3. 그러나 그 다음이 잘못됐다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과, 그 이후의 처리가 정당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사흘 만에 학교 단위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 구호와 무관한 선수까지 포함한 연대 책임이다. 학교 정문 앞에는 하루 만에 근조화환 70여 개가 들어섰고, 맞불 화환이 등장하면서 학교는 진영 대결의 전장이 됐다. 야구부와 무관한 일반 학생들이 교복 입기를 꺼려 사복으로 등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사칭 사과문이 쏟아졌다. 미성년자다. 미디어 대응팀도, 법무팀도, 위기관리 컨설턴트도 없는.

그리고 이 학생들이 개사해 부른 원곡이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야 한다.

4. 원점 - 스타벅스 코리아, 그리고 오너의 언행

'탱크데이'는 학생들의 창작이 아니다. 2026년 5월 18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에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텀블러 할인 행사를 열고 '책상에 탁'이라는 홍보 문구,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를 연상시키는 광고를 내건 데서 왔다.

이 기획은 팀장, 담당 임원, 본부장, 대표이사까지 4단계 결재를 거쳤다. 관여한 담당자만 7명이 넘는다. 그 누구도 '5·18 탱크데이'라는 조합에서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신세계그룹 자체 진상조사의 결론이다.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는 설명 앞에서, 대통령은 정용진 회장의 과거 '멸공' 발언 이력과 세월호 10주기 '사이렌 이벤트'를 연결하며 "우발적 사건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의 여부는 경찰 수사가 가릴 일이다. 그러나 고의가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남는 사실이 있다. 오너가 수년간 공개적으로 축적해 온 이념적 언행이 만든 조직 문화 속에서, 성인 마케팅 전문가 7명이 4단계 결재로 이 기획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너 리스크'의 교과서적 정의다.

스타벅스가 대한민국에서 불편한 단어가 된 것은 학생들 때문이 아니다.

기원을 우리 시민 사회는 알고 있다.

5. 처벌의 비대칭 - 미성년자와 총수

여기서 이 사태의 가장 불편한 표가 나온다.

표 1. 두 사태의 행위 주체와 결과 비교

항목 스타벅스 코리아 (5.18) 배재고 야구부 (6.29)
행위 주체 성인 실무자·임원 7명+, 4단계 결재의 대기업 조직 고교 2학년 선수 2명 선창, 일부 동조 (미성년)
행위 규모 전국 매장·온라인 공식 프로모션 경기장 내 구호
원본성 조롱 코드의 생산 생산된 코드의 모방·소비
즉각 조치 행사 중단, 사과문 2회, 대표·임원 해임 사과문 2회, 선창 학생 2명 생활교육위 회부
공적 제재 경찰 수사 진행 중, 확정 제재 없음 사흘 만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연대 책임)
최고 책임자의 그 후 정용진 회장, 사태 3주 뒤 이마트·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 내정 — '책임 경영'으로 포장된 등기이사 복귀 감독·학교 책임자 문책 요구 계속, 총동창회 교장 퇴진 요구
당사자가 감당하는 낙인 비상장사, 총수 일가 자산 건재 실명·얼굴 노출 위험, 근조화환 70여 개, 진학·프로 지명 불확실성

대표이사 해임은 있었다. 그러나 여당 의원조차 이를 "뻔한 꼬리 자르기"라 불렀다. 총수 본인은 어떤 법적·경제적 제재도 확정되기 전에 그룹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사과 기자회견에서 세 번 고개를 숙인 지 13일 만이다. 우리 사회가 재벌 총수에게 허용하는 속죄의 유효기간은 3주였다.

반면 17세 학생들에게는 사흘 만에 연대 징계가 내려졌고, 학교 앞은 어른들의 화환 전쟁터가 됐다. 잘못의 크기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원본을 만든 조직의 총수와 그것을 모방한 미성년자 중 누가 더 무거운 사회적 비용을, 더 오래 치르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6. 언론 - 같은 단어, 다른 프레임

표 2. 언론 보도 프레임 비교

구분 스타벅스 보도 배재고 보도
초기 강도 강경 (대통령 발언 인용 중심 확산) 강경
지배 프레임 '오너 리스크' → 2주 내 주가·불매·미국 본사 콜옵션·환불 등 기업 리스크 관리 프레임으로 이동 '윤리·역사인식 총체적 붕괴', '10대 극우화', '교실 내 혐오' — 도덕·세대 진단 프레임 지속
책임 귀속 조직·시스템 ("결재 라인이 못 걸렀다") 개인·세대 ("요즘 학생들의 역사 인식")
한 달 후 경찰 수사 단신, 총수 등기이사 복귀는 '책임 경영' 프레임 화환 전쟁, 징계 수위, 사과 방문 — 매일 갱신
뉘앙스의 차이 총수에게 '윤리의 총체적 붕괴' 급의 규정적 언어를 지면 헤드라인으로 지속한 매체는 드물었다 학교 스스로 쓴 최고 수위 표현이 그대로 헤드라인이 됐다

언론이 스타벅스에 침묵했다는 말이 아니다. 초기 보도는 격렬했다. 문제는 프레임의 수명과 귀속이다. 기업에는 '시스템의 실패'라는 출구가 주어졌고, 학생들에게는 '세대의 붕괴'라는 낙인이 남았다.

범삼성가의 리테일과 광고비를 다수 쥔 그룹 앞에서, 규정적 언어의 유효기간이 유독 짧았던 것은 아닌지 언론 스스로 물어야 한다. 광고주에게 한 없이 자비롭지 않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해서 사회는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나라의 법 정신과 그동안 사회의 관용이었다.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군부 독재의 기간 동안 얼마나 왜곡되었고 정당한 권력이 없는 자가 권력을 잡았을 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있기에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는 가볍게 넘어가지 말아야할 사안이며, 학생들의 역사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7. 정치권 - 양쪽 모두 미성년자 학생을 소재로 썼다

표 3. 정치권 대응 비교

주체 스타벅스 사태 대응 배재고 사태 대응 일관성 평가
대통령·정부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 SNS 비판 2회, 부처·지자체 제휴 중단, 사실상 불매 독려 교육당국 조사, 교육감 사과, 범정부 대책 논의 강경 일관. 다만 수사 결과 전 국가권력의 불매 개입은 그 자체로 절차의 훼손이라는 지적을 남겼다
여당 (민주당) 대표가 당직자·후보에 스타벅스 출입 자제 권고, "꼬리 자르기" 비판 지도부·의원 자료 요구, 지도부 책임론 강경 일관 — 그러나 선거 국면과 결합하며 분노가 정치 상품이 됐다
야당 국민의힘 지도부 공식 논평 회피 → "내 커피는 내가 고른다", 구매 인증샷 독려로 사실상 옹호 대변인들이 방송에서 "표현의 자유", "징계 과하다", "갈등 원인은 정권" 주장 재벌과 학생을 모두 이념 전선의 소비재로 사용. 5·18 조롱 행위 자체에 대한 규탄은 실종
극우 진영 '멸공커피' 인증샷, 구매 운동 학생 옹호를 조롱의 연장으로 사용 ("배재고 보내러 이사 가야") 혐오의 보상 구조를 완성

여당은 재벌에 강경했으니 '재벌에 온건한 정치권'이라는 단선적 비판은 성립하지 않는다. 성립하는 비판은 더 나쁜 것이다. 여야 모두 이 사태를 진영의 연료로 썼고, 그 과정에서 정작 지켜져야 할 두 가지, 5·18이라는 역사의 존엄, 그리고 미성년자라는 신분의 보호가 모두 소비됐다. 학생들의 사과가 진심인지 지켜보는 대신, 한쪽은 화환을 보냈고 다른 쪽은 그들을 '자유의 전사'로 임명했다. 둘 다 학생들의 회복에는 관심이 없다.

8. 학생들은 무엇을 선행 학습했나?

"스타벅스에 징벌이 없었기에 학생들이 해도 된다고 착각했다"는 진단은 절반만 맞다. 더 정확한 진단은 이것이다. 학생들은 징벌의 부재가 아니라 보상의 존재를 학습했다. 사회적으로 해도 큰 패널티가 없다고 착각한 것이다.

탱크데이 이후 한 달간 10대들이 목격한 것은 이렇다. 5·18 조롱 코드를 소비하면 어른들이 '멸공커피' 인증샷으로 화답하고, 제1야당 대표가 "자유 시민의 의지"라 명명하며, 유튜버들이 조회수로 보상한다. 총수는 3주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다. 전교조 조사에서 교사 80.2%가 교실 내 극우화된 혐오 표현을 자주 목격한다고 답한 것은 이 보상 구조의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혐오가 밈이 되고, 밈이 이념 상품이 되고, 이념 상품이 정치적 자산이 되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목동구장의 구호는 예고된 종착지였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처벌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보상하는 것을 보고 배운다.

9. 맺으며, 누가 더 비겁한가?

배재는 비겁했다. "즉시 제지했다"는 첫 사과문의 문구는 사실과 달랐고, 단체 율동으로 연습된 구호를 지도자들이 몰랐다는 해명은 궁색하다. 그 비겁함은 기록되어야 하고, 문책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 비겁한 것은 이런 사회다. 스타벅스가 터부가 된 사회를 생산한 조직의 총수에게는 3주짜리 분노와 승진성 복귀를 허락하면서, 그것을 모방한 17세들에게는 근조화환과 연대 징계와 세대 전체의 낙인을 배송하는 사회. 미디어 대응팀이 있는 쪽의 속죄는 기자회견 한 번으로 완결되고, 없는 쪽의 속죄는 아무리 무릎을 꿇어도 진영의 소재로 재활용되는 사회.

똘레랑스는 약자의 잘못에 관대하자는 말이 아니다. 강자와 약자에게 같은 저울을 쓰자는 말이다. 7월 6일 광주로 내려가는 80여 명의 사과가 진짜 사과가 되려면, 우리 사회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학생들의 반성이 절차대로 완결되도록 정치의 손을 떼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점에 선 총수와 조직에 대해, 3주가 아니라 끝까지 저울을 들이대는 것.

분노는 저울이지 무기가 아니다. 저울을 무기로 바꿔 든 순간, 그 사회에서 똘레랑스는 사라진다.


참고 자료

  • MBC 뉴스데스크, "'스타벅스 가야지' 선 넘은 혐오‥배재고 연신 사과" (2026.6.30)
  • 경향신문, "배재고, '스타벅스 구호' 논란 학생 2명 징계 절차···생활교육위 회부" (2026.7.2)
  • 주간경향, "'감독·심판' 어른들 잘못이 더 크다···'스벅 가야지' 배재고 사태" (2026.7.3)
  • 헤럴드경제, "'스타벅스 응원' 배재고 둘로 쪼개졌다…화환 전쟁터 된 학교" (2026.7.3)
  • 헤럴드경제, "'스벅 가자는 게 왜?'…배재고 감싼 고성국 '표현의 자유인데, 징계는 지나쳐'" (2026.7.2)
  • 서울경제, "'스타벅스 가야지' 배재고 논란 예견됐나…교사 90% '교내 극우 혐오 표현 심각'" (2026.7.1)
  • YTN, "'탱크데이' 사태에서 정용진 사과까지…논란 수습할까?" (2026.5.26)
  • MBC 뉴스데스크, "'5.18에 탱크데이' 모든 게 우연?‥'첨부파일도 안 보고 결재'" (2026.5.26)
  • KBS, "4단계 결재로도 못 걸렀다…'5.18 폄훼 고의성 판단 유보'" (2026.5.26)
  • 뉴시스, "'멸공·사이렌·탱크데이'…논란 쌓은 정용진, 결국 카메라 앞 사과" (2026.5.26)
  • 아주경제, "서울청 광수단, 스타벅스 '탱크데이' 정용진 사건 직접 수사" (2026.5.21)
  • 나무위키, "한국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및 후속 논란 문서 (2026.7 열람) — 정용진 회장 6.8 이마트·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 내정 사실 포함 (교차 확인 권장)